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등 상환 유예 37조원 ...'9월 위기설' 가능성 있나?
가계대출·자영업자 연체율 상승에 금융시장 불안 커져
소상공인·중소기업 9월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 종료
경기 둔화·금리 인상 여파 감안, 연착륙 방안 마련해야
이승섭 기자
sslee7@sateconomy.co.kr | 2023-07-04 15:49:41
은행의 가계 대출 연체율이 1분기에 이어 4월에도 늘어난 가운데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해 온 대출 상환 유예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사태 지원책으로 소상공인·중소기업에게 대출 지원과 함께 5차례나 만기 연장과 상환·이자 유예 등을 해준 정부 조치가 오는 9월이면 종료되기 때문이다.
현재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1000조 원이 넘는다. 하지만 그동안 빚으로 연명해오다시피 해 온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조사를 보면 자영업자 60% 이상이 올 상반기 매출 부진올 겪었다. 하반기 매출 전망도 여전히 어둡게 본다.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자영업자 연체율도 올해 1분기 기준으로 8년 만에 최고치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자영업자 대출을 대신 갚아준 대위 변제액도 크게 늘었다. 내재된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지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가계 부채 연체율이 다시 높아진 것과 맞물려 시장에선 9월 위기설까지 나도는 것도 그래서다.
더욱이 가계대출자 열 명에 한 명 가량이 번 돈보다 갚아할 대출 원리금이 더 많아 사실상 부도 상태다. 또 두 명 가까이는 소득에서 빚 갚느라 소비 여력이 전혀 없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특히 시중 대출 금리가 하반기에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소비 위축으로 인한 하반기 경제 회복이 발목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수면 위로 떠오른 자영업자 대출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올해 1분기 만도 1033조 여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사실상 빚으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대출 규모도 그렇지만 연체율도 심각하다.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율이 1.00%로 8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다중 채무 자영업자 수도 177만 여명이다. 대출을 받은 전체 자영업자 수의 절반 이상 수치다.
또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소상공인 대출 보증 상품에 대한 대위변제도 급증세다. 양정숙 의원에 따르면 전국 17개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지난 3월 기준 대위변제율은 1.8~4.9%로 나타났다. 작년(0.3~1.5%) 대비 2~8배나 증가했다.
이는 자영업자들이 경기 둔화와 고금리로 인해 채무 상환 임계치에 달하고 있기 때문으로 부채 구조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하반기에도 매출 전망 어두워
2021년 자영업자 수(사업 소득 신고 기준)는 656만 여명으로 2017년에 비해 184만 명이 증가했다, 반면 연평균 소득은 오히려 10% 감소했다는 통계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향후 전망도 밝지 못하다는 점이다. 전경련이 최근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렇다.‘지난 상반기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감소했다’는 답변이 63.4%에 이른다. 이 중 매출 감소는 전년 동기 대비 평균 9.8%, 순익 저하는 9.9%에 각각 달한다.
이어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답변은 전체의 절반 정도인 50.8%,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49.2%로 집계됐나, 응답자 절반 가량이 하반기도 여전히 어둡게 전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9월 종료되는 만기·상환 유예
자영업자 대출 규모와 연체율 증가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오는 9월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자영업자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 종료가 더 걱정이다.
은행 등 금융권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도 유예했다. 당초 지원 시한을 2020년 9월로 정했지만 팬데믹이 계속되자 그동안 5차례나 연장해왔다. 5대 은행이 최근 3년 여 동안 원금과 이자를 유예해준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액이 37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예정대로 9월부터 이들에 대한 금융지원이 종료돼 만기 연장 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칫 연체율 급등과 함께 대규모 대출 부실 우려를 제기한다. 최근 가계 대출 연체율 증가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면서 은행들이 혹시 발생할 수도 있을 금융 위기 가능성 대비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로 볼 수 있다.
■ 경제 부담 안 되게 연착륙 시켜야
자영업자 등에 대한 대출금 만기와 상환 유예 조치가 5차례나 연장돼 이를 계속 유예하는 것은 부담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조치를 단박에 끝내게 되면 이들의 위기를 부채질하게 된다. 우선 한계에 놓인 취약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해당 조치를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은행과 사전 채무 조정 계획을 논의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데다 하반기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다시 나설 경우 2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가계 대출 부실 문제와 함께 금융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
당국과 금융권은 부실 관리와 함께 9월 지원 종료를 감안해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는 선제적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나아가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금융 위기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방안 마련도 필요한 시점이다.
토요경제/ 이승섭 대기자 sslee7@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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