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필수의약품부터 배곧 바이오까지…성장축 넓히는 제약사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 2026-07-02 16:00:32
종근당이 실적 회복 흐름 위에서 필수의약품 공급, 바이오 클러스터 참여, 사회공헌 활동을 동시에 넓히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모두 증가한 가운데, 항암 필수의약품 허가와 시흥 배곧 바이오 특화단지 기반 확대, 어린이 대상 문화·건강 지원 활동까지 이어지면서 종근당의 사업 전략이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공공성과 성장성을 함께 겨냥하는 흐름으로 읽힌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항암 필수의약품 공급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30일 종근당의 ‘비노벨린주’를 품목허가했다. 성분명은 비노렐빈타르타르산염으로, 비소세포폐암과 진행성 유방암 치료에 쓰이는 세포독성 항암제다. 비노렐빈은 1995년 국내 도입 이후 오랫동안 표준 치료제로 활용돼 왔지만 시장 축소와 낮은 채산성, 해외 원개발사의 생산 중단 등으로 공급 기반이 약해졌다.
마지막 오리지널 제품인 부광약품의 ‘나벨빈주’도 지난해 6월 공급 중단을 보고했고, 올해 1월부터 국내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종근당이 새 품목 허가를 받았다는 것은 단순한 제품 추가 이상의 의미가 있다. 수익성이 크지 않은 오래된 항암제라도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이라면 공급망 안에서 역할을 맡겠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국내 필수 항암제 수급 불안은 비노렐빈만의 문제가 아니다. 빈블라스틴, 다카르바진, 시스플라틴, 빈크리스틴 등 수십 년간 암 치료에 쓰여 온 약제들도 낮은 약가와 원료 수급 부담으로 공급 중단 논란을 겪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 종근당의 비노렐빈 허가는 제약사의 공공적 역할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제약사의 경쟁력은 신약 개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래됐지만 꼭 필요한 약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능력도 산업의 신뢰를 만든다.
지역 바이오산업과의 연결도 강화되고 있다. 시흥시는 2일 경기경제자유구역 배곧지구 내 연구용지 일부 필지를 대상으로 분양 공모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상지는 배곧동 303번지 연구용지 3-4 필지 6361㎡ 규모다. 이 부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 특화단지 안에 있다. 시흥시는 지난해 종근당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등을 유치한 데 이어 이번 공모로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기업을 추가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종근당 입장에서도 배곧 바이오 특화단지는 단순한 입주 지역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시흥배곧서울대병원, 서울대 시흥캠퍼스, KTR, 바이오 소부장 기업이 한 권역에 모이면 연구·임상·시험·사업화가 연결되는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다. 제약사는 연구개발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임상 인프라, 시험·인증 체계, 전문 인력, 협력 기업이 가까이 있을수록 신약과 개량신약의 사업화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종근당이 배곧 바이오 생태계에서 앵커 기업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실적도 이런 확장 전략을 뒷받침한다. 종근당은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매출 4477억원, 영업이익 17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12.2%, 영업이익은 36.9%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14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늘었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수익성은 다소 둔화됐지만, 전년 동기 기준으로는 외형과 이익이 모두 개선됐다. 기존 전문의약품 매출 기반이 유지되는 가운데 신제품 확대와 연구개발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다.
사회공헌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종근당홀딩스는 2일 세브란스병원을 시작으로 ‘2026 종근당 KIDS HOPERA’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병원과 특수학교를 찾아가 어린이들에게 오페라 공연을 선보이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다. 종근당홀딩스는 2011년부터 한국메세나협회와 함께 이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고, 지금까지 전국 103개 병원과 학교에서 총 267회 공연을 진행했다. 올해는 세브란스병원, 전남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등 전국 14곳에서 공연한다.
지난달 24일에는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쉐어와 함께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어린이 비타민 ‘벨더웰 아이벨타민’ 1100박스를 지원했다. 지원 대상은 저소득층과 미혼모 가정 아동 등 영양 관리에 부담을 겪는 어린이들이다. 의약품 기업의 사회공헌이 문화예술 후원과 건강 지원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종근당의 최근 행보는 제약사의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보여준다. 첫째, 치료 현장에서 필요한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산업적 책임이다. 둘째, 배곧 바이오 특화단지와 연계해 연구개발과 사업화 기반을 넓히는 성장 전략이다. 셋째, 어린이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문화·건강 지원을 이어가는 사회적 책임이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필수의약품은 낮은 채산성 때문에 기업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고, 배곧 바이오 클러스터도 실제 연구 성과와 기업 유치, 임상 연계가 뒤따라야 한다. 사회공헌 역시 일회성 행사보다 지속성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종근당은 올해 들어 실적 체력, 필수의약품 공급, 지역 바이오 거점, ESG 활동을 한 방향으로 묶어가고 있다.
종근당의 경쟁력은 이제 매출 규모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공급하고, 지역 바이오 생태계 안에서 연구개발 기반을 넓히며, 어린이와 취약계층을 향한 사회적 책임까지 이어가는 기업인가가 더 중요해졌다. 올해 종근당의 행보는 국내 제약사가 성장성과 공공성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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