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급제동…과열이 만든 급락의 대가

금값 이틀 새 13% 급락·은값 30% 붕괴…중국 투기자금 이탈·차익실현 겹쳤다

이덕형 기자

ceo119@naver.com | 2026-02-02 15:43:46

▲시중에 유통중인 골드바 모습/사진자료/이덕형기자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국제 금값과 은값이 이틀 연속 급락하며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로 불린 금·은 강세장이 과열 국면에서 급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일 한국시간 오후 2시 20분 기준 금 현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4,676.90달러로 전장 대비 4.4% 하락했다. 장중 한때 낙폭은 6%를 넘었다. 은 현물 가격은 같은 시각 10% 넘게 떨어지며 트로이온스당 76달러선까지 밀렸다.

앞서 지난달 30일 금 현물 가격은 하루 만에 9% 급락하며 2013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은값은 같은 날 26% 넘게 폭락했다. 이틀 사이 금은 약 13%, 은은 30%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이번 급락은 ‘이유 없는 붕괴’라기보다 과도한 상승 이후 나타난 전형적인 조정 국면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금값은 지난해에만 64% 폭등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말까지 25% 이상 급등했다. 은 역시 산업 수요와 투기적 매수세가 결합되며 급격한 상승 흐름을 탔다.

시장에서는 차익 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 직접적인 방아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 내 개인·기관 투기 자금이 대거 유입되며 가격을 밀어 올렸던 만큼, 변동성 국면에서 매도 역시 집중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투기 세력의 대규모 매수 이후 급격한 포지션 청산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금·은 랠리를 지탱해온 거시 환경도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금값 상승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 금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속 금리 인하, 지정학적 긴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여기에 달러 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이른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가 더해졌다.

실제로 지난해 달러화 가치는 약 8% 하락해 2017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 전쟁, 이란·베네수엘라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켰다. 그 대안으로 금과 은이 선택됐던 것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면서 시장은 스스로 균형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거시 환경이 갑자기 개선됐다기보다는,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할수록 레버리지와 투기적 포지션이 쌓였고, 조정 국면에서는 낙폭이 확대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당분간 금·은 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앙은행 매입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라는 중장기 재료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과열 해소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급락 이후 반등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지만, 이전과 같은 일방적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이번 조정은 금과 은이 ‘절대적 안전자산’이 아니라, 유동성과 심리에 크게 좌우되는 자산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가격을 움직이는 것은 공포만이 아니라, 과도한 낙관 역시 위험하다는 사실을 시장은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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