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금융 이어 '통신 과점' 손보겠다는 정부...'알뜰폰 바람' 부나

알뜰폰 사업자 늘고 공시지원금 2배 확대 예고...전반적 제도 수술 불가피
일각선 "기존 이통3사 체제개편 위한 '제4이통' 재추진 가능성 높이"분석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3-02-24 16:36:31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3년 공정거래 정책 방향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의 과점 구조를 철폐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 데 이어 정부가 통신업계도 과점 구조를 손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이통사가 독과점하고 있는 통신시장의 경쟁 체제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금융기관들이 '이자 장사'로 고수익을 내 돈잔치를 벌인 것에 대해 국민적 비난이 쏟아지면서부터 시작된 일부 라이선스 사업자가 독식하는 과점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쇄신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3일 경쟁을 제한하는 영업정책, 불공정 약관 점검, 경쟁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계획 등을 골자로하는 '금융·통신 분야 경쟁 촉진 방안'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금융이나 통신과 같은 '공공재' 성격이 강한 분야의 경쟁 체제를 강화하라는 특단의 조치를 지시한 지 8일 만에 경쟁당국인 공정위가 기존 이통 3사 중심의 과점구조를 철폐하겠다는 대안으로 화답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금융과 통신은 국민의 삶과 떼내야 뗄 수 없는 필수 서비스로 이런 분야에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지 않으면 피해는 힘없는 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 간다"며 고착화된 과점 구조에 매스를 댈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알뜰폰 점유율 미미...경쟁력 기반 강화 적극 추진

한기정 공정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통신과점 체제 개혁의 대안으로 제시한 골자는 시장 진입장벽을 낮춰 신규 알뜰폰 사업자의 추가 진출을 적극 유도하고, 휴대전화의 보조금 상한선을 높여 3대 대형 이통사 위주의 통신시장 과점 구조를 타파하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공정위는 우선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 3사의 독과점을 견제할 수 있도록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적극 유도하는 한편 독립,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사업 기반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의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 3사의 견제역할을 전혀 못할만큼 이통 3사의 과점구조가 탄탄하다는 것이다. 실제 작년 11월 기준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 중 알뜰폰 가입자 비중은 13.0%(720만4천명)에 불과하다.


4년 전인 2018년 12월 기준 12.7%(708만2천명)에서 단 0.3%포인트 늘어난 데 그친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는 알뜰폰 사업자가 대형 이통사 대비 가격경쟁력이 앞서고 있음에도 3대 이통사의 과점의 장벽이 높다는 방증이다. 그나마도 이통 3사의 자회사인 5개 사업자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이 점차 늘어 전체 알뜰폰 사업자 점유율의 50%를 웃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알뜰폰 사업의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력있는 알뜰폰 사업자의 신규 진출을 유도하는 한편 현재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기간통신사업자(SKT)의 통신망 도매 제공 의무를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통신 시장 과점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공정위가 추진할 또 하나의 정책은 기존 보조금 상한선을 15%에서 30%로 두 배 높인다는 것이다. 

 

통신시장 정상화란 명분을 내걸고 보조금을 15%로 못박은 것인데, 이것이 기존 이통3사에게 유리하고 후발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을 낼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휴대폰 대리점이나 판매점의 단말기 보조금을 더 늘림으로써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쟁 기반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의 혜택을 늘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겠다는 취지이다. 현재 단말기 보조금을 30%까지 높이는 법안은 국회 계류 중인데, 이를 다시 적극 추진한다는게 정부의 방침이다.

尹대통령 의지 강해 향후 '과점 깨기' 탄력받을 듯

3대 통신사에게만 유리한 보상 및 배상 약관도 불공정 약관으로 규정, 대대적으로 수술할 예정이다. 정부가 불공정하다고 보는 대표적인 것은 이동통신 및 IPTV 사업자가 최소 2시간 이상의 서비스 장애가 있는 경우에만 배상하도록 규정된 조항이다. 또한 이통 3사의 5G 과장 광고 사건을 제재할 지 면밀히 심사하기로 했다.


통신시장의 과점구조에 대한 대수술은 윤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에서 향후 강한 추진력을 받을 것이 확실시된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대통령이 국민의 과도한 부담을 유발하는 과점 체제의 지대 추구 행위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확실히 강구하라"고 각별히 지시했다고 전했다.


김 수석은 "금융·통신의 과점 체제 타파와 공정 경쟁은 윤 대통령의 핵심 국정 철학 중 하나"라며 "독과점 경쟁이 실질적으로 작동해 국민이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윤 대통령이 보고받은 대책의 실행을 지속적으로 챙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통신산업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즉시 통신시장경쟁촉진 정책방안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하고 매주 실무 분과 회의와 전문가 간담회, 공개 토론회 등을 개최해 알뜰폰 사업 활성화를 통한 통신시장 경쟁체제의 전면개편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윤 대통령이 통신시장에 실효성 있는 경쟁 시스템 도입을 강력히 주문하고 관련부처가 곧바로 행동에 옮기기 시작하면서 제4이통사 선정 작업이 강한 탄력을 받을 지 주목된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신규 이통사 선정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왼쪽)이 지난 20일 '통신시장 경쟁촉진 정책방안 TF' 킥오프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과기정통부는 KT와 LG유플러스로부터 회수한 5G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을 신규 사업자에게 연내 할당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사실상 제4이통 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알뜰폰 사업자 부양만으로는 기존 3대 이통사의 탄탄한 아성을 깨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에서, 강력한 제4이통사를 통해 20년간 고착화된 통신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깨고 통신비를 인하하는 경쟁 체제를 갖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제4이통' 재추진 탄력...정통부, "올해안에 사업자 선정"

제4이통사 선정작업은 2010년부터 본격 추진돼왔으나 대기업들의 외면과 일부 추진업체의 자본력 부족 등으로 신규 사업자 선정에 실패를 거듭, 박근혜 정부시절에 아예 중단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 이후엔 제4이통 대신 알뜰폰 시장 활성화에 통신경쟁정책의 방점이 찍혔었다.


문제는 이통사업이 과거와 달리 고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인데, 정부는 이를 감안해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신규 사업자의 경우 5G 28㎓ 주파수 대역을 독점 사용할 수 있고 전국 서비스는 기존 망을 활용, 신규사업자의 초기 투자비 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신규 사업자는 300개 안팎의 핫스팟 지역만 망을 깔면 되기 때문에 투자비 약 3000억원에 운영자금 포함 5천억원 남짓에 시장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제4이통 사업자 선정을 재추진하고, 통신정책의 방향이 3대이통사의 과점구조를 깨는데 모아짐에 따라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제4이통 사업자 선정에 참여가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금융권, IT 대기업군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만큼 제4이통에 대한 관심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TF를 통해 제4이통사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고 오는 2분기에 주파수 할당방안을 공고해 4분기 중 신규 사업자 선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산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과점사업자들이 고수익을 올려 자신들의 돈잔치에만 혈안이란 지적을 받고 있어 정부의 과점구조 깨기 정책은 여론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제하며 "금융과 통신에서 시작된 과점사업의 경쟁구조개혁의 칼끝이 다음엔 어디로 향할 지 궁금하다"고 입을 모았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