계열분리 1년 반, 신세계는 ‘수익성’ 이마트는 ‘회복력’ 시험대
신세계,백화점·부동산 중심 고수익 구조…이마트,자산 유동화 뒤 본업 수익성 증명 과제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2026-07-14 19:25:42
정용진 이마트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계열분리 이후 서로 다른 성장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자산 유동화와 점포 혁신을 통해 본업 회복을 노리고 있고, 신세계는 백화점과 핵심 부동산을 바탕으로 고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계열분리 공식화 1년 반이 지난 현재 두 회사의 차이는 매출 규모보다 자산 운용 방식과 수익성에서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이명희 총괄회장이 지난해 2월 이마트 지분을 정용진 회장에게 매각하고, 5월 신세계 지분을 정유경 회장에게 증여하면서 현재 이 회장의 신세계·이마트 지분율은 모두 0%다. 두 회사가 SSG닷컴을 제외하고 공동으로 보유한 자산은 의정부역사가 사실상 유일하다. 계열분리는 지배구조뿐 아니라 사업 전략과 자산 운용 방식의 분리로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의 핵심은 백화점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그룹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세계백화점 외국인 매출은 5800억원을 기록했다. 명품과 외국인 소비, 강남점 등 핵심 점포 경쟁력이 수익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신세계의 또 다른 강점은 부동산이다. 신세계는 2025년 사업보고서 연결 기준 유형자산 7조8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토지는 4조2000억원, 건물 및 구축물은 2조5000억원 규모다. 이마트가 주요 점포와 개발 부지를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한 것과 달리, 신세계는 핵심 자산을 보유하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다만 신세계가 보유한 부동산의 장부가와 실제 시세 사이의 차이는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회사는 최근 3년간 별도 자산 재평가나 감정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 자산 가치가 높다는 시장의 평가와 별개로, 재무제표상 확인 가능한 수치는 장부가 기준에 머물러 있다.
신세계센트럴이 운영하는 센트럴시티도 안정적인 자산 활용 사례로 꼽힌다. 센트럴시티는 교통 접근성과 상업시설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년간 공실률 0%를 유지하고 있다. 고속버스터미널 관련 매출도 꾸준하다. 신세계에 따르면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매표 대행, 소화물, 주차료, 검표 수입 등을 합친 관련 매출은 101억2600만원이다. 다만 회사는 매표 대행 수수료만 별도로 집계한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상품권 계약부채도 신세계의 자금 운용 구조를 보여주는 항목이다. 신세계 상품권 관련 계약부채는 2026년 1분기 기준 약 7900억원이다. 계약부채는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까지 보유하는 선수금 성격의 자금이다. 일반적으로 운전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회사는 해당 자금의 구체적인 활용 방식이나 비용 절감 효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신세계의 과제는 백화점 의존도다. 그룹 영업이익의 84%가 백화점 부문에서 창출된 만큼 백화점 실적이 흔들리면 그룹 전체 수익성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일부 계열사는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2026년 1분기 영업이익 10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인천공항 DF2 사업권 반납에 따른 임차료 절감 효과는 2분기부터 단계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회사도 연간 흑자 기조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1분기 매출 2956억원, 영업이익 14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7%, 영업이익은 452.6% 늘었다. 수입패션과 코스메틱 사업이 실적을 견인했다. 다만 신세계 전체로 보면 여전히 백화점의 이익 기여도가 압도적이다. 비백화점 부문이 안정적인 수익 축으로 자리 잡는지가 향후 과제다.
이마트는 다른 길을 택했다. 신세계가 핵심 자산을 보유하며 수익성을 유지했다면, 이마트는 자산을 유동화해 재무 부담을 낮추고 본업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추진했다.
이마트는 과거 점포와 개발 부지를 매각해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했다. 언론에 공개된 개별 거래금액을 단순 합산하면 2019년 수도권 13개 점포 약 9500억원, 2021년 성수동 본사 및 부지 1조2200억원, 가양점·별내점 주차장 부지 7750억원, 마곡동 개발 부지 약 8000억원 등 약 3조745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다만 매각대금이 할인점 리뉴얼, 온라인 사업 투자, 부채 상환 등에 각각 얼마나 투입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회사는 관련 질의에 구체적인 사용처를 공개하지 않았다. 세일앤리스백으로 임차 전환된 점포의 연간 임차료 총액과 영업이익률 영향도 경영상 기밀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사업 경쟁력 강화와 재무 건전성을 위해 투자와 자산 효율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으며 점포 리뉴얼 등 본업 투자를 진행해왔다”며 “자산 운영은 사업 경쟁력과 자산 효율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자산 유동화와 별개로 본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트레이더스 간 통합매입을 통해 원가를 낮추고 이를 가격 혜택으로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대규모 할인행사 ‘고래잇 캠페인’과 통합 자체브랜드(PL) ‘5K 프라이스’ 확대도 같은 흐름이다.
점포 경쟁력 강화도 이어지고 있다. 스타필드마켓 일산점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5.1%, 방문객은 104.3% 증가했다. 점포 리뉴얼과 체험형 매장 전환이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이마트는 큰 외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낮다. 2024년 이마트 영업이익률은 0.16%에 그쳤고 2023년에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자산 유동화 이후 본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지만, 공격적인 가격 전략과 외형 확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3년간 실적에서도 두 회사의 차이는 확인된다. 이마트는 매출이 2023년 29조4722억원, 2024년 29조208억원, 2025년 28조9703억원으로 29조원 안팎의 외형을 유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0.16%, 0.16%, 1.11%를 기록했다. 외형은 크지만 수익성 회복은 아직 진행 중이다.
신세계는 매출이 2023년 6조3570억원, 2024년 6조5704억원, 2025년 6조9294억원으로 이마트보다 작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은 각각 10.06%, 7.26%, 6.93%를 유지했다. 매출 규모는 작지만 수익성은 훨씬 높다. 백화점과 핵심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사업 구조가 실적에 반영된 결과다.
계열분리 이후 두 회사는 같은 유통업 안에서도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부동산 중심의 고수익 구조를 유지하면서 백화점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이마트는 자산 유동화 이후 본업 경쟁력 강화가 실제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결국 신세계와 이마트의 성적표는 단순히 매출 규모로 비교하기 어렵다. 신세계는 작은 외형에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고, 이마트는 큰 외형을 바탕으로 본업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계열분리 이후 두 회사의 경쟁력은 앞으로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각자의 사업 구조를 지속 가능한 이익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