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중앙일보 인수전 탈락에도 책임론…이사회 M&A 역량 표기 5명 중 1명

다우키움·CJ 우선협상대상자 선정…투자 결정 경위는 의문
이사회 25차례 반대표 0건 지적…오너 보수·자금 운용도 논란
FCP "2.1조 금융자산 주주환원 확대해야"…내달 13일까지 답변 요구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2026-10-20 17:07:42

▲ 오리온 본사 이미지/사진=오리온

 

오리온이 중앙일보 인수전에서 밀려났지만 투자 결정 과정에 대한 책임 논란은 남았다. 행동주의 투자사들이 본업과 거리가 있는 신문사 인수 추진의 타당성을 문제 삼으면서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과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까지 쟁점으로 떠올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앙일보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전날 마감된 본입찰에서 다우키움·CJ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오리온 등 나머지 인수 후보들은 선정되지 못했다.

인수전의 향방은 정해졌지만 오리온(대표 이승준)이 식품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신문사 인수를 추진한 배경과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특히 오리온이 공개한 이사회 역량 구성표에는 투자·인수합병(M&A) 역량을 갖춘 것으로 표시된 이사가 전체 5명 중 허인철 부회장 한 명뿐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오리온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됐다. 이승준 대표이사가 의장을 맡고 있으며, 사외이사인 노승권·송찬엽 이사는 검사장 출신, 이현규 이사는 지방국세청장 출신이다.

오리온의 이사회 운영 규정은 신규 사업 결정과 중요한 계약 체결, 대규모 투자 등을 이사회 심의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사회 역량표만으로 투자 심사 능력이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중앙일보 인수 추진 과정에서 이사회가 사업적 타당성과 재무적 위험을 어떤 기준으로 검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사회 운영 실태도 논란이다.

미국계 행동주의 투자사 터톤캐피탈은 지난 19일 공개서한에서 2025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열린 오리온 이사회 25차례에서 반대표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만장일치 자체가 부실한 의사결정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대규모 투자에 대한 이사회의 독립적인 검토와 견제 기능이 충분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터톤캐피탈은 중앙일보 인수에 따른 부채와 지급보증 등을 포함한 자금 부담을 약 6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예상 세전 수익률도 약 4%로 오리온 식품사업의 자기자본이익률 22%에 크게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는 투자사 자체 분석으로, 오리온의 확정 투자금액이나 예상 수익률은 아니다.

행동주의 투자사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도 같은 날 오리온 이사회에 공개서한을 보내 투자 결정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FCP는 중앙일보가 올해 상반기 92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점을 거론하며 제과업과 신문업 사이의 사업적 시너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상현 FCP 대표는 공개서한에서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인수 추진 배경과 의사결정 주체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FCP는 앞서 2024년 발표된 리가켐바이오 투자도 거론했다. 당시 오리온은 5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FCP는 본업과 연관성이 낮은 대규모 투자가 반복되는 만큼 자본 배분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너 일가의 보수 체계도 문제 삼았다.

FCP에 따르면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은 2013년 이후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의 등기이사를 맡지 않으면서도 양사에서 보수를 받고 있다.

FCP는 두 사람의 보수를 이사 보수한도에 포함할 경우 2021년 이후 승인 한도 초과액이 총 142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는 비등기임원 보수까지 포함한 가정에 따른 계산이다. 실제 보수가 법률상 한도를 초과해 지급됐거나 위법행위가 확인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FCP는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오너 일가가 등기이사로 참여해 법적 책임을 지거나 보수 수령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허인철 부회장과 이승준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의 보수를 주가와 연동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주주환원 정책도 쟁점이다.

FCP는 오리온의 순현금과 금융자산을 약 2조1000억원으로 추산하면서 배당수익률은 2.8%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잉여현금을 비핵심 사업에 투자하기보다 주주환원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오리온이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배당금은 1384억원으로 전년보다 40% 증가했다. 배당성향은 36.2%였으며 회사는 향후 배당성향 상향과 연 2회 배당을 검토하고 있다.

오리온은 국내외 생산시설 확충에도 8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진천 통합센터와 베트남 하노이 3공장, 러시아 트베르 공장 증설 등이 대상이다.

따라서 추가 주주환원 규모는 기존 설비투자와 성장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다.

FCP는 이 밖에 제과사업과 생산·유통 역량을 공유할 수 있는 펫푸드 사업 진출을 새로운 성장 방안으로 제안했다.

FCP는 지난 9월 15일 오리온에 이사회 면담과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했지만 실질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개서한에 대해서는 오는 11월 13일까지 공식 회신을 요구했다.

20일 오후 기준 오리온은 두 행동주의 투자사의 요구에 대한 공식 입장을 공개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인수 추진 과정의 이사회 심의 여부와 투자 판단 근거도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태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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