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적용 무산에 반발한 경영계...“최저임금 인상은 자제해야”
내년도 업종별 최저임금 무산에 “문 닫으라는 말”과 같아
노동계 26.9% 인상안, 올해도 일본·대만보다 턱없이 높아
소상공인 벼량 끝 내모는 격, 인상 자제히고 상생 나서야
이승섭 기자
sslee7@sateconomy.co.kr | 2023-06-24 16:08:40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최종 결정에 이르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가 그제 제7차 전원회의를 열어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경영계와 소상공단체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기 떄문이다.
업종별 차등 적용이 무산된 것도 그렇지만,최저임금 인상률을 놓고서도 경영계와 노동계 간 한 치 양보 없는 힘겨루기가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노동계는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6.9% 많은 1만2210원을 제시했다. 반면 경영계는 최근 몇 년 간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인상돼 소상공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주장한다.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문을 닫으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반발한다.
현재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는 어려운 업종을 기준으로 인상을 결정하되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 번에 열리는 제8차 최저임금회의부터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본격적으로 심의하게 된다.
문제는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가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대내외 환경은 녹록치 못하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 원자재 값도 수급 불균형으로 여전히 불안정하고, 국내 경기 회복도 더디다. 한국은행과 KDI(한국개발연구원) 외에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세계은행, 국제 IB(투자은행) 등 국내외 각 기관들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계속 낮춘 것도 이런 배경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업종별 적용이 이번에도 무산된 것은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공인들이 물가·시중 금리·인건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인데, 취약 업종의 경우는 더 버겁다.
■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무산에 반발
제7차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날 위원회는 편의점과 택시 운송업, 일부 숙박·음식점업에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안건을 부결했다. 최저임금 차등은 현행 최저임금법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1988년 시행 첫해 이후에는 지금까지 한번도 적용된 적이 없다.
경영계는 지난 몇 년간 최저임금이 너무 과하게 올라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을 넘어섰다는 주장이다. 특히나 소상공인연합회를 중심으로 그동안 최저임금을 이들 3개 업종에 구분 적용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거세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내년 최저임금은 현재 최저임금 수준도 감당하기 어려운 업종을 기준으로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과 함께 한다.
■ 임금 인상률 놓고도 경영계·노동계 격돌
노동계는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2210원으로 제시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55만1천890원(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이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시급 9천620원·월급 201만580원)에 비해 26.9% 많다.
노동계의 요구안에 대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현실을 외면하고 노동계가 26.9% 인상을 제시한 것은 사실상 문 닫으라는 말과 똑같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올해 최저임금은 9천620원이지만, 주휴수당까지 감안하면 이미 1만1천500원을 넘어선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5대 사회보험과 퇴직급여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따지면 실제 인건비는 대부분 최저임금의 40%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어려운 경기 여건에 인상률 자제해야
그렇다면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어느 정도일까. 지난 2018년부터 작년까지 5년동안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41.6% 인상됐다. 같은 기간 G7(주요 7개국) 가운데 최저임금이 가장 크게 인상된 캐나다(32.1%)와 견줘도 훨씬 높다. 올해 기준으로만 봐도 일본(7840여 원), 대만(7390여 원)보다 많은 것으로 타나났다.
전국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1000여 명이 엊그제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갖고 최저임금을 인상하지 말아줄 것을 요구했다. 더 이상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절박한 하소연인 셈이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부채가 급증했다. 가뜩이나 급등한 전기·가스요금과 치솟은 원재료 값 등에 힘겨워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세 곳 이상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 채무자로 저소득·저신용 상태로 분류되는 취약 자영업자 부채가 104조원에 이른다, 이 중 10%가 연체 상태라고 한다.이런 상태라면 올 연말 연체율이 18%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렇게 보면 상당수의 자영업자들이 버량 끝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정이 이런 데도 내년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리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현재의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소상공인뿐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파급이 미칠 수밖에 없다. 취업이 어려워지고,심지어 있는 일자리에서 마저 내몰릴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토요경제/이승섭 대기자 sslee7@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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