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 IPO 접은 SK하이닉스…이제 문제는 ‘자본배분’
2Q 순현금 69.4조 확보했지만 이후 자사주 40조 매입
국내 54조 설비투자도 병행…솔리다임 증설 재원 조달방식 다시 짜야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10-23 18:53:36
SK하이닉스(대표 곽노정)가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를 접으면서 중복상장을 둘러싼 주주가치 훼손 우려는 낮췄지만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외부 지분자금 조달이라는 선택지가 사라지면서 솔리다임 성장투자와 국내 설비투자, 주주환원을 어떻게 병행할지가 자본배분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는 23일 솔리다임이 검토해온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와 IPO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솔리다임의 성장 가능성과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 필요성에 대한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IPO는 솔리다임이 자체적으로 대규모 외부자금을 조달하면서 SK하이닉스의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었다. 신규 생산시설과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외부에서 확보하면 모회사는 자체 현금을 다른 설비투자나 주주환원에 배분할 여지가 커진다.
IPO 중단이 곧바로 SK하이닉스의 자금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말 현금성자산 88조원을 보유했다. 차입금 18조6000억원을 뺀 순현금은 69조4000억원이었다. 1분기 말 35조원이던 순현금이 석 달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회사도 당시 사상 최대 이익과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재무 여력이 크게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69조4000억원은 6월 말 기준이다. SK하이닉스는 이후 지난 8월부터 약 40조원을 투입한 자사주 매입을 진행해 이달 21일 마쳤다. 취득 주식은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2분기 말 순현금 규모만으로 현재 투자 여력을 단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장기 설비투자도 동시에 진행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용인 Y2 공장에 35조2000억원, 청주 M17에 19조1000억원 등 약 54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투자는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집행되지만 AI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자본 투입이 필요하다.
미국 AI 사업에도 자금 약정이 잡혀 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상위 법인인 AI컴퍼니에 100억달러를 출자하기로 했다. 다만 100억달러를 한꺼번에 납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투자 대상이 생겨 자금이 필요할 때 집행하는 캐피털콜 방식이다.
이에 따라 솔리다임 IPO 중단 이후의 쟁점은 투자 여부보다 투자재원을 어디에서 조달하느냐로 이동한다.
솔리다임은 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늘려야 한다. SK하이닉스도 이날 “성장 전망이나 투자 필요성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미국 신규 생산시설을 포함한 투자 시기와 규모, 재원조달 방식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상장을 통한 신주 발행이 사라지면 솔리다임의 지분가치가 외부 투자자에게 이전되는 문제는 당분간 피할 수 있다. 반면 내부자금이나 차입 등 다른 방식의 재원을 활용하면 SK하이닉스가 부담해야 할 자본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어떤 조달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기존 주주가 누리는 경제적 효과도 달라진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8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마친 직후 솔리다임 IPO까지 철회한 만큼 향후 주주환원 정책과 솔리다임 투자재원 조달 방향이 SK하이닉스의 다음 자본배분 전략을 가늠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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