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훈號 쇄신으로 업계 1위 되찾을까… 고민 깊어지는 신한카드

손규미

skm@sateconomy.co.kr | 2025-02-12 16:42:42

▲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 <사진=신한카드>

 

[토요경제 = 손규미 기자] 부동의 1위였던 신한카드가 지난해 순익 선두 자리를 내주면서 카드업계에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신한카드가 순이익을 비롯한 신용판매 부문에서도 현대카드에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카드사 간 격차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어서다.

올해도 카드사들이 대대적인 CEO 교체를 단행하고 강도높은 경영 혁신을 예고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전망되는 만큼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마련해 업계 1위를 공고히 해야 하는 신한카드의 고민 또한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5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카드)가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비용 효율화를 토대로 카드사 전반적으로 실적이 개선됐으나 신한카드만이 홀로 역성장했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721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감소했다. 4분기 기준으로만 놓고 봤을 때는 19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88.8%나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삼성카드는 전년 대비 9.1% 증가한 6646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업계 1위인 신한카드를 넘어섰다. 삼성카드가 연간 순익 기준으로 업계 선두에 올라선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10년 만이다.

신한카드가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거둔 이유는 주요 사업에서의 수익 확대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여파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와 희망퇴직과 법인세 등 일회성 비용이 실적에 반영된 영향이다.

삼성카드는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내실경영이 빛을 발하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삼성카드는 지난 2021년부터 건전성 관리와 수익성 중심의 경영기조를 유지하며 비율효율성 개선에 중점을 둔 전략을 펼쳐왔다. 그 결과 대손비용이 감소하며 연체율 관리에 성공했고 이는 순이익 1위를 탈환하는 밑바탕이 됐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전에도 삼성카드가 신한카드를 앞지른 경우가 두 차례 있지만 지금 분위기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삼성카드는 2010년과 2014년, 신한카드를 제치고 당기순이익 기준 1위에 올라선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삼성카드의 주식 매각 등으로 인한 일회성 요인으로 당시 순이익 차이도 각각 493억원, 183억원으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희망퇴직 등 일회상 비용을 반영한 점을 고려해도 두 카드사의 순이익 격차가 925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났다. 지난해 삼성카드는 885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신한카드는 7574억원을 기록하면서 양 사가 약 1300억원의 차이를 보였다.

또한 신한카드는 지난해 또 다른 핵심 지표인 신용판매 부문에서도 현대카드에 업계 1위를 내준 바 있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신용판매액은 166조2688억원으로 같은 기간 신한카드가 기록한 166조340억원을 넘어서며 처음으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신용판매액은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이용액을 제외한 국내외 승인 금액을 나타내는 것으로 카드사의 경영성과와 영업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 경영지표 중 하나다.

국내 카드사 중 최초로 애플페이를 도입해 회원수를 늘리고 PLCC 확대에 주력하며 꾸준히 외연 확장에 힘을 기울여 온 것이 신용판매액 급증의 주요 요인으로 풀이된다.

신한카드는 지난 2007년 LG카드와의 합병 이후 업계 1위를 줄곧 고수해 왔지만 최근 몇 년 간 카드사 상위권 경쟁이 치열해지며 선두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근래에는 삼성, 현대카드에 핵심 지표를 연거푸 내주며 신한카드의 위상이 이전같지만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같은 위기감은 예상 외의 파격인사로도 이어졌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신한카드를 이끌 새 수장으로 박창훈 사장을 선임했다. 그는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본부장급에서 발탁돼 사장이 된 케이스로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예상치 못한 파격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위기 속에서 업계 선두 자리를 재탈환해야 한다는 과제를 부여 받은 박 사장은 변화와 혁신을 핵심 경영 키워드로 내세우며 올해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예고했다.

박 사장은 취임 이후 신년사를 통해 “과거의 모든 정책들은 그 시대 상황에 맞춰서 우리를 오늘 이 자리까지 이끌었던 동력이었지만 그 성공 방정식이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신이 본질적으로 양적(Quantity) 주의자임을 주지하며 양적 혁신이 없는 회사가 질적 혁명을 이룬 사례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비용을 줄이면서도 시장지위를 높이고, 리스크를 낮추면서도 수익자산은 확대하며, 서비스를 단순화하면서도 히트상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일들은 주요 조건이 상충되는 난제들”이라며 “어렵지만 그것을 해내는 것이 혁신이고 생존을 가능하게 해주는 필요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대다수의 카드사들이 CEO를 교체하며 진검승부를 예고한 만큼 카드사 간 선두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신한카드 또한 고강도 경영쇄신을 통해 업계 1위 재탈환을 위한 움직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신한카드는 최근 월례 토요회의를 신설했다. 해당 회의는 박 사장이 주재하는 회의로 주요 임원이 모여 각종 현안 등에 대해 브레인스토밍하는 자리로 알려졌다. 그동안 신한카드에서 주말에 임직원을 호출하는 일은 드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도 강한 위기감이 반영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최근 애플페이 도입을 가시화하고 새로운 프리미엄 카드를 선보인 것도 변화와 혁신을 위한 쇄신경영의 행보로 읽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1분기 중 애플페이 서비스 연동을 목표로 준비중에 있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도입한 초기만 하더라도 수수료 부담과 인프라 구축 등의 문제로 인해 추가 도입에 회의적이었지만 애플페이가 20~30대 젊은 연령층을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이를 토대로 현대카드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자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기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수익성 위주로 최적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신한카드는 6년만에 새 프리미엄 카드인 ‘The BEST-X’를 출시하고 우량 고객 확보에 나섰다. 프리미엄 카드는 일반카드 고객 대비 이탈이 적어 우량 고객을 확보하기 용이한 데다 연회비도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수익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자사의 실적감소는 영업 자산 규모 등 영업 경쟁력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수반된 영향으로 경기가 개선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점에는 더욱 큰 실적 개선과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에는 새롭고 다양한 비즈니스를 시도하면서 양·질적 혁신을 바탕으로 본업인 페이먼트 사업에 집중하는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경제 / 손규미 기자 skm@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