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배달앱 ‘무료배달’의 계산서는 어디로 가나
배달비 0원 경쟁 재점화…비용 구조 투명성은 숙제로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 2026-05-29 08:00:49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배달앱에서 ‘무료배달’만큼 직관적인 문구도 드물다. 소비자는 배달비 부담을 덜고, 플랫폼은 주문을 늘리고, 점주는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 붙는다.
이런 와중에 쿠팡이츠가 오는 8월31일까지 일반회원에게도 배달비 0원 혜택을 제공하고 관련 비용은 회사가 전액 부담하겠다고 밝히면서 배달앱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겉으로 보면 소비자에게는 반가운 행사다. 음식값과 별도로 표시되는 배달비가 사라지는 만큼 결제 단계에서 체감하는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입점 매장 입장에서도 주문 유입이 늘어난다면 단기 매출 확대를 기대할 여지가 있다. 쿠팡이츠가 이번 프로모션을 소비자 부담 완화와 입점 매장 매출 확대 차원에서 설명하는 이유다.
쿠팡이츠의 반론도 이 지점에 맞춰져 있다.
회사는 무료배달 비용을 입점업체에 전가하지 않고 있으며 무료배달 프로모션 전후 1년간 입점업체의 주문 건당 부담금이 약 5% 줄었다고 설명했다.
쿠팡이츠 측은 프로모션 적용 이후 상점당 매출이 98% 증가했다는 회사 데이터도 제시했다. 무료배달이 단순한 출혈 경쟁이 아니라 소비자와 점주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판촉이라는 주장이다.
이 설명을 무시할 수는 없다. 배달비 부담 완화가 주문 확대로 이어질 수 있고, 플랫폼이 비용을 부담하는 한시 프로모션이라면 점주에게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가능성은 있다. 소비자단체 일각에서 고물가 상황 속 무료배달을 소비자 부담 완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무료배달이라는 말이 배달앱 시장의 비용 구조까지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배달 한 건에는 라이더 정산비, 플랫폼 운영비, 중개수수료, 광고비, 쿠폰 비용이 함께 얽혀 있다. 소비자에게 보이는 배달비가 0원이 되더라도 플랫폼 안에서는 여전히 비용과 수익의 계산이 오간다.
소상공인 단체들이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무료배달 경쟁이 반복될수록 플랫폼이 당장의 마케팅 비용을 나중에 수수료나 광고비, 앱 내 노출 경쟁을 통해 회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배달앱 시장에서는 2024년 경쟁이 격화된 가운데 배달의민족이 중개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올린 전례가 있다. 당시 외식업주들은 배달비와 카드 수수료에 중개수수료까지 더해지면 남는 몫이 줄어든다고 반발했다.
물론 쿠팡이츠의 이번 무료배달 확대가 곧바로 같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회사도 입점업체 추가 부담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과거 무료배달 경쟁이 수수료 인상 논란과 맞물렸던 기억이 남아 있는 만큼 점주들이 비용 전가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 역시 근거 없는 불안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무료배달 경쟁은 할인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는 무료배달에 익숙해지고 점주는 주문 유입이 많은 플랫폼을 외면하기 어려워진다. 플랫폼은 더 많은 이용자를 묶어두기 위해 혜택을 키우고 경쟁사는 이를 따라가는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시장 점유율은 움직이지만 비용 부담의 최종 위치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무료배달의 평가는 소비자 화면에 뜨는 0원만으로 끝날 수 없다.
공짜 배달은 없다. 다만 계산서가 당장 보이지 않을 뿐이다. 무료배달이 소비자 혜택으로 남으려면 그 비용이 어디서 발생하고 어디로 흘러가는지부터 투명해져야 한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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