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밖으로 나가는 게임사들…신작에 PC·콘솔 ‘기본값’
모바일 성장 둔화 속 글로벌 이용자 확보 나서
플랫폼 넓힐수록 개발비·마케팅 부담도 확대
출시 자체보다 완성도·글로벌 흥행 성과가 관건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 2026-06-10 17:26:29
국내 게임사들이 모바일 중심의 흥행 공식에서 벗어나 PC와 콘솔을 함께 겨냥한 신작을 늘리고 있다. 과거처럼 국내 모바일시장에 먼저 게임을 내놓은 뒤 다른 플랫폼으로 확장하기보다 신작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PC·콘솔 이용자를 함께 고려하는 방식이다.
PC·콘솔 동시 출시는 최근 처음 등장한 전략은 아니다. 다만 모바일게임 성장세가 둔화하고 중국 게임사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요 게임사의 핵심 신작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1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서머 게임 페스트(SGF) 2026’에서 국내 게임사들의 PC·콘솔 신작이 잇달아 공개됐다.
엔씨의 ‘길드워3’,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블러드레인’,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이 대표적이다. 장르와 플랫폼 구성은 제각각이지만, 글로벌 PC·콘솔 이용자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국내 게임사의 확장 전략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SGF 출품작 외에도 주요 게임사들은 PC·콘솔 라인업을 꾸준히 넓히고 있다.
넥슨은 글로벌 PC·콘솔 시장에서 성과를 낸 ‘아크 레이더스’에 이어 관련 신작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넷마블도 모바일 중심 라인업에 더해 ‘이블베인’ 등 PC·콘솔 협동 액션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와 ‘서브노티카’ 등 PC·콘솔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플랫폼에 신작을 공급하고 있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역시 PC와 콘솔을 함께 겨냥한 대형 작품으로 출시돼 글로벌 누적 판매량 500만장을 넘어섰다. 이들 작품의 성과는 국내 게임사들이 모바일 밖에서도 글로벌 이용자와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엔씨는 ‘신더시티’와 ‘타임 테이커즈’ 등을 통해 기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의 라인업에서 벗어나 PC·콘솔과 슈팅 장르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북미·유럽 등 해외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출시작의 콘솔 지원도 확대하는 흐름이다. 내부 관계자는 “모바일시장만으로 이용자층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콘솔 쪽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시장에서 모바일게임은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게임시장 매출 중 모바일게임 비중은 59.0%였다. PC게임은 25.2%, 콘솔게임은 5.0%를 차지했다.
세계 시장에서도 모바일게임이 최대 플랫폼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4년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은 1085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콘솔게임 시장은 537억1200만달러로 모바일에는 못 미쳤지만 온라인 PC게임 시장(383억6200만달러)보다는 컸다.
그러나 한국 게임의 세계 콘솔시장 점유율은 1.6%에 불과하다. 온라인 PC게임 11.5%, 모바일게임 9.5%와 비교하면 아직 영향력이 낮다.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는 글로벌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도전할 여지가 큰 시장인 셈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PC와 모바일 이용 비중이 높지만 북미와 유럽에서는 콘솔 이용자가 많다”며 “단순히 출시 플랫폼을 넓힌다기보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방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국내 게임사의 개발 역량이 PC와 모바일에 집중돼 있었지만 콘솔 개발 경험이 쌓이면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작품이 늘고 있다”며 “최근 공개된 주요 프로젝트 상당수가 여러 플랫폼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C판을 먼저 출시한 뒤 한참 뒤에 콘솔판을 추가하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PC판을 통해 게임 평가와 주요 콘텐츠가 이미 공개된 이후 콘솔판이 나오면 이용자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만큼, 최근에는 여러 플랫폼에서 비슷한 시기에 출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PC·콘솔 확대가 곧바로 새로운 수익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콘솔은 모바일이나 PC와 조작 방식과 사용자환경이 달라 별도의 개발 작업이 필요하다. 플랫폼별 성능에 맞춘 최적화와 인증 절차도 거쳐야 한다.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PC 화면에 맞춘 아이콘과 조작 구조를 콘솔의 제한된 버튼으로 구현하려면 스킬과 사용자환경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며 “사실상 게임 두 개를 동시에 만드는 것과 비슷해 개발비와 인력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글로벌 마케팅 부담도 커진다. 국내 게임쇼뿐 아니라 SGF와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등 해외 행사에서 게임을 알리고 현지 퍼블리셔나 해외 법인을 활용해야 한다. 국내 모바일게임에서 사용하던 마케팅과 운영 방식만으로 북미·유럽 이용자의 선택을 받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글로벌 PC·콘솔 시장에서는 유명 지식재산권(IP)과 대규모 개발비를 앞세운 해외 대작과도 직접 경쟁해야 한다. 또한 모바일게임에서 익숙했던 확률형 아이템과 장기 라이브 서비스 중심의 수익모델이 PC·콘솔 이용자에게 그대로 통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국내 게임사들이 2023년 이후 산업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공략과 콘솔 플랫폼 도전, 장르 다변화를 추진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고사양 PC와 콘솔 기기의 구매 비용 상승은 게임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국내 게임사의 PC·콘솔 확대는 모바일게임을 곧바로 대체하기보다 글로벌 이용자와 매출원을 넓히기 위한 전략에 가깝다. 신작의 출발선을 글로벌 시장으로 옮기는 흐름은 분명해졌지만 실제 성패는 출시 플랫폼의 수가 아니라 게임 완성도와 해외 이용자 평가, 장기 판매 성과에서 갈릴 전망이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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