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칼럼] 사회공헌도 시스템이다

김승원

ksw9030@naver.com | 2026-09-09 16:01:01

▲ 김승원 토요경제신문 상무사회공헌 관련 기사를 보다 보면 큰 숫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몇 억원을 냈고 몇 명을 도왔다는 얘기다. 물론 돈은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눈길을 끈 기업들의 사회공헌에는 숫자보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좋은 일을 반복하게 만드는 ‘장치’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DB손해보험이 지난달 진행한 ‘프로미119 안전리더 캠프’를 보자. 전국 초등학생 400여명이 소방관들과 재난·화재·생존 대응을 배웠다. 여기까지라면 어린이 안전교육이다. 그런데 참가비 10만원 전액을 순직 소방공무원 자녀 장학금으로 돌렸다. 어린이는 안전을 배우고, 그 비용은 다시 소방관 가족에게 간다. 보험회사가 위험을 줄이는 교육과 위험 현장을 지킨 가족의 지원을 한 고리로 묶었다.

신한금융은 돈의 연결 방식을 바꿨다. 100억원을 출연해 중소기업이 육아휴직 대체인력을 처음 채용할 때 정부 지원금에 200만원을 추가로 얹는다. 지난 5월 말까지 3300여개 중소기업에 약 55억원이 지급됐다. 정부 제도에 금융회사의 돈을 붙여 기업의 인력 공백을 줄이는 방식이다. 사회공헌을 별도 행사로 만들지 않고 기존 정책이 더 잘 작동하도록 금융이 들어갔다.

부영은 더 단순하다. 아파트 단지 안 ‘사랑으로 어린이집’에서 임대료를 받지 않는다. 어린이집은 그 비용을 교재와 견학, 특별활동 등에 쓴다. 지난달 부산신항 6단지 어린이집은 교육부의 ‘육아쉼표’ 거점 어린이집으로 선정돼 단지 입주민을 넘어 지역 영유아 가정에도 양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집을 짓고 임대하는 기업이 공간의 사용료를 포기해 그 공간을 보육 인프라로 바꾼 사례다.

시몬스는 소비 자체에 기부 장치를 달았다. ‘하이파이브 셰어링 프로젝트’를 통해 뷰티레스트 ‘에디슨’ 슈퍼싱글 한 개가 팔릴 때마다 소비자가격의 5%를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환아 지원금으로 적립한다. 할인된 판매가격이 아니라 정가를 기준으로 한다. 시몬스가 삼성서울병원에 2020년부터 매년 3억원씩 전달한 금액도 올해까지 21억원이다. 소비가 늘면 기부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네 회사가 하는 일은 전혀 다르다. 보험, 금융, 주택, 침대다. 그런데 사회공헌 방식은 닮았다.

DB손보는 안전교육과 장학금을 연결했고, 신한금융은 정부 지원과 민간 자금을 붙였다. 부영은 임대료를 보육비용으로 돌렸고, 시몬스는 판매와 기부를 묶었다. 회사가 매번 ‘좋은 일을 하자’고 결정하지 않아도 사업이나 제도가 움직이면 사회적 지원도 함께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기업 사회공헌의 다음 답이 있다고 본다.

일회성 기부는 예산이 끝나면 멈춘다. 행사는 사람이 바뀌면 사라질 수도 있다. 반면 시스템에 들어간 사회공헌은 쉽게 끊기지 않는다. 회사가 가진 상품과 공간, 고객, 금융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돈만 내는 방식보다 기업이 잘할 수 있는 영역도 넓다.

사회공헌의 크기를 기부금 총액으로만 재는 시대도 조금씩 지나가야 한다. 앞으로는 물어야 한다.

그 돈이 몇 번이나 다시 움직이는가. 기업이 손을 떼지 않아도 계속 작동하는가. 그리고 사회가 실제로 조금 나아졌는가.

좋은 기업은 수표만 남기지 않는다. 좋은 일이 계속 돌아가는 구조를 남긴다.

 

토요경제 / 김승원 ksw9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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