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000 시대의 역설…마통 증가 ‘빚투’로 끌고 가는 개인 투자자

밸류업·상법 개정 기대에 시장 낙관론 확산
5대 은행 마통 40조·신용융자 35조원대…레버리지 부담 커져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 2026-05-11 16:41:27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밸류업 정책과 상법 개정 기대감 속에 은행권 마이너스통장과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동시에 불어나며 레버리지 부담도 커지는 모습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7일 기준 개인 마이너스통장 대출 잔액은 40조502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39조7877억원에서 3영업일 만에 7152억원 늘어난 수치다. 잔액 규모로는 2023년 1월 말 이후 3년4개월 만의 최대 수준이다. 

 

▲ 코스피 7000선 돌파와 함께 마이너스통장·신용거래융자가 동시에 늘며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투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사진=토요경제DB

 

증권 계좌를 통한 차입 매수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말 36조원을 넘어섰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7일 기준 35조5071억원을 기록했다. 지수 급등 이후 일부 조정 흐름이 나타났지만, 지난 3월 전고점인 33조6945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은행권 신용대출뿐 아니라 증권 계좌 내 레버리지 투자까지 함께 불어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적 매수 성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개인이 끌어올린 7000선…5060까지 번진 ‘빚투’

이번 강세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개인투자자의 수급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과거 상승장에서 개인 자금이 외국인 매물을 받아내는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개인이 강세장을 떠받치는 주요 수급 주체로 자리 잡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공격적 매매 성향이 강했던 2030세대를 넘어 안정적 자산 운용을 선호하던 5060세대까지 시장 참여가 넓어지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신용융자잔고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매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정부의 자본시장 친화 정책과 밸류업 기조가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 회복과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단기 급등 이후 밸류에이션 부담과 금리·지정학적 변수 등은 향후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개인들이 높은 대출 이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주식 비중을 늘리는 배경에는 주주환원 강화 기대도 자리하고 있다. 밸류업 정책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상법 개정 흐름이 맞물리면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증시의 구조적 저평가가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형성되고 있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이 주가 하방을 지지할 것이라는 인식 역시 빚투 심리를 자극하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직장인 투자자 A씨는 “처음부터 빚까지 낼 생각은 없었지만 투자를 하다 보니 시드머니가 아쉬웠다”며 “한국 증시 수익률 흐름이 좋았고 투자금이 커지면 수익도 더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밀어주니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밸류업 정책 압박으로 기업들이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며 “배당 성향 강화 역시 주가 하방을 일정 부분 받쳐줄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했다.

또 “로스컷 기준을 정해두고 원금에 타격이 올 것 같은 지점에서는 일부 대출을 상환하며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상승장 땐 수익, 조정장 땐 부담”…커지는 변동성 우려

다만 은행권에서는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를 모두 주식 매수 목적 대출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은 생활자금, 단기 유동성 확보, 기존 부채 관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 만큼 증시 강세와 직접 연결해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근 증시 상승과 함께 마이너스통장·신용대출 관련 문의가 일부 늘어난 것은 현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면서도 “생활자금이나 단기 유동성 확보, 기존 부채 관리 등 다양한 목적이 혼재돼 있어 이를 모두 투자 수요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경우 차입 자금은 차주의 상환 부담과 신용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관련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정책 기대와 유동성 이동이 맞물린 현재의 강세장이 이어지려면 기업 실적과 주주환원 이행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 변동성이나 대외 변수까지 겹칠 경우 레버리지를 활용한 개인 매수세가 빠르게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정책 효과가 개인의 위험 선호를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도록 정교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증시 낙관론이 신용 매수 확대로 이어지는 국면일수록 투자자 역시 배당수익률뿐 아니라 대출금리, 세후 수익률, 주가 변동성, 상환 여력 등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