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특이한 주총 결과 “배당금 2만원 부결, 1.5만원 통과”

고려아연 창업자 (고)장병희·최기호 집안 간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4-03-19 16:01:37

▲ 왼쪽부터 고려아연 최창걸, 최창영, 최창근 명예회장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더 주라는 배당금 안건은 부결되고, 덜 주겠다는 안건이 통과됐다.

고려아연 대주주 ‘영풍’은 주당 1만5000원 배당금 안건에 ‘2만원의 수정안’을 올리고 위임장을 걷었지만 표 대결에 패하면서, 두 집안의 경영권 다툼이 밖으로 드러나게 됐다.

 

고려아연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2023년도 재무제표 승인안, 정관 일부 변경안, 이사·감사 선임안, 이사 보수 한도 승인안 등을 상정했다.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33.2%,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이 약 32%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어 이날 주총 표 대결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고려아연과 영풍 측은 이날 2건의 안건을 놓고 표 대결을 벌였다. 2건 가운데 배당 결의안은 가결됐고, 정관 일부 변경안은 부결됐다.

1호 안건으로 상정된 배당 관련 결의안은 출석률 90%에 61.4%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영풍 지분율이 32%, 출석률로 환산할 경우 38% 가량인 만큼 국민연금과 사실상 모든 소액주주들이 고려아연 안건에 찬성했다.


지난달 고려아연은 5000원의 결산 배당을 통해 지난해 주당 1만5000원의 현금배당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공시한 바 있다. 그러나 영풍 측은 배당액이 전년(2만원)보다 줄어들기 때문에 배당금을 늘려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연간 배당금이 주당 1만5000원으로 결정됨에 따라 고려아연은 유통 주식수가 2080만여 주 인 만큼 3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게 된다.

 

2-2호 안건으로 올라온 정관 변경의 건은 53.0%의 찬성을 받았으나 부결됐다.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이어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이 안건의 핵심은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상장사협의회가 권고하고 97%에 달하는 상장사가 도입한 표준 정관을 도입하려는 것으로,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경영 시스템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차전지 소재 등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투자금 확보와 협력 기업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정관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영풍 측은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 지분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업계에서는 유상증자를 통해 기존 지분이 희석되면 영풍 측의 지분율은 줄어들고, 고려아연 측은 우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분 경쟁 이슈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최 회장을 사내이사에, 장 고문을 기타 비상무이사에 각각 재선임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을 계기로 창업주 집안 간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앞으로도 양측이 경영권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고려아연이 결국 계열분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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