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채 11조 늘 때 일반기업은 3.2조 순상환…회사채 시장의 엇갈린 흐름

9월 직접금융 28조5578억원, 전월 대비 74.9% 증가…증가분 90%는 금융채
일반회사채 발행 1조7290억원·상환 4조9230억원…10개월 연속 순상환
3분기 순상환 5조800억원…시설자금 목적 발행은 500억원에 그쳐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10-27 16:03:56

▲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전경.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9월 기업 직접금융 조달실적에서 금융채 발행은 크게 늘어난 반면 일반회사채는 3조1940억원 순상환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국내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액이 75% 가까이 늘었지만 일반기업은 회사채 시장에서 새로 조달한 돈보다 갚은 돈이 3조원 이상 많았다. 은행과 금융회사들이 채권 발행을 늘리면서 시장 전체 규모는 회복됐지만 일반기업의 공모 회사채는 10개월 연속 순상환 흐름을 이어갔다.

27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6년 9월 중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주식·회사채 공모 발행액은 28조5578억원으로 전월 16조3311억원보다 12조2267억원(74.9%) 증가했다.

전체 조달 증가분의 약 90%는 금융채에서 발생했다. 9월 금융채 발행액은 25조7984억원으로 전월 14조8138억원보다 10조9846억원 증가했다. 주식·회사채 전체 발행 증가액에서 금융채가 차지한 비중은 89.8%다.

금융채 가운데 은행채는 11조5732억원, 기타금융채는 12조6752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월보다 87.0%, 79.0% 증가했다. 금융지주채 발행액은 1조55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채 발행액은 9월 전체 주식·회사채 조달액의 90.3%에 달했다. 금융회사의 자금조달이 전체 통계의 대부분을 차지한 셈이다.

이 때문에 직접금융 발행액 증가를 일반기업의 투자자금 조달 확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금융채는 은행과 증권·카드·캐피털사 등 금융회사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다. 금융채 발행 증가가 곧바로 일반기업에 대한 대출이나 투자 확대로 이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일반회사채 시장에서도 발행 규모 자체는 회복됐다. 9월 일반회사채 발행액은 1조7290억원으로 전월 3100억원보다 457.7% 증가했다.

그러나 상환 규모는 신규 발행을 크게 웃돌았다. 일반회사채 상환액은 4조9230억원으로 발행액의 약 2.85배에 달했다. 이에 따라 9월 일반회사채 순상환 규모는 3조1940억원을 기록했다.

8월 순상환액 9360억원과 비교하면 2조2580억원 증가했다. 발행액이 늘어났음에도 신규 발행보다 만기 상환이 더 큰 폭으로 이뤄진 것이다.

순상환 흐름은 한 달에 그치지 않았다. 일반회사채는 7월 9500억원, 8월 9360억원, 9월 3조1940억원을 각각 순상환했다. 3개월 합계는 5조800억원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순상환 흐름도 9월까지 10개월 연속 지속됐다. 회사채 발행시장에 일정 수준의 수요가 유지되고 있더라도 기존 채무의 상환 규모가 이를 웃도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발행자금의 사용 목적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9월 일반회사채 발행액 1조7290억원 가운데 1조1799억원(68.2%)은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한 차환 목적이었다. 운영자금은 4991억원(28.9%), 시설자금은 500억원(2.9%)에 그쳤다.

8월에는 일반회사채 발행액 3100억원이 전액 차환 목적으로 사용됐다. 9월 들어 운영자금과 시설자금 조달이 재개됐지만 시설자금의 절대 규모는 여전히 작았다.

다만 공모 회사채의 시설자금 비중이 낮다는 사실만으로 전체 기업의 설비투자가 위축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업은 영업현금흐름이나 은행 대출, 사모채 등 다른 경로로도 투자재원을 확보한다. 이번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공모 일반회사채를 통한 시설자금 조달 규모다.

신용등급별 발행도 우량등급에 집중됐다. 9월 무보증 일반회사채 가운데 AA등급 이상 발행액은 9200억원으로 전체의 53.2%를 차지했다. A등급은 8090억원(46.8%)이었으며 BBB등급 이하 발행은 없었다.

월간 발행 규모의 회복이 낮은 신용등급 기업의 조달 확대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다만 BBB등급 이하 발행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전반적으로 중단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전체 회사채 잔액과 일반회사채의 움직임도 엇갈렸다. 9월 말 전체 회사채 잔액은 777조1235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8조2726억원 증가했다. 반면 일반회사채는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많은 순상환을 이어갔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시장 회복의 폭은 더욱 제한적이다. 지난해 9월 주식·회사채 공모 발행액은 28조6941억원이었다. 올해 9월 28조5578억원은 이보다 1363억원 적다.

올해 1~9월 누적 발행액 역시 197조80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 감소했다. 한 달 전과 비교한 증가율은 높지만 지난해 같은 시기의 발행 규모까지 넘어선 것은 아니다.

9월 직접금융 통계는 금융회사와 일반기업의 자금조달 흐름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금융채 발행이 증가하고 전체 회사채 잔액이 늘어나는 동안 일반회사채 시장에서는 상환액이 신규 발행액을 계속 웃돌았다.

앞으로 기업 자금조달 시장의 회복을 판단할 때는 전체 발행액 증가뿐 아니라 일반회사채의 순발행 전환 여부와 운영·시설자금 조달 규모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금융권의 채권 발행 확대와 일반기업의 신규 자금 확보는 서로 다른 지표이기 때문이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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