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S로 향하는 K게임… 게임쇼 선택 기준 달라져
PC·콘솔·서브컬처 확대에 신작 공개 전략 변화…목표 시장 따라 게임쇼 선택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 2026-07-15 21:46:13
국내 게임사들이 신작 공개 무대를 고르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의 내수 시장이 정체되고 PC·콘솔·서브컬처 장르가 늘면서 도쿄게임쇼(TGS), 게임스컴 등 해외 게임쇼를 먼저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스타의 경쟁력이 사라졌다기보다, 게임사들이 목표 시장과 출시 전략에 따라 공개 무대를 나눠 쓰는 흐름에 가깝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올해 도쿄게임쇼 2026에 대거 참가한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등 대형 게임사가 이름을 올렸고, 중견·인디 개발사들도 일본 이용자와 글로벌 파트너를 만나기 위해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TGS는 9월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리며, 참가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예고됐다.
게임사들이 해외 게임쇼를 택하는 배경에는 개발 전략 변화가 있다. 국내 모바일 MMORPG 시장은 성장 속도가 둔화됐고, 주요 게임사들은 PC·콘솔과 서브컬처 장르로 개발축을 넓히고 있다. 국내 출시 이후 해외로 확장하던 방식도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동시 출시를 전제로 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PC·콘솔 대형 프로젝트는 모바일게임보다 개발 기간이 길다. 신작을 본격적으로 알릴 수 있는 시점과 횟수도 제한된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목표 이용자와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 퍼블리셔가 모이는 행사에 홍보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커졌다. 일본 시장을 겨냥한 작품은 TGS를, 서구권 공략작은 게임스컴을 먼저 찾는 이유다.
게임쇼의 성격도 각국 시장 구조를 반영한다. 일본은 콘솔 이용 기반이 크고 캐릭터와 애니메이션풍 그래픽을 앞세운 서브컬처 게임의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일본 출시를 준비하거나 서브컬처 이용자를 겨냥한 작품에는 TGS가 현지 반응을 확인하고 출시 전 인지도를 높이는 무대가 된다.
TGS는 일본 이용자뿐 아니라 해외 게임사, 퍼블리셔, 플랫폼 사업자, 미디어가 함께 참여하는 행사다. 이용자 대상 전시와 글로벌 노출, 사업 네트워킹을 한 자리에서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복수의 게임업계 관계자는 일본 현지 홍보가 참가의 일차적인 목적이지만, 글로벌 업계 관계자에게 작품을 소개할 수 있다는 점도 TGS를 선택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출품작에서도 목표 시장은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난다. 넥슨은 일본 출시를 앞둔 ‘마비노기 모바일’과 서브컬처 신작 ‘프로젝트 RX’를 TGS에서 선보인다. 프로젝트 RX는 앞서 미국 애니메 엑스포에 이어 TGS에도 출품하며 해외 이용자를 대상으로 공개를 이어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서브컬처 퍼블리싱 신작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를 출품한다. 일본이 주요 이용자층을 보유한 장르의 핵심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한 선택이다. 넷마블은 출품작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몬길: STAR DIVE’와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앞세워 현지 시연과 이용자 행사를 진행했다. 스마일게이트도 일본 이용자 반응을 확인한 작품을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게임쇼 개최 순서도 공개 전략에 영향을 준다. 게임스컴은 8월, TGS는 9월, 지스타는 11월에 열린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작품이 앞선 해외 행사에서 영상과 시연 버전, 출시 정보를 공개하면 두 달 뒤 지스타에서 다시 새로운 내용을 내놓기 쉽지 않다. 해외 판매 비중이 큰 작품일수록 목표 시장과 가까운 게임쇼를 먼저 활용할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게임쇼 전략의 중심이 참가 여부 자체보다 공개 순서와 목표 시장을 정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일본 출시작과 서브컬처 게임은 TGS, 서구권 PC·콘솔 공략작은 게임스컴, 국내 이용자 반응과 대규모 시연이 필요한 작품은 지스타를 활용하는 식이다. 같은 게임도 개발 단계와 출시 지역에 따라 여러 행사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될 수 있다.
그렇다고 지스타의 기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스타는 국내 이용자와 직접 만나는 접점이 크고, 국내 게임사의 대규모 체험형 전시에 강점이 있다. 지난해에도 주요 참가사가 미출시 작품과 지스타 최초 공개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의 이벤트만으로 전시가 구성된 사례가 많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스타조직위원회도 게임사의 참가 빈도 변화를 행사 영향력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개발 기간이 긴 PC·콘솔 작품이 늘면 매년 새로운 게임을 출품하기 어렵고,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한 작품은 판매 비중이 높은 지역의 게임쇼를 먼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해외 주요 개발사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국제 콘퍼런스와 개발자 네트워크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국내 게임사들의 TGS 참가 확대는 신작 공개 무대가 일본으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의미보다 게임쇼 선택 기준이 달라졌다는 신호에 가깝다. 글로벌 출시와 장르 다변화가 이어지면서 게임사는 목표 시장과 출시 시점, 사업 전략에 따라 공개 무대를 고르고 있다.
지스타의 과제도 여기에 있다. 국내 이용자 접점이라는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퍼블리셔, 플랫폼, 투자자와 만날 수 있는 사업 무대로서의 기능을 키워야 한다. 게임쇼 경쟁은 참가사 숫자의 경쟁을 넘어 어떤 신작을 어느 시장에 먼저 각인시키느냐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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