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유럽서 '그룹 부품사' 꼬리표 옅어진다…현지 매체도 독립 공급망 주목

슬로바키아 첫 PE시스템 거점 가동…현지언론 “300개 넘는 일자리”
스페인 지역지 “폭스바겐이 못한 곳에 투자한 한국 공급업체”
메르세데스·폭스바겐 공급망 진입…전동화 현지생산축 유럽 전역 확대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2026-09-14 16:06:09

▲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대표이사 이규석)를 바라보는 유럽 현지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현대차·기아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계열 부품사를 넘어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 등 현지 완성차의 생산망에 직접 들어가는 독립 공급사로 역할이 넓어지고 있다. 최근 슬로바키아와 스페인 현지 언론도 현대모비스를 지역 전동화 산업의 생산주체로 비중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14일 토요경제가 올해 유럽 자동차 전문매체와 현대모비스 진출지역 언론 보도를 분석한 결과, 가장 최근 변화는 슬로바키아에서 나타났다.

독일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라이브(Electrive)는 지난 3일 노바키 공장 가동을 보도하면서 현대모비스의 유럽 첫 전기 구동시스템 전용공장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연간 최대 28만개의 PE(Power Electric) 시스템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다.

매체가 주목한 부분은 생산능력보다 고객 구조다. 일렉트라이브는 현대모비스의 유럽 생산 확대가 “현대차그룹 내 사업 의존도를 낮추려는 목표와 맞닿아 있다”(“becoming less dependent on business within the Hyundai Motor Group”)고 평가했다. 현대모비스가 구동시스템을 특정 완성차 주문에 맞춘 제품이 아니라 여러 고객에게 공급할 수 있는 독자적·표준화 제품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진출지역의 반응은 더 직접적이다.

슬로바키아 통신사 TASR의 뉴스포털 테라즈(Teraz)는 지난 2일 공장 개장 소식을 “현대모비스 슬로바키아, 노바키에 300개 넘는 일자리 가져왔다”(“Hyundai Mobis Slovakia v Novákoch priniesol vyše 300 pracovných miest”)는 제목으로 전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노바키에 약 1억7400만유로를 투자했고 310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테라즈는 이 공장이 현대모비스의 유럽 최초이자 유일한 PE시스템 생산기지라는 점도 강조했다. 갈탄 광산 폐쇄로 산업전환이 필요한 노바키 지역에서 자동차 전동화 투자가 새로운 산업기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얘기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도 개장식에서 현대모비스가 “고부가가치 생산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노바키 시장 역시 기존 광산과 발전소 종사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지에서 현대모비스가 단순 외국계 부품업체보다 산업전환 투자자로 평가받고 있다는 대목이다.

헝가리에서는 이미 비계열 고객 공급이 현실화됐다. 영국 자동차산업 전문매체 저스트오토(Just Auto)는 지난 3월 10일 케치케메트 신공장 가동을 보도하며 “새 공장은 메르세데스-벤츠에 섀시모듈을 공급한다”(“The new facility will supply chassis modules to Mercedes-Benz”)고 전했다.

현대모비스는 2022년부터 미국 앨라배마에서 메르세데스-벤츠에 섀시모듈을 공급한 데 이어 유럽으로 거래를 확대했다. 케치케메트 공장은 현대모비스가 유럽에서 처음 구축한 글로벌 고객 전용 생산기지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용 모듈을 우선 공급한다.

현지 산업기반도 커지고 있다. 헝가리 케치케메트 지역매체 KecsUP은 지난 7월 13일 메르세데스-벤츠 확대공장 가동을 다루면서 이 공장에서 처음으로 순수전기 핵심 모델의 양산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현대모비스가 전용공장을 세운 지역에서 고객사의 전동화 생산 자체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공급량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스페인에서는 현대모비스의 위상이 더 선명하게 표현됐다.

나바라 지역 유력지 디아리오 데 나바라(Diario de Navarra)는 지난 6월 26일 현대모비스를 다룬 기사의 제목을 “폭스바겐이 못한 곳에 투자한 한국 공급업체 모비스”(“Mobis, el proveedor coreano que invirtió donde Volkswagen no pudo”)라고 달았다.

폭스바겐그룹이 자체 투자 대신 외부 공급사를 선택한 상황에서 현대모비스가 2억1400만유로를 들여 나바라 배터리팩 생산시설을 구축한 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룬 기사다. 이 공장은 연간 30만개 이상의 배터리팩 생산능력을 갖추고 폭스바겐 나바라뿐 아니라 남유럽 다른 완성차 공장까지 공급처를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경제에서도 현대모비스를 단순 하청업체로 보는 분위기는 아니다. 같은 매체는 지난 6월 30일 나바라 자동차산업을 분석하면서 현대모비스의 2억1400만유로 투자와 450명 고용계획을 폭스바겐 전동화가 지역 공급망에 가져온 대표적인 투자 사례로 꼽았다.

유럽 생산망을 연결하면 현대모비스의 변화가 더 뚜렷하다. 헝가리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에 섀시모듈을 공급하고, 스페인에서는 폭스바겐용 배터리시스템을 생산한다. 슬로바키아에서는 완성차의 심장에 해당하는 PE시스템까지 현지 생산에 들어갔다. 기존 체코 배터리시스템 거점까지 포함하면 유럽 사업이 단순 모듈 공급에서 전동화 핵심부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현대모비스의 유럽 확대 전략에서 관리해야 할 변수다. 역으로 보면 현대모비스 부품의 문제가 완성차 생산라인 자체에 영향을 줄 만큼 현지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입지가 넓어진 만큼 안정적인 품질과 공급 대응력이 다음 평가 기준이 됐다.

최근 해외 보도를 관통하는 흐름은 비교적 분명하다. 독일 전문매체는 현대모비스의 비계열 고객 확대를 사업구조 변화로 읽고 있고, 슬로바키아 지역매체는 고용과 산업전환을, 스페인 지역지는 폭스바겐 전동화 공급망을 떠받치는 투자자로 현대모비스를 다루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유럽 전략은 이제 현대차·기아 공장 옆에 부품공장을 세우는 수준을 넘어섰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 생산라인이 있는 곳에 전용 공급망을 구축하고 자체 전동화 시스템까지 현지에서 생산한다. 해외에서 현대모비스를 바라보는 기준도 ‘현대차그룹 부품사’에서 유럽 완성차가 직접 선택하는 기술·생산 파트너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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