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해부] 도망가는 한화오션, 추격하는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 美 MRO 첫 수주…美 조선시장 주도권 경쟁 본격화
미 해군 MRO 수주 통해 미국 내 입지 확대 노리는 K-조선 Big 2
HD현대중공업, 현지 조선사·대학과 협업으로 미국 조선업 육성 동참…트럼프 맞춤형 전략
한화오션, 현지 조선소 인수 통해 ‘로컬 생산 거점’ 선점한 선제적 투자 전략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 2025-08-08 09:04:14

▲ HD현대중공업이 MRO 진행할 미 해군 7함대 소속 ‘USNS 앨런 셰퍼드’함<사진=미 해상수송사령부>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수주하면서 한화오션과의 미국 시장 경쟁 구도가 본격적으로 전환점에 들어섰다.

HD현대는 7함대 소속 4만1000t급 ‘USNS 앨런 셰퍼드함’ MRO 사업을 수주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앨런 셰퍼드함은 9월부터 울산 HD현대미포 인근에서 본격적인 정비가 시작돼 11월 미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수주는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MASGA) 제안 이후 대한민국 조선업계가 거둔 첫 미 해군 MRO 성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그동안 미국 해군 MRO 사업에서 확실히 앞서나가던 것은 한화오션이었다. 지난해부터 총 3건의 미 해군 MRO 사업을 모두 수주하며 시장 신뢰를 선점해왔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현장 대응력과 기술력, 추가 정비사항 발생 시의 유연한 대처, 미 해군과의 긴밀한 소통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었다.

한편 이번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 MRO 수주는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MASGA)’ 제안 이후 한국 조선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거둔 첫 번째 미 해군 MRO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화오션이 쌓아온 연속 수주와 시장 신뢰에 이어 HD현대 역시 기록을 쌓기 시작하면서 양사의 미국 시장 경쟁 구도가 본격적으로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해군 MRO 시장에서의 경쟁 구도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는 단순히 한 건, 두 건의 수주 실적이 아니라, 앞으로의 글로벌 조선산업 패러다임 변화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군사력과 해상 물류를 보유한 국가로, 방대한 예산과 지속적인 선박 유지·보수 수요가 꾸준히 발생한다. 여기에 최근 들어 미국 정부가 중국 등과의 해양력 경쟁 심화, 자국 조선업 재건 등 전략적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누가 미국 시장의 신뢰를 먼저 얻는가’가 글로벌 조선사의 장기 생존과 성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 해군의 경우 단기 실적만을 보고 협력사를 선택하지 않는다. 현장에서의 기술력, 비상 상황 대응력, 유연한 협상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가를 꼼꼼히 따진다.

이런 의미에서 한화오션이 먼저 쌓아온 실적과 신뢰, 그리고 이번 HD현대중공업의 첫 성공적 수주는 한국 조선업계 전체의 위상을 높이고, 앞으로 미국 내 입찰과 후속 대형 프로젝트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 현지 조선소 인수를 통해 전진기지 구축한 한화오션

한화오션은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현지 생산기지를 구축, 미국 시장 내 ‘로컬화’와 기술 내재화에 방점을 찍었다.

단순히 MRO 입찰에 그치지 않고, 미국인 용접공을 직접 육성하는 한국식 아카데미 설립, 최신 자동화·기계화 설비투자, 블록 조립 고도화 등으로 ‘미국 현지 생산성 혁신’까지 주도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 정부와의 파트너십, 현지 중소업체들과의 상생, 미 해군 함정 및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까지 아우르는 다각적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군함 건조 라이선스까지 취득 절차에 들어가, 한미 조선·방산 기술 동맹의 ‘상징’이자 미국 조선업 재건의 전초기지로 자리매김 중이다. 이런 전략은 기술과 생산설비, 인력 양성 시스템까지 모두 한화의 방식으로 일원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투자를 통해 생산 공정의 혁신과 미국 현지 기술자 양성, 중소 협력업체 동반 진출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규모 수주와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 전략이라 할 수 있다.
 

▲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 협력과 레퍼런스 축적 중심의 점진적 진입 전략을 선택한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과 달리 직접적인 대규모 투자보다는 현지 파트너십과 협력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 ‘점진적으로’ 진입하는 전략을 택했다. 미국 내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社,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社와의 기술 협약 및 공동 건조 협력 등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런 협력 방식이 리스크관리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현지 기업과 단계적으로 협업하면서 시장과 업무 문화를 이해할 수 있고, 필요 이상으로 리스크를 안지 않고도 실제 사업 기회를 테스트할 수 있다. 만약 현지에서 의미 있는 성과(레퍼런스)를 쌓게 되면, 이후에는 투자 규모를 늘리거나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시간대 등 미국 내 유수 대학과 함께 조선해양 분야 인재 양성 프로그램과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이러한 인재 양성 및 네트워크 구축은 미국 조선업계가 오랜 침체 끝에 다시 인력을 재건하고자 하는 움직임과 맞물려, 장기적으로 미국 정부와 현지 업계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내 현지 업체와의 협력은 물론, 교육·훈련, 세미나 등을 통해 미국인 조선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국식 기술을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내에서 실제로 조선업 생태계를 재구축하는 데 동참하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진짜 원하는 것은 자국 조선업의 육성”이라며, “이러한 부분에서 현지 업체와 협력하고 미국 내에서 인력 양성에 나서는 HD현대의 전략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에 최적화된 맞춤형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사진=HD현대중공업> 

◆ K-조선, 미국 시장서 경쟁하며 ‘글로벌 표준’ 도전


이처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자신만의 해법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K-조선의 저력과 유연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축적되는 다양한 경험과 성과는 단순한 수주 실적을 넘어, 한국 조선사들의 기술력과 사업 역량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미국 시장에서의 경험과 성과가 앞으로 한국 조선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한국의 대표 조선사들이 미국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나란히 실적을 쌓아간다는 것은 향후 고부가가치 선박, 방산·해양플랜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조선업계가 글로벌 표준이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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