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840원 연탄 한 장의 따뜻함”… 달동네 연탄봉사 현장 가보니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 2024-02-19 16:04:53

▲ 지난 17일 자원봉사자들이 연탄을 나르고 있다. <사진=따뜻한한반도사랑의연탄나눔운동>

 

지난 17일 오전 10시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성북제일교회 앞에 자원봉사자 120여 명이 모여있다. 이들은 봄을 맞이하기 전 경제적으로 취약한 이웃의 마지막 월동 준비를 위해 모인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다.

이날 배달할 연탄은 총 7200여장으로 12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 골목 거점을 나눠 진행된 연탄봉사에 기자도 함께 참여해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들의 현주소를 찾아봤다. 기자가 참여한 자원봉사자 팀은 20여 명으로 총 4가구에 1000장의 연탄을 전달했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은 ‘정릉골’이라 불리는 서울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달동네’다. 북한산 자락을 타고 형성된 정릉골은 굽어진 북한산 자락을 따라 가파른 언덕길 위에 여러 가구들이 모여있다.


▲ 자원봉사자들이 연탄을 배분받아 옮기고 있다. <사진=이슬기 기자>


연탄봉사를 위해 팔토시, 장갑, 앞치마를 배분받았다. 연탄 1장의 무게는 3.65㎏으로 자원봉사자들은 2장의 7㎏가량의 연탄을 들고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처음 연탄을 옮겼을 땐 “생각보다 할 만하다”라는 생각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횟수가 지날수록 팔이 저리고 몸 구석구석에 구슬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직 쌀쌀한 날씨로 단단히 챙겨입었던 겉옷을 벗고 다시 연탄을 옮기기 시작했다.

연탄봉사 중 가장 힘들고 기술이 필요하다는 역할은 옮겨진 연탄을 받아 쌓는 자원봉사자다. 한 평 남짓한 연탄재 가득한 창고에서 비오듯 땀을 흘리는 자원봉사자의 얼굴을 마주하니 힘들다는 내색을 비출 수 없었다.

가득히 쌓여있던 연탄들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니 한 시간 남짓 시간이 흘러있었다. 생각보다 빠른 전개에 성취감을 느끼는 도중 “이제 이동합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굽이굽이 언덕과 골목길을 지나 다음 가구로 이동했다. 이동하던 중 비닐장갑과 겹쳐 낀 목장갑을 벗으니 언제 묻었는지 모를 연탄재와 땀이 차있었다.


▲ 다 옮겨진 연탄들 <사진=이슬기 기자>


다시 연탄을 나르기 시작했다. 익숙해졌는지 팔이 덜 아픈 자세를 그새 알아냈다. 짧은 시간 얼굴이 익숙해진 자원봉사자들과 협동심도 생겼다. 연탄을 나르며 고객를 들어보니 탁 트인 주변환경도 눈에 들어왔다. 서울 중심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풍경이었다. 들어찬 높은 건물 대신 일층짜리 주택들과 낮은 담장, 공터에는 다 타버린 연탄재가 버려져 있었다.


국내 연탄산업은 주거환경변화, 난방기 교체 등 소비량 감소로 위축됐지만, 취약계층에게 연탄은 겨울나기를 위해 꼭 필요한 생존 수단이다.

대한석탄공사의 석탄소비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7년 209만1000톤이였던 연탄소비량은 2022년 4만5000톤으로 79.7%가 감소했다. 지난 2021년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의 대상 품목에서는 1965년 첫 조사 이후 56년 만에 연탄이 제외됐다.

 

급격한 연탄 소비량 감소로 자연스레 연탄산업이 연탄공장 역시 점점 사라지는 상황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말 전국 연탄공장은 25개였으나 지난해 광주 유일의 연탄공장인 남선연탄의 폐업으로, 전국 연탄공장의 수는 24개로 줄었다. 서울 연탄공장도 1개소만 영업 중이다.

전국의 7만 가구는 아직 연탄에 의지해 겨울을 견딘다. 최근 고물가, 고유가로 ‘난방비 폭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연탄 1장은 취약계층에게 10시간가량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생존 수단이다. 

 

▲ 연탄봉사를 마친 자원봉사자에게 김은희 간사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진=이슬기 기자>


이날 현장에서 만난 김은희 간사는 “연탄 한 장의 가격은 840원이지만, 차량이 들어서기 힘든 정릉은 두 배가 넘는 가격에도 배달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연탄을 배달하시는 분의 연세가 70이 넘는 고령의 나이셔서 어려움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원봉사자분들이 전달한 1000장의 연탄은 한 가구당 1600시간의 따뜻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간사는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를 구절을 읊으며 취약계층에게 무엇보다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는 연탄봉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토요경제 /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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