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쁨‧고통‧무관심…카카오 기프티콘에 대한 숙고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 2023-11-30 06:00:10

▲ 경제부 이슬기 기자

생일날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커피나 케이크, 치킨 등의 기프티콘을 주고받는 일이 일상화된 최근, 기자 역시 ‘치킨+콜라’ 등의 기프티콘을 종종 받아본 적이 있다. 당시 기자는 선물받은 쿠폰으로 음식을 주문하며 해당 점주에게 “차액을 지불하고 탄산음료를 치즈볼로 바꿔도 되냐”고 문의했다. 곧바로 돌아온 답변은 ‘NO’였다.

‘같은 금액인데 왜 메뉴 교환이 안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가맹점주의 속사정을 들어보니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기프티콘으로 주문을 받으면 중간에 떼는 수수료가 높아 그나마 마진이 높은 음료를 다른 메뉴로 교환하면 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대로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음료를 끼워팔아야 그나마 마진을 더 챙길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기프티콘으로 주문하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가맹점주의 마진율 따위에 관심이 없을 것이지만, 실제 상당수 기프티콘이 주메뉴와 음료로 구성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저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의 고민이라 생각해 의미를 두지 않았던 탓에 기프티콘 수수료 문제는 기억에서 잊혀 갔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톡 기프티콘 수수료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가 기프티콘 수수료 문제로 카카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국내 모바일 상품권 시장의 74%, 선물하기 시장의 90%의 압도적 점유율을 가진 카카오가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남용해 과도하게 높은 수수료를 떼고 있다”며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카카오는 수수료를 10%가량 부과하고 있으며, 네이버 등 타 플랫폼은 평균 6%대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가진 사업자가 높은 수수료를 받는 것을 두고 잘못된 행위라고 치부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수수료를 낮추라는 시민단체들의 지적에 돌아온 카카오톡의 답변은 듣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카카오는 가맹점주의 수수료 부담에 대해 “모바일 상품권은 단순 결제 수단을 넘어 고객 매장 방문을 유도해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매출 증대를 위해 활용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카드사 수수료와 절대적 비교가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기프티콘 계약은 ‘카카오-쿠폰사-프랜차이즈 본사-가맹점’으로 이뤄져 있어 카카오 측은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수수료율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가맹점주의 수수료율을 모른다?’는 카카오톡의 답변이 과연 기프티콘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내는 국내 대기업의 해명인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카카오가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선물하기’의 성장세에 있는 데도 말이다.

 

그간 선물하기 서비스가 포함된 톡비즈 사업은 카카오 실적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비즈니스 중 하나다. 또한, 증권가에서도 악화한 카카오의 실적이 4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며 톡비즈 사업의 개선세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실제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 커머스 매출 중 7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선물하기’는 지인끼리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형 커머스여서 수수료율이 타 쇼핑몰 대비 월등히 높은 평균 10%로 카카오 전체 수익성에 미치는 기여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구자근 의원실(국민의힘)이 카카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확인해도 카톡 선물하기 거래액은 2019년 1조8039억원, 2020년 2조5341억원, 2021년 3조3180억원으로 급성장한 것을 알 수 있다. 업계 추산으로 지난해 거래액은 3조9000억원에 육박한 수치이기도 하다.

카카오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본인들 스스로가 기업을 지탱하는 핵심 사업의 수익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처참한 수준의 아마추어 근성을 드러낸 것이다. 반대로 단순히 시민단체의 지적을 회피하기 위한 면피성 발언이었다면 ‘무지’라는 방패 뒤에 숨는 비겁함을 택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국민들에게 ‘카카오 선물하기’는 평소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을 챙겨주는 작은 소통의 채널로 각인돼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소중한 이를 위해 무심코 보낸 기프티콘이 누군가에게는 본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무서운 수수료 부담이 된 것이다. 정작 이들의 중심에 있는 카카오는 ‘선물하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상생’의 바람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카카오가 10여 년 전 스타트업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상생’이란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주길 바랄 뿐이다.

토요경제 /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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