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반도체 시장 최후의 보루 파운드리마저 성장세 꺾이나
트렌스포스, "올 시장 규모 4% 감소" 관측...지난 3년간 20%대 증가서 하락반전
파운드리 1위 TSMC의 강세도 주춤해질듯...삼성도 반도체실적 악화 가속화될듯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3-01-19 16:17:21
혹한기에 진입한 반도체 시장의 최후의 보루였던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마저 올해는 강한 상승세가 꺾이고 하락세로 반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는 전방산업의 총체적인 수요 위축과 판매가격 하락으로 시장규모가 크게 감소한 것과 달리, 파운드리만큼은 지난해에도 성장세를 멈추지 않는 저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삼성전자, 인텔,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엔비디아 등 글로벌 메이저 반도체업체들이 심한 실적부진에 휘청거리고 있음에도 파운드리 절대강자 대만 TSMC는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어나며 반도체 전체 1위를 공고히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권에서 비켜나 있던 파운드리 시장이 올해는 전체 매출이 전년대비 4% 가량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좀처럼 기세가 꺾이지 않을 것 같던 파운드리마저 글로벌 수요침체의 영향권에 들어온 것이다.
3년 연속 20%대 성장서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 예상
19일 대만의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은 작년보다 4%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파운드리 매출은 2020년 24.0%, 2021년 26.1%, 지난해 28.1% 등 지난 3년간 고성장세를 이어왔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복합위기 여파로 세계적인 인플레와 경기침체 현상이 가속화, 반도체 시장 역시 큰 폭의 하락세로 돌아섰음에도 파운드리는 20%대의 놀라운 성장세를 지속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하기는 힘들어 올해 첫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경기 상황은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라며 "개별 파운드리의 가동률 회복도 예상만큼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파운드리 하락 반전의 배경을 설명했다.
트렌드포스는 이어 "미·중 반도체 패권 다툼으로 중국을 기반으로 한 칩 생산 비중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제하며 "공급망 전반에 걸쳐 지리적 재편성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주요 반도체에 대한 주문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고성능 반도체 주문이 많은 서버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이처럼 파운드리의 초강세가 한 풀꺾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파운드리 업계 독보적 1위인 대만 TSMC의 기세도 일단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TSMC는 매출구조상 파운드리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파운드리 수요와 가격변화에 가장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사실 TSMC는 견고한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세와 점유율 50%를 크게 웃도는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혹한기를 무색케하는 우량한 실적을 자랑한다. 작년 4분기에 TSMC의 2959억 대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78% 증가했다. 극도의 부진속에 어닝쇼크를 보여준 삼성전자와는 정반대 양상이다.
한국 VS 대만, 반도체1위 경쟁에 변수로 작용할듯
파운드리마저 시장이 위축된다는 것은 삼성전자에게도 매우 우울한 소식이다. 삼성은 TSMC와 파운드리 부문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거의 유일한 라이벌인데다, 삼성이 메모리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파운드리에 대한 투자를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부진 속 파운드리에 희망을 걸어온 삼성의 실적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작년 3분기 파운드리 매출은 55억8천400만 달러로 시장 점유율은 15.5%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패권 경쟁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메모리 비중이 큰 한국이 매출이 쪼그라들며 대만에게 반도체 1위국 자리를 빼앗겼는데, 파운드리 시장이 크게 위축된다면 대만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그렇다.
실제 지난해 대만의 반도체 수출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지만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1% 성장에 그쳐 결국 수출규모가 역전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대만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의 반도체칩 수출액이 약 1841억달러(227조2530억원)를 기록해 전년도 대비 18.4% 증가했다. 7년 연속 증가세로, 두자릿수 증가도 3년 연속이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이 단 1% 성장에 그치며 1292억달러(159조4974억원)에 머물렀다. 대만과는 약 550억달러의 격차를 보였다. 수치 상으로는 역대 최고 실적이지만, 성장률면에서 대만에 크게 뒤쳐지며 반도체 세계 최강국이란 위상에 금이 간 것이다.
반도체는 한국과 대만 모두 전체 수출 1위 품목으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메모리(한국)와 파운드리(대만)로 주력 품목의 비중 차이로 희비가 엇갈렸지만, 시장상황변화에 따라 또 언제든 반전드라마가 쓰여질 가능성이 있다.
작년 반도체 매출 1.1%증가...TSMC가 사실상 1위
시스템반도체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인텔을 잡았고, TSMC가 삼성을 추월했듯이 파운더리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반도체업계의 경쟁구도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며 "그러나 파운더리 부문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삼성 입장에선 대만과의 경쟁관계를 떠나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은 별로 달갑지 않은 소식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반도체 업황 위축 여파로 지난해 세계 반도체 매출 성장세가 1%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매출은 2021년 5950억 달러에서 2022년 6017억 달러로 1.1%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21년에 전년 대비 반도체 매출 증가율이 26.3%에 달한 점에 비춰보면 성장세 둔화가 두드러진 것이다.
상위 25개 반도체 업체의 합산 매출은 전년보다 2.8% 증가했다. 이들 업체의 매출 비중이 시장의 77.5%를 차지했다. IT 수요 위축과 재고 증가에 메모리 매출은 10% 줄어든 반면 차량용 반도체 등 비메모리 매출은 5% 늘었다. 메모리 업황 둔화로 삼성전자 매출은 2021년 732억 달러에서 2022년 656억 달러로 10.4% 줄었다.
다만 가트너 집계에서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10.9%로 인텔을 제치고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선 파운더리 부문은 제외한 것으로 파운더리를 포함하면 1위는 TSMC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TSMC가 최근 발표한 작년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42.6% 증가한 2조2630억 대만달러(약 746억달러)다. 인텔은 매출 584억달러(9.7%)로 2위에 머물렀다. SK하이닉스(6.0%)와 퀄컴(5.8%), 마이크론(4.6%), 브로드컴(4.0%), AMD(4.0%) 등이 뒤를 이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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