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증권, 주가조작 연쇄 수사…동남아 자본시장 ‘신뢰 리스크’ 터졌다 (1부)
신한증권 IPO·나라다·민나파디 사건 동시 확산…펀드·IPO·내부자거래 ‘삼각 구조’ 드러나
최성호 기자
choi@sateconomy.co.kr | 2026-02-05 16:02:23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신한증권이 인도네시아 자본시장에서 IPO, 자산운용, 내부자 거래가 결합된 주가조작 의혹이 연쇄적으로 터지고 있다. 경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동남아 금융시장 신뢰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인도네시아 Katadata (카타데이터) 보도에 따르면 현재 수사의 출발점은 2023년 상장한 PT 멀티 마크무르 레민도(PIPA) IPO다. 이 사건은 단순 상장 실패 사례가 아니라, 상장 심사 단계부터 기업 가치가 인위적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수사 결과 PIPA는 거래소 상장 기준 중 핵심 요건인 순자산 요건 충족 여부에 의문이 제기됐다. 인도네시아 거래소 규정상 최소 순자산은 약 500억 루피아 수준이 요구된다. 그러나 IPO 당시 공시된 PIPA 자산은 약 892억 루피아로 나타났지만 실제 자산 가치 산정 과정에서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IPO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PIPA는 상장을 통해 약 971억 루피아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상장 심사 과정에서 내부 검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상장 자문 과정에서 거래소 내부 인사와 컨설팅 회사가 동시에 관여했다는 정황은 IPO 시장의 이해충돌 구조를 드러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산운용사가 주가를 만드는 ‘펀드 레버리지 구조’
나라다 자산운용 사건은 자본시장 내 또 다른 위험 구조를 보여준다. 경찰은 특정 프로젝트 관련 종목이 펀드 기초자산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내부 정보가 활용됐을 가능성을 포착했다.
이 구조는 자산운용사가 펀드 자금을 활용해 특정 종목을 반복 매수하면서 인위적 수요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이후 상승한 가격을 기준으로 펀드 수익률을 평가하면, 투자자에게는 정상적인 성과처럼 보이게 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방식이 펀드 산업에서 가장 탐지하기 어려운 가격 조작 유형이라고 분석한다. 외형상 합법적인 포트폴리오 운용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나라다 사건과 관련해 약 2,070억 루피아 규모 증권 계좌를 동결했다. 이는 단일 자산운용 사건 기준으로 상당한 규모다.
계열사 순환 거래…전형적 내부자 거래 패턴
민나파디 사건에서는 내부자 거래 구조가 보다 명확히 드러났다. 수사기관은 투자 운용사와 계열 증권사, 상장사를 연결한 순환 거래 구조를 확인했다.
수사 결과 내부 관계자들은 계열사 주식을 낮은 가격에 매수한 뒤, 같은 계열 펀드에 높은 가격으로 재판매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 방식은 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펀드 가치가 상승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동일 인물이 상장사, 자산운용사, 증권사 지분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내부자 거래 구조로 평가된다.
민나파디 사건에서 동결된 계좌는 14개이며, 이 중 펀드 자산 규모만 약 4,670억 루피아에 달한다. 이는 자본시장 조작이 단순 개별 종목 문제가 아니라 금융상품 전체로 확산됐음을 보여준다.
MSCI 변수…글로벌 자금 이탈 위험 확대
이번 사건이 시장에 미치는 가장 큰 변수는 MSCI 리밸런싱이다. MSCI는 국가 증시 신뢰도를 반영하는 핵심 지표로 평가된다.
만약 시장 투명성 문제가 확대될 경우, 글로벌 패시브 자금 이탈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신흥국 증시에서는 조작 사건이 발생할 경우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동남아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 사법 리스크를 넘어 국가 금융 신뢰도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을 경고한다.
한국 금융사의 ‘평판 리스크’ 확산 가능성
신한증권 인도네시아 법인에 대한 수사는 한국 금융사에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 증권사는 공격적인 IB 사업 확장을 추진해왔다.
IPO 주관사 책임 범위가 확대될 경우 해외 사업 전략 전반이 재검토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신흥국 시장에서는 거래소·자문사·증권사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규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크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건이 해외 IB 사업의 내부 통제 기준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본시장 ‘삼각 조작 구조’ 현실화
이번 사건은 IPO, 자산운용, 내부자 거래가 결합된 ‘삼각 조작 구조’가 실제 시장에서 작동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상장 단계에서 기업 가치가 설계되고, 자산운용 단계에서 가격이 유지되며, 내부자 거래를 통해 이익이 회수되는 구조다. 이 구조가 확인될 경우 자본시장 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개편 요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규제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수사가 동남아 자본시장 구조 개혁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2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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