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신비아파트' 1심 승소에도 국감서 계약 과정 논란…'선개발 후계약' 쟁점
법원, 완구업체에 8억2400만원 지급 판결…국회는 계약 변경 경위 문제 제기
보증 로열티·광고비 14억4000만원 약정…공정위 판단 여부 주목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2026-10-13 17:03:07
CJ ENM의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완구사업을 둘러싼 불공정 거래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다시 제기됐다. CJ ENM은 약정금 청구소송 1심에서 승소했지만, 국회에서는 중소 협력업체가 제품 개발을 진행한 뒤 계약조건이 변경된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CJ ENM(대표 윤상현)과 중소 완구업체 A사 간 계약 분쟁을 거론하며 거래 과정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민 의원은 계약 내용의 이행 여부뿐 아니라 계약이 만들어진 과정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예, 그것도 중요합니다"라고 답했다.
분쟁은 2021년 7월 시작됐다. 민 의원실과 A사 측에 따르면 당시 CJ ENM은 신비아파트 시즌5 완구사업과 관련해 별도의 보증 로열티 없이 투자와 수익을 나누는 공동사업 방식을 제안했다.
A사는 이를 토대로 완구 기획과 개발에 착수해 2022년 5월까지 제품 디자인과 설계자료 등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후 제시된 계약조건에는 당초 협의에 없던 보증 로열티와 미디어 프로모션 비용이 포함됐다는 것이 A사 측 주장이다.
2022년 7월 제시된 계약서 초안에는 보증 로열티 9억6000만원과 미디어 프로모션 비용 4억8000만원 등 총 14억4000만원을 부담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금액은 완구 출고매출 120억원을 기준으로 각각 8%와 4%를 적용해 산정한 계약상 부담액이다. 실제 지급한 금액이나 법원이 지급을 명령한 금액과는 구분된다.
A사는 계약조건 변경에 반발했지만 제품 생산이 완료된 상태에서 사업을 중단하기 어려워 2023년 2월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한다.
이후 완구 판매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약정금 지급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했다.
지난 1월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신비아파트 시즌5 관련 실제 완구 매출은 당초 예상했던 12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50억원대에 그쳤다. A사는 사업 부진에도 최소보증 방식으로 정해진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며 계약의 불공정성을 주장했다.
반면 CJ ENM은 앞선 시즌의 완구 출고매출이 191억원이었던 점을 들어 120억원의 매출 목표가 과도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지급 약정금 역시 양측이 합의한 계약에 따른 정당한 청구라는 설명이다.
법원도 CJ ENM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민사부는 지난 6월 25일 CJ ENM이 A사를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A사에 미지급 약정금 약 8억24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계약 체결 당시 완구 출고매출 120억원 달성이 불가능했다고 보기 어렵고, 8%의 로열티율도 업계 관행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A사가 사실상 광고 구매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한 미디어 프로모션에 대해서도 신비아파트의 주요 시청층을 대상으로 한 사업 목적에 맞는 서비스라고 봤다. 계약조건이 현저히 불공정하다는 A사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CJ ENM은 판결 이후 공동사업계약에 따른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A사는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항소 방침을 전했지만, 실제 항소 접수와 이후 재판 진행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쟁점은 계약조건 자체뿐 아니라 정식 계약 이전에 진행된 투자와 개발 과정이다.
민 의원은 완구업체가 상당한 투자를 진행한 뒤 불리한 계약조건을 제시받았다면 거래상 지위 남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법 제45조는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민사재판에서 계약의 불공정성에 관한 판단이 이미 이뤄진 만큼 실제 법 위반 여부는 계약 이전의 협상 경위와 거래상 지위 등을 포함해 별도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관련 논란은 콘텐츠 지식재산권(IP) 상품화 산업의 거래 관행 문제로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완구협회와 한국캐릭터협회 등 4개 협회로 구성된 콘텐츠 상품화 공정상생위원회는 지난 9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계약 체결 전 제품 개발을 진행하도록 하는 관행과 라이선스 계약에 광고 구매를 결합하는 방식 등의 개선을 요구했다.
위원회는 IP 상품화 계약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의 규율 대상에 명확히 포함하고, 관련 표준계약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국감에서 계약 체결 과정의 중요성에 동의한 것과 별개로 공정위가 이번 사안에 대해 정식 조사에 착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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