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형마트 규제 풀어도 소비자는 저절로 돌아오지 않아

온라인 매출 60.8% 시대…규제 완화와 함께 ‘마트에 갈 이유’ 다시 만들어야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2026-08-28 18:30:09

▲ 경제부 김은선 기자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14년 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이 온라인 장보기 시대에도 유효한지 따져볼 때다.


시장은 규제를 도입한 2012년과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대형마트의 경쟁 상대는 길 건너 전통시장이나 동네 슈퍼에만 머물지 않는다. 소비자는 밤에 주문한 식품과 생필품을 다음 날 아침 새벽배송으로 받고, 주문한 지 수십 분 만에 퀵커머스로 물건을 받아본다.


산업통상부가 최근 발표한 7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통계도 이 같은 변화를 보여준다. 전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6.4% 늘었지만 대형마트 매출은 11.2% 감소했다. 5개월 연속 역성장이다. 기업형슈퍼마켓(SSM)도 2.9% 줄어 8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면 온라인 매출은 8.5% 증가했고 전체 유통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8%까지 높아졌다.


규제 완화는 필요하다. 특히 영업시간 제한에 연동된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의 온라인 새벽배송 제한은 소비자의 선택권과 업계의 경쟁력을 함께 제약하는 낡은 규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한 지역을 분석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에서도 대형마트 매출은 늘었지만 전통시장과 농축수산·전통유통 업태의 매출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줄었다는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형마트 매출 증가가 곧 전통시장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는 단순한 공식만으로 현재의 규제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규제를 푼다고 대형마트가 다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영업시간이라는 한쪽 손을 풀어준다고 이미 온라인 장보기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저절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대형마트가 잃은 것은 영업시간만이 아니라 ‘굳이 매장에 가야 할 이유’이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체험형 매장과 행사, 롯데마트의 신선식품 물류 투자는 그 이유를 다시 만들려는 시도다. 가격 경쟁력 있는 신선식품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게 하고, 외식과 여가를 결합해 가족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발견의 즐거움을 제공해야 한다. 결국 대형마트는 물건을 쌓아두고 파는 장소에서 장보기 경험을 설계하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 역시 대형마트의 손발을 묶는 방식에만 기댈 수 없다. 소상공인이 스스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지역 상권도 각자의 차별화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시대가 바뀌었다면 보호의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대형마트 규제 완화는 늦었지만 필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그것이 결승선은 아니다. 소비자가 다시 마트를 찾을 이유를 만드는 일은 결국 유통업체 스스로의 몫이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