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우윳값 또 올리나...빵·아이스크림·과자 줄인상 우려
낙농진흥회, 9일 원윳값 협상 착수...인상 확실, 인상폭 관심
L당 69∼104원 범위서 조정...관련 제품 도미노 인상 우려돼
5월 3%초반까지 내려온 물가 상승률 둔화에 부정적 영향 미칠듯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3-06-05 15:46:46
우윳값이 또다시 오를 전망이다. 올해 원유(原乳) 가격을 정하기 위한 낙농가와 유업체들의 협상이 오는 9일 시작되는데, 낙농가의 생산원가가 올라 원윳값 인상이 거의 확실시된다.
원윳는 마시는 우유를 필두로 빵, 과자, 아이스크임, 커피 등 다양산 식품과 식재료로 널리 쓰인다. 따라서, 원윳값의 인상은 전체적인 먹거리 물가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
낙농진흥회의 이번 원윳값 협상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표면적으로는 원윳값 협상이지만, 사실은 원윳값이 인상폭을 어느 수준으로 할 지 결정하는 자리다.
그도 그럴 것이 낙농가들이 인건비, 사료비 등 생산원가가 크게 올라 원윳값 인상은 어느정도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 협상테이블에 앉게 된 것이다.
원유를 사용하는 유제품과 제과류 등의 도미노식 인상이 사실상 예약된 상태란 뜻이다. 유통업계 일각에선 벌써부터 이번 협상 결과 원윳값이 중폭 이상 인상될 경우 우유발 인플레이션, 즉 '밀크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 입장 차 커서 협상 난항 예상...정부는 소폭 인상 지지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오는 9일 소위원회를 열어 올해 원유 가격 협상에 본격 착수한다.
원유 가격은 관련업체가 개별적으로 정할 수 있지만 관행적으로 낙농진흥회가 결정한 원유 기본 가격을 준용해 왔다. 낙농가들은 올해도 특별한 변수가 없는한 낙농진흥회 결정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주요 관심은 인상폭과 적용시점이다. 우선 인상폭은 올해의 경우 원유 L당 69∼104원 범위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농식품부가 낙농 제도를 개편, 올해부터는 원유 가격 인상에 생산비 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도 반영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인상폭을 하향조정했기 때문이다.
제도 개편 전에는 L당 104∼127원이었는데, 이를 20% 안팎 낮춘 것이다. 인상폭의 범위가 하향조정된 만큼 이번 협상도 순조롭게 타결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낙농가들은 생산비 부담이 커진만큼 최대한 많이 인상하려할 테고, 반대로 유업계는 소비자부담과 수요위축을 고려해 최대한 소폭 인상을 주장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낙농업계는 지난해 생산비가 리터당 116원 상승했고 음용유 사용량이 1.6% 줄어 이번 협상에 중폭 이상 인상을 목표로하고 있다.
사실상 원윳값 협상의 조정자 역할을 하는 정부도 이 부분에선 원유 수요업계 편일 수 밖에 없다. 원유가 파생하는 제품이 워낙 광범위해서 원윳값 인상이 가져올 나비효과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인상률과 함께 협상 타결 시점도 관심거리다. 현재로선 정확한 타결시점을 예측하기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낙농진흥회 원유 가격 협상 소위원회는 통계청의 우유 생산비 발표일의 다음달 1일부터 한 달간 운영되며, 소위원회가 가격을 정하면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그해 8월1일부터 인상분이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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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낙농가와 유업계의 인상폭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작지 않은데다가,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의 무언의 압박까지 감안할 경우 일정을 제대로 맞출 지 의문이다. 지난해에도 원유 가격 협상이 낙농제도 개편과 맞물려 낙농가와 유업계의 이견 충돌로 인해 9월 중순에나 첫 소위원회가 열렸고, 10월16일부터 인상분이 반영됐다.
■ 원유 파생상품 광범위..."대폭 인상시 물가상승 압박 가중"
원윳값 협상이 임박하고, 추가 인상이 기정사실화하자 관련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소폭 인상이라면 물라도 중폭 이상의 인상이라면 상당한 원가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원윳값 인상분을 판매가에 그대로 적용하기도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다. 가뜩이나 물가인상으로 수요가 위축되고 소비자들의 저항이 거센 상황에 원윳값 인상에 따른 판매가 인상을 단행하는게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정부 입장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상 초유의 초긴축으로 물가상승률을 1년만에 3%대로 주저앉히는 데 성공했지만, 먹거리 물가와 식품 물가는 여전히 고공 비행중이다. 이런 상황에 원윳값 인상이 관련 제품의 줄인상은 마치 다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격이라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유는 파생 상품이 매우 많은 핵심 원재료이다. 원유를 기반으로 하는 음용 우유와 치즈, 버터 등의 핵심 재료이며 빵, 아이스크림, 커피, 과자 등 다양한 식품에 사용된다. 대부분의 요식업에 우유는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 재료 중의 하나다.
낙농진흥회의 원윳값 협상을 앞두고 '밀크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원윳값 인상이 다양한 관련제품의 가격인상으로 이어져 물가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란 걱정의 목소리다.
실제 지난해 원유 기본 가격이 L당 49원의 소폭 인상됐음에도 불구, 각 유업체는 흰 우유 제품 가격을 10% 안팎으로 올렸다. 아이스크림 가격도 10∼20%대로 인상됐다. 과자류나 커피도 예외가 아니다. 제과업계가 줄줄이 판매가를 올렸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국내의 경우 빵류, 과자류 등의 원료 중 우유의 비율이 각각 5%, 1% 수준에 불과해 원유 가격 인상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설령 원가부담이 미미하더라도, 원윳값 인상을 빌미로 관련업계가 판매가를 일제히 상향조정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이번 원윳값 협상으로 원윳값이 리터당 1천원, 우윳값이 3천원 시대를 열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생산비 부담이 커진 낙농업계와 물가에 미칠 악영향 등을 두루 감안하면, 협상이 쉽게 타결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다"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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