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난해 보험사기 1조원 넘어…체리피킹 소비도 한 몫

김자혜

kjh@sateconomy.co.kr | 2023-06-30 16:39:45

▲ 토요경제 김자혜 기자

지난해 보험사기 금액이 1조1000억원에 육박한다. 20여년간 추이를 보면 보험사기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998년 295억원에서 2008년 2549억원으로 10배 가량 늘었다. 지난해는 1조818억원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1대 국회부터 현재까지 발의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은 16건에 달한다.

주요 개정안은 보험설계사나 의료기관 종사자와 같이 보험업 관련 종사자의 처벌 강화하는 내용이 있다.

또 유죄 확정판결 시 보험금 반환 의무 도입, 금융당국의 자료제공 요청권 도입, 보험사기 행위 알선 등의 금지, 입원 적정성 심사제도 개선 등이 있다. 

보험사기 특별법은 보험사기 과정과 사후 처리까지 전 단계에 걸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특별법만 통과되더라도 보험사기 건수가 상당 부분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금융감독원도 보험사기를 주시하고 있다. 이은해 계곡 살인사건과 같이 사망보험금을 노린 사기를 막기 위해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 행정지도를 연장한다. 사기 유인 방지를 위해 보험가입금액 30억원 초과 시 본인인증 수단을 마련하는 식이다.

보험사기는 왜 쉽게 줄지 않을까. 보험업계와 보험 가입자들은 입을 모아 보험 가입자들이 예나 지금이나 ‘낸 만큼 돌려받고 싶은’ 인식이 여전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강남 대형 안과에서 백내장 시술을 한 사례를 들어보면 “지인은 강남 안과에서 노안으로 수술도 하고 보험금도 돌려 받았는데, 나는 시기가 늦어 이득을 볼 수 없어 아쉽다”며 억울해 하는 경우도 있다. 

보험사기가 늘어나는 것은 일부 소비자들의 '체리피킹' 소비 강화도 한몫을 해 뵌다. 체리피킹은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비용 대비 효율이 뛰어나거나 인기 있는 특정 요소 만을 골라 자신에게 유리하게 소비하려는 현상을 말한다. 

 

구조적 틈새를 찾아 최대의 이익을 끌어내려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렇다 보니 수익을 챙겨주겠다는 브로커의 유인에 넘어간 보험 가입자들은 졸지에 보험 사기꾼이 되고 마는 양상이다.

법적인 제도를 보완하는 방법 외에 대안은 없을까.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에선 밤을 새워 줄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가치소비' 트렌드 마케팅을 이용해 봄직하다.


예를 들면 보험 가입 후 장기간 보험료를 충실히 납입하고 부당 청구 건이 없는 가입자에게 보상을 하는 것이다. 추첨을 통해 경품을 지급하거나 자신이 ‘건강한 가입자’라는 것을 알릴 수 있도록 수단도 제공할 수 있다.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보험 가입자들의 인식까지 바꾸기는 오랜 기간과 노력이 든다. 정보의 양이 많고 교류도 쉬운 사회에서 보험사들은 금융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도 다각도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토요경제 / 김자혜 기자 kj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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