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人] 30년 ‘원클럽맨’ 구원 투수의 도전,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김자혜

kjh@sateconomy.co.kr | 2024-04-03 16:26:27

▲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는 지난해 장수 증권CEO의 칼바람 속에서 3연임했다. 다만 올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초대형IB 도약 등의 과제를 안고 있어 부담도 만만찮다. <사진=대신증권>

 

증권가에 한 차례 세대 교체 칼바람이 불면서 장수 CEO들이 속속 떠난 가운데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는 3연임에 성공해 눈길을 끈다.

 

대신저축은행에 이어 대신증권도 적자에서 흑자 전환하며 구원투수로 맹활약한 오익근 대표. 그는 올해 대신증권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도약시키고 초대형IB에 진입시키는 막중한 과제를 맡았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지난달 23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이로써 대신증권의 자기자본(별도 기준)은 3조853억원을 달성했다.
 

대신증권이 자기자본 3조원을 채운 이유는 올해 추진 중인 종투사의 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다. 대신증권은 1962년 삼락증권으로 설립된 전업증권사다. 60여 년 간 국내 증권가에서 IMF 외환위기 직전까지 당시 대우·동서·쌍용·LG증권과 국내 5대 증권사로 손꼽혔다. IMF 위기에 이들 증권사는 문을 닫거나 피인수됐다.
 

대신증권은 5대 증권사에서 나 홀로 살아남았지만, 경쟁사의 외형 확장세에 다소 밀렸다. 올해 종투사 도전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중요한 과업이다. 오익근 대표는 앞서 운영 전략, 수익 다각화 등 여러 면에서 탁월한 자질을 보여준 바 있다.

◆ 적자에서 흑자 전환, 투자금융 중심 본업 경쟁력 ‘통했다’
 

오익근 대표는 2013년 대신저축은행 대표에 선임된 후, 순손실 99 억원의 실적을 바로 다음 해 흑자전환 시켰다. 재임 기간 5년을 거치면서 대신저축은행은 업계 10위에 올랐다.
 

오익근 대표는 2020년 1월 나재철 전 대표에 이은 대신증권을 맡았다. 대신저축은행과 같이 당시 대신증권은 위기였다. 라임자산운용펀드 관련 부채, 부동산 투자사업 비용 등으로 같은 해 2분기 연결 기준 순손실 283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연간 실적은 반전했다. 대신증권의 202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490억 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14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643억원으로 74.8% 늘었다.
 

이듬해 2021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895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4.4%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6292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8% 증가했다.
 

대표 취임 전까지 IB 사업단장을 맡아온 오 대표가 강화한 투자금융 전략이 주효했다. 대신F&I가 진행한 대규모 부동산 개발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급 주택 나인원한남 사업과 부동산금융을 비롯한 투자금융(IB)이 실적을 견인했다.

 

기업공개(IPO)와 부동산 PF가 호조를 보였고 자산관리(WM)와 위탁매매도 고르게 성장했다.
 

2022년은 하반기 증시 불황의 여파로 잠시 주춤했다. 매출액은 4조 231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이 1317억원으로 66.97%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주춤했다.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가 9월 기준 1조 원을 넘으면서 충당금 적립으로 영업이익 규모가 감소한 영향이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156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7% 증가했다. 특히 IPO 주관 실적은 총 1867억 원으로 중소형 증권사 가운데 가장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30년 대신맨이 세우는 ‘초대형 IB’ 지렛대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은 연초 창립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올해 목표로 증권의 자기자본 4조 달성, 초대형 증권사 진출을 그룹 전략목표로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증권업계는 자기자본 4조 원이 넘는 증권사가 아홉 개나 있고 사업 분야는 이미 기존 증권사들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놓고 있다. 자기자본 4조를 달성한다면 대신증권은 명실상부 업계 최고 수준의 증권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도 올해 종투사 진입과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까지 강력한 드라이브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대신증권은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종투사 기본 요건 자기자본 3 조원은 안정적으로 넘겼다. 하지만 당초 예정한 4월 중 투사 신청은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미뤘다. 추진 중인 사옥을 매각하고 충분한 자기자본 확충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NH-아문디자산운용과 협의 중인 사옥 매각 규모는 약 7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유상증자 후 확보된 자기자본 3조853억 원에 매각 자금을 더하면 초대형 IB 승인 조건 4조 원에 가까워진다. 초대형 IB는 발행어음 사업 진출이 가능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수 있고, 만기 1년 어음을 자기자본의 2배로 발행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기자본은 빠르게 8조 원에 도달할 수 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중 자기자본 3조 원을 달성해 국내 열 번째 종투사 신청 예정”이라며 “4분기 별도 자기자본은 2조8500억 원으로 대형사 지정 시 IB 영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재무 요건 뿐만 아니라 재무 건전성 확보,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 대주주 적격성 등을 충족해야 한다. 

 

이에 재무적 상황도 점검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신용평가는 “향후 업무 영역 확대에 걸맞은 영업 경쟁력 확보와 적절한 리스크 관리 등 이익창출력의 양적, 질적 개선과 지속적인 자본 성장, 시장 지위 제고 등 실질적 성과가 중요하다”고 했다.

 

종투사, 초대형 IB 등 나아갈 단계가 많은 만큼 오익근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오 대표는 먼저 걸어온 길은 새로운 도약에 더 나아가 이익 창출력까지 이미 실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원클럽 맨'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토요경제 / 김자혜 기자 kj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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