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EU 자동차 규제 완화에 철강 원산지 변수…현대제철·포스코 영향은
유럽의회 2035년 배출 감축목표 추가 완화 합의…저탄소 철강은 EU산 우대
국산 저탄소 강판 탄소감축 인정 여부 주목…현지 조달비용도 관건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2026-10-21 15:43:50
유럽연합(EU)이 자동차 배출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내연기관차의 판매 여건은 개선될 수 있지만 저탄소 철강에 대한 혜택은 유럽산 제품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1일 로이터통신(Reuters)과 EU 집행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유럽의회 내 유럽국민당(EPP), 사회민주진보동맹(S&D), 리뉴유럽(Renew Europe) 등 3개 정치그룹 협상단은 전날 2035년 승용차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목표를 추가로 완화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협상안은 2021년 대비 승용차 배출량 감축목표를 기존 집행위원회 제안인 90%에서 87.5%로 낮췄다. 대신 EU에서 생산된 저탄소 철강 사용에 대해 7.5%포인트 상당의 추가 감축 기여를 인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로이터가 확인한 합의문에는 “유럽연합에서 생산된 저탄소 철강(low-carbon steel made in the European Union)”이라는 조건이 명시됐다.
이 같은 철강 관련 혜택이 이번에 처음 도입된 것은 아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기존 100%였던 감축목표를 90%로 완화하면서 나머지 배출량을 EU산 저탄소 철강이나 대체연료 사용으로 상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번 합의는 감축목표를 더 낮추고 철강 관련 추가 인정분을 구체화한 것이다.
현대자동차(대표 호세 무뇨스)와 기아(대표 송호성)는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각각 완성차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 체코 공장은 투싼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i30 등을 생산하며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 역시 스포티지와 전기차 EV4·EV2 등을 생산하며 유럽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배출규제 완화안이 확정되면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외에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동력원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다만 실제 혜택은 기업별 평균 배출량과 차량 판매구성에 따라 달라진다.
문제는 자동차의 생산지역과 철강의 원산지가 별개의 기준이라는 점이다. 체코나 슬로바키아에서 완성차를 생산하더라도 한국에서 생산한 저탄소 강판을 사용하면 EU산 철강에 부여하는 배출량 상쇄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가 불확실하다.
국내 철강사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대제철(대표 이보룡)은 올해 2월 전기로와 고로를 결합한 공정으로 탄소저감 자동차강판의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기존 고로 생산 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을 약 20% 줄인 제품이다.
포스코(대표 이희근)도 지난 6월 광양제철소에 연간 250만톤 규모의 전기로를 준공했다. 회사는 기존 고로 대비 탄소배출량을 약 75%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탄소배출량을 줄였다는 사실만으로 EU산 철강에 부여하는 혜택까지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향후 법률에 반영될 원산지 판정 기준과 생산공정 인정 범위에 따라 국내 철강사의 유럽 자동차용 강판 공급 여건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이번 방안이 한국산 철강 사용을 금지하거나 별도의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철강사의 실제 유럽 공급물량과 자동차업체별 조달 비중도 확인되지 않아 구체적인 수출 감소나 원가 상승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EU의 규제 완화안 역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유럽의회 주요 정치그룹의 공식 승인과 회원국 정부와의 협상, 최종 입법 절차가 남아 있다.
이번 결정으로 현대차와 기아의 유럽 사업에는 자동차 배출규제 완화에 따른 이익과 저탄소 철강 조달에 따른 비용 문제가 동시에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철강업계에도 탄소배출 저감 기술뿐 아니라 생산지역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공급망 확보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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