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출근했지만 하루에 일곱 명은 집에 돌아오지 못합니다
산재 사망 '50인 미만' 사업장서 82% 발생…'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미루지 말라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4-01-30 15:56:04
2년간 유예해 온 5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이 지난 27일부터 전면 시행됐다. 하지만 경영계와 정부·여당은 계속 반대하며 다음 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처법 유예안‘ 법안 재 처리를 강행하겠다며 딴지를 걸고 있다.
산업계, 경제단체, 여당은 지금이라도 중처법 확대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중소·영세규모 기업은 사장이 곧 책임자인 경우가 많은데,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해당 업체는 폐업하고, 직원들은 실직하는 등 사회적 부작용만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근거자료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발표한 50인 미만 1053개 기업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94%는 중처법 준비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반면 야당이나 노동자 단체에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재해 대부분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2021년 1월 26일 중재법 제정 이후 이미 3년의 유예기간이 부여됐기 때문에 현장에서 받아들일 준비 기간이 충분했다는 주장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3년 산업재해 사망사고 발행건수 공표’에 따르면 2022년 한해 동안 중처법을 위반한 사업장이 494곳이며, 사망만인율이 높은 사업장은 367곳이라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절반 이상 193곳(52.6%)이었고, 규모별로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대부분(301곳·82.0%)을 차지했다. 50~99인 이하 27곳(7.4%), 100~299명 이하가 5.2%순으로 집계됐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사고 건수를 비교해도 2023년 3분기(누적) 50인 미만은 261건, 50인 이상 사업장은 188건으로 50인 미만 사업장이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종의 경우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사망사고 건수가 50억원 이상 사업장 대비 2022년 3분기(누적) 2.3배, 2023년 3분기(누적) 1.47배 높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2월 “최근 3~4년간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수가 600~700명대에 머물렀다가 2023년에는 역대 최저 500여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중대재해 감축 노력을 지속해온 결과로 평가했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만든 중대재해법이 실효를 거두려면,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곳을 법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3년 전부터 입법된 중처법이 올해 확대 시행된다는 것은 소상공인들은 몰라도 정부는 알고 있었다. 느닷없이 맞닥뜨린 법이 아니다. 준비 기간이 필요해 확대 시행을 유예한다는 것은 더 큰 사회적 고통을 동반할 것이다.
늦었지만 중처법이 확대 시행되면서 정부도 다양한 방법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초기에는 적용을 느슨하게 한다든지, 계도 기간을 주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보완하고 개선한다면, 중처법은 노동자들의 안전한 버팀목이 되면서 노사간 갈등 해소에도 일조 할 것이다.
출근한 내 가족의 퇴근을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지금도 하루에 일곱 명이나 산재사고로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내가 될 수도 있고, 옆집이 될 수도 있다. 근로자의 안전을 위해 만든 중대재해처벌법을 유예 시켜선 안 된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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