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얼마 안 남았다”…이재용·구광모·최태원, 위기 직면한 재계에 일제히 경고
반도체·전장 불확실성 속 ‘사즉생’·‘골든타임’ 외친 총수들
재계, 위기 돌파 위해 기술투자·조직혁신 동시 압박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 2025-04-01 16:53:24
불확실성이 짙어진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위기 대응 메시지를 잇달아 던지고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은 지금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며 임직원들에게 절박함을 주문했고, 구광모 LG 대표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국내 산업 전반의 의사결정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며 제도 불확실성을 정면 비판했다.
삼성은 지난달 말부터 전 계열사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주제로 한 집체 세미나를 진행 중이다.
이재용 회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경영진부터 통렬히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기 자체보다 중요한 건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기술 중심 경영 철학도 재확인했다.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는 말로 기술 경쟁력 회복을 그룹 전체에 강하게 주문했다.
삼성은 반도체 업황 침체, AI 경쟁 격화, 내부 혁신 정체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그간의 고비용 구조와 매출 정체에 대한 반성과 함께, 조직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기감은 글로벌 현장 경영에서도 드러났다. 이 회장은 최근 중국 출장길에 올라 샤오미, BYD 본사를 연이어 방문하고, 시진핑 주석과 세계 주요 기업 CEO들이 참석한 회동에 참석하며 중국과의 전략적 연대 가능성도 점검했다. 공급망 다변화와 현지 협력 강화는 ‘탈미국’ 기류 속에서 삼성의 생존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LG그룹의 구광모 대표도 위기의식을 분명히 했다. LG 창립 78주년을 맞아 진행된 사장단 회의에서 그는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며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는 LG전자,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 CEO 30여 명이 참석했다.
구 대표는 “일부 사업이 양적 성장에만 매달리다 경쟁력이 떨어졌다”며 “전략과 실행의 불일치, 과거의 관성을 절박한 자세로 끊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LG는 최근 2차전지와 전장,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기존 사업 부문에서의 구조 혁신 없이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내부 평가도 반영된 발언이다.
그는 또 “포트폴리오 고도화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며 R&D 역시 선택과 집중을 기반으로 ‘목표 중심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는 향후 분기마다 주요 계열사의 중점 사업과 실행 현황을 직접 점검할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기업을 넘어 재계를 대변하며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지난달 취임 4주년 간담회에 나선 그는 “예측 불가능한 상법 개정 논의가 기업 판단력을 흐리고 있다”며 “초불확실성 시대에는 결정 자체를 내리기 어려워지고, 결국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SK그룹 내부에서도 비상경영 모드가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확대에 집중하고 있고, SK이노베이션은 적자 구조 탈피를 위해 비정상 사업 정리에 돌입했다.
SK는 지난해 그룹 차원에서 ‘파이낸셜 스토리 2.0’을 수립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착수했지만, 경기 둔화와 지정학 리스크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사즉생’, 구광모 대표의 ‘골든타임’, 최태원 회장의 ‘초불확실성’ 발언은 각각의 기업 상황을 반영하는 동시에, 공통적으로 지금이 변화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시점이라는 판단을 보여준다”며 “총수들이 전면에 나선 만큼, 하반기 그룹별 조직 정비와 투자 방향이 빠르게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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