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5차 성공…민간 우주시대 한발 더
초소형군집위성 5기 목표궤도 투입…2차 이후 4회 연속 성공
한화에어로, 제작 넘어 발사운용 상당 부분 직접 수행
KAI·HD현대중공업·비츠로넥스텍 등 국내 공급망 뒷받침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2026-10-07 15:55:10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다섯 번째 발사에 성공했다. 정부가 개발을 주도한 국산 발사체가 반복 발사를 넘어 민간 제작·운용 체제로 이동하는 과정도 한 단계 진전됐다.
7일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는 이날 낮 12시25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이륙해 목표 고도에 도달했다. 1·2·3단 엔진 연소와 페어링 분리 등 비행 과정도 계획대로 진행됐다.
이번 임무의 핵심인 초소형군집위성 2~6호 5기도 목표 궤도에 정상 투입됐다. 여러 주탑재위성을 한꺼번에 싣고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순차적으로 분리한 것은 누리호에서 처음이다.
다만 함께 실린 큐브위성 10기 가운데 1기는 분리되지 않았다. 쿼터니언의 '퍼샛-02'는 누리호가 정상적으로 분리 명령을 보냈지만 사출관 뚜껑이 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전체 탑재위성 15기 가운데 14기가 정상 분리됐다. 우주항공청은 주임무인 초소형군집위성 5기 투입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만큼 발사는 성공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발사의 또 다른 변화는 민간기업의 역할이다.
누리호 1~3차 발사에서는 항우연이 제작을 주관했지만 4차부터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 총괄을 맡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 제작과 구성품 시험, 협력업체 관리뿐 아니라 이번 5차에서 발사운용 참여도 크게 늘렸다.
5차 발사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력 42명이 투입됐다. 발사통제센터의 발사체 관련 콘솔 22개 가운데 20개에 23명이 참여했고 18개 콘솔은 한화 인력이 직접 운용했다. 4차 발사에서 항우연이 콘솔 운용을 주도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민간이 실제 제어 업무까지 맡고 항우연이 관리·감독하는 비중이 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개발 단계부터 75t급과 7t급 액체엔진 제작에도 참여했다. 누리호는 1단에 75t급 엔진 4기를 묶어 300t의 추력을 만들고 2단에 75t급 1기, 3단에 7t급 1기를 사용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초기 개발부터 주요 역할을 맡았다.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체계 총조립과 1단 추진제 탱크 등을 담당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 역할을 맡은 고도화사업에서도 총조립 관련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누리호가 하나의 완성된 발사체로 만들어지기까지 각 업체에서 생산한 부품과 구조물을 결합하는 역할이다.
HD현대중공업은 누리호를 쏘아 올리는 지상 인프라를 맡았다.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의 토목·건축과 추진제 공급, 발사관제 등 발사대 시스템을 구축했고 반복 발사 과정에서도 발사대 시스템 운용을 담당해왔다. 회사 연혁에도 지난해 누리호 4차 발사에서 발사대시스템을 총괄 운용한 사실이 명시돼 있다.
현대로템은 발사체 자체보다는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추진기관 시험 인프라를 구축했다. 2011년부터 추진기관시스템 시험설비 개발에 참여해 누리호 1단의 75t급 엔진 4기를 묶은 클러스터링 시스템 등이 실제 발사 조건에서 정상 작동하는지 지상에서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중견·중소기업도 핵심 부품 공급망을 구성했다. 비츠로넥스텍은 누리호 엔진의 연소기와 가스발생기, 터빈배기부, 유연배관 등을 공급했고 단암시스템즈는 발사체용 전자·통신장비를 개발했다. 덕산넵코어스는 나로호와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항법 기술 분야에 참여했다.
주탑재위성도 국내 산·연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초소형군집위성은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을 총괄하고 항우연이 지상·검보정·활용 시스템, 쎄트렉아이가 위성 본체와 탑재체 개발에 참여했다. 군집이 완성되면 한반도를 하루 3회 이상 관측해 재난·재해와 국가안보 등에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누리호 개발은 2010년 시작됐다. 7t급 엔진 개발과 시험설비 구축을 거쳐 2018년 75t급 엔진을 탑재한 시험발사체 비행에 성공했고, 75t급 엔진 4기를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확보했다.
2021년 1차 발사에서는 3단 엔진이 예상보다 일찍 종료되면서 위성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올리지 못했다. 이후 문제를 보완해 2022년 2차 발사에 성공했고 2023년 3차에서는 실제 실용위성을 궤도에 투입했다. 2025년 4차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 총괄에 참여했고 이번 5차까지 네 차례 연속 핵심 임무를 수행했다.
기술의 민간 이전도 본격화됐다. 항우연은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누리호 설계·제작·발사운영 등 전주기 기술 1만6050건을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기술료는 240억원이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2년까지 누리호를 직접 제작·발사할 수 있는 통상실시권을 확보했다.
다음 단계는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6차 발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제작·발사운용 비중을 더 높이고 2032년까지 매년 한 차례 이상 발사를 추진해 상업 발사서비스 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누리호 5차 성공은 발사체 자체의 기술 검증보다 운영 주체의 변화가 더 뚜렷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반복 발사의 성공률과 비용 경쟁력을 높여 국내 기업들이 구축한 발사체 공급망을 실제 상업 발사시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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