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가습기살균제 제조사, 피해자에 배상"…12년만에 첫 인정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 2023-11-09 15:46:46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회사가 질환이 발생한 피해자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는 사건이 발생한 지 12년 만에 제조·판매사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상고심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인 김씨(71)가 제조·판매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납품업체 한빛화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옥시가 김씨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상고 기각으로 9일 확정했다.
김모씨는 2007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그는 기침 등 증상이 발생해 2013년 5월 간질성 폐 질환 등을 진단 받았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가습기 사균제가 폐 세포를 손상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해 폐손상 여부에 따라 △거의 확실(1단계) △가능성 높음(2단계) △가능성 낮음(3단계) △가능성 거의 없음(4단계)로 분류했다.
김씨는 3단계 판정을 받았다. 3등급은 가습기 살균제 노출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다른 원인을 고려할 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질환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다.
이에 김씨는 2015년 2월 옥시와 한빛화학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법원은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2019년 9월 2심 법원은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에는 설계상 및 표시상의 결함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원고가 신체에 손상을 입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씨는 배상액이 적다는 이유로, 옥시와 한빛화학은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각각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양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가습기살균제 사용자가 제조·판매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한 민사소송 중 첫 상고심 사건 판결"이라며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그로 인한 질환의 발생·악화에 관한 인과관계 유무 판단은 사용자의 구체적인 증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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