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로봇 20만대 시장 만든다…내년 1700대 ‘첫 구매자’

화재·구조·우편·뿌리산업부터 공공구매…2028년 공기업·지자체로 확대
레인보우로보틱스·두산로보틱스·원익로보틱스 등 양산·실증 경쟁 본격화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 2026-09-30 16:26:15

▲ 한성숙 국무총리가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30년까지 인공지능(AI) 로봇 20만대를 산업·공공 현장에 보급하고, 내년에는 1700대 이상을 직접 구매한다.

기술개발비를 지원하던 방식에서 정부가 초기 구매자가 돼 시장과 실증 사례를 먼저 만드는 방식으로 로봇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다.

 

이에 따라 레인보우로보틱스·두산로보틱스·원익로보틱스·로보티즈·뉴로메카 등 국내 로봇기업에는 연구개발보다 가격·양산능력·현장 성능을 입증하는 단계가 빨라질 전망이다. 다만 정부가 개별 기업의 구매 물량을 정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30일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제9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열어 AI로봇·피지컬AI 확산 방안을 확정했다. 내년부터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 등 위험 업무, 우편 분류와 뿌리산업 등 인력난이 심한 현장에 로봇 1700대 이상을 우선 투입한다. 2028년부터는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까지 보급 대상을 넓히고 구매보조금·렌털 지원과 규제개선으로 민간 수요를 끌어낸다.

한 총리는 “첨단산업 투자를 확대하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같은 날 로봇·방산·이차전지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신규 지정도 확정했다. 로봇을 개별 제품 산업이 아니라 반도체·배터리처럼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공급망을 묶어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정책에서 주목할 대목은 1700대라는 숫자보다 구매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달 휴머노이드 육성계획에서도 2027년 국산 휴머노이드 250대를 직접 구매하고, 4족 보행 등 비휴머노이드까지 포함하면 공공구매 규모를 약 1700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는 이를 소방·구조·우편·제조 현장의 수요와 연결해 피지컬AI 확산정책으로 구체화했다.

로봇기업에는 ‘납품 실적’이 중요해진다. 신생 로봇은 기술력이 있어도 현장에서 장기간 운용한 기록이 부족하면 민간기업이 대량 도입하기 어렵다. 정부가 먼저 구매해 안전성과 생산성, 유지보수 비용을 검증하면 기업들은 이를 민간·해외시장 진출 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정부도 2024년 로봇 기본계획에서 국내 실적을 쌓아 해외시장으로 진출시키겠다는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기업별로는 사업 영역이 다르다. 삼성전자가 최대주주인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와 이동형 로봇,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로보티즈는 액추에이터와 휴머노이드, 원익로보틱스는 로봇핸드·조작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피지컬AI 투자를 키우고 있다. 이들 기업 모두 정책 영향권에 있지만 실제 공공구매 사업자는 향후 조달·실증 절차에서 결정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3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기존 정책과의 차이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24년 이미 2030년까지 제조·서비스업 전반에 로봇 10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번 20만대는 AI로봇과 피지컬AI에 초점을 맞춘 수요 창출 계획이다. 두 숫자의 대상 범위가 달라 100만대 목표가 20만대로 축소됐다고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역할은 이제 연구개발 지원자에서 첫 고객으로 넓어졌다. 다음 관건은 1700대가 단발성 조달로 끝나지 않고 반복 주문으로 이어지느냐다. 공공 현장에서 생산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기업이 민간 제조업과 해외시장까지 계약을 확대할 경우 20만대 계획은 실제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실증과 양산 사이를 넘지 못하면 보급 숫자만 늘고 국내 로봇기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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