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전기요금 조만간 소폭인상 유력...갈길 먼 한전 부실 해소

당정 2분기 전기요금 ㎾h당 7원 인상 유력...가계 부담 2천원선
당초 10원선에 크게 후퇴...이번주안에 당정협의회서 확정 예정
예상치 밑도는 인상폭에 한전 재무구조 개선에 별 효과 없을듯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 2023-05-09 15:40:16

▲정부와 여당이 조만간 당정협의회를 열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확정한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 <사진=연합뉴스제공>

 

정부와 여당이 40일째 표류중인 2분기 전기요금 조정이 소폭 인상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의 부실과 국민여론 사이에서 고심하던 정부는 이르면 이번주안에 당정 협의회를 열어 2분기 전기요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의 적자가 위험수위를 넘어선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란 점에서, 관심은 인상폭에 모아지고 있다.


현재로선 당초 kWh(킬로와트시)당 10원 이상의 중폭 인상 대신 kWh당 7원 정도의 소폭 인상이 유력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전의 현 재무상황과 '팔수록 밑지는' 원가구조만 놓고 하면 전기요금은 1분기 수준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채 1년도 안남은 총선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 서민들의 가계 부담 등을 감안, 정부가 소폭 인상쪽으로 한발 물러설 것으로 예상된다.

■ 표류중인 2분기 전기요금 조정, 조만간 마무리

통상 전기요금은 새로운 분기 전달에 확정한다. 그러나 1분기에 kWh당 13원이 넘는 대폭 인상에 국민여론이 악화되자 정부가 3월말까지 2분기 요금을 결정하지 못한 채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정부는 그러나 이번주에 2분기가 절반을 넘어가는 상황인만큼 더 이상 요금결정을 미룰 수 업다고 보고, 오는 11일 전후에 당정협의회를 개최, 2분기 전기요금 조정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산업계 민·당·정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업계에선 한 달 넘게 미뤄진 2분기(4∼6월) 전기요금 결정이 이번주 중에 소폭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정은 현재 1·2월 누계 기준 ㎾h당 149.7원인 전기요금을 ㎾h당 7원 가량 소폭 인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며, 조만간 당정 협의회에서 최종 인상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한전의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물가에 미칠 영향과 국민부담 등을 고려, kWh당 7원선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렇게되면 4인 가구 기준 월 전기요금 추가부담액을 2~3천원 정도에 달할 것"이라고 배경을 섦명했다.


2분기 조정 전기요금은 정부와 여당의 당정협의회에 이어 전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곧바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고시로 적용된다. 당정 협의회가 임박하자 전기위 역시 회의 개최를 위한 실무 준비에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앞서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 여론의 의식, 적자 해소를 위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수반한 자구대책안을 마련, 공개한 바 있다. 한전은 전기위 개최에 앞서 이사회를 열어 주요 부동산의 분할매각과 임직원 임금 동결, 인상분 반납 등이 담긴 자구안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


한전에 따르면 일부 부동산 분할 매각과 3급 이상 임직원의 임금인상분 반납, 임금동결, 지역사무소 통폐합 등을 포함해 총 20조원+α 규모의 비용절감안을 주무부처인 산업부에 제시했다. 자구안의 최종 실행 여부 역시 당정 협의로 결정된다.

​■ "소폭인상으론 한전 적자구조 탈피에 큰 보탬 안될것"

2분기 전기요금이 인상이 예상보다 크게 낮아진 소폭 인상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한전의 자금난에 다소 숨통이 트이겠지만 한전의 부실한 재무구조를 탈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한전 안팎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전기 원가를 감안하면 전기요금을 10원을 인상해도 모자랄 판인데, 7원을 올리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할뿐 기본적인 적자구조에서 벗어나는데는 별 보탬이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전력 사용이 급증하는 여름철을 앞두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전은 앞서 올해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올려야 한다는 내용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제출한 바 있다. 실제 1분기엔 역대 분기별 최고 인상폭인 ㎾h당 13.1원 올랐다. 한전 자체 분석대로라면 2분기에도 ㎾h당 12원 이상 올려야한다는 얘기다.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2월 전력 구입단가는 ㎾h당 167.2원, 판매단가는 ㎾h당 152.7원이다. 전력을 판매할때마다 ㎾h당 14.5원씩 적자를 보는 셈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의 생각은 다르다. 한전도 중요하지만, 더 급한 것은 물가와 국민 여론이다. 1분기에 대폭적인 전기요금 인상에 이어 2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린다면 국민부담이 더 커지고, 자연히 정부와 여당에 비판 여론이 쏠릴 게 불보듯 게 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늦어진 탓일까, 지난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대(3.7%)로 내려앉았다. 올들어 빠르게 안정세를 찾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 대폭적인 전기요금 인상은 자칫 안정세를 찾아가는 물가에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여론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1분기 전기요금이 대폭 인상된 마당에 또 다시 대폭인상을 결정한다면 여론이 더욱 악화될 게 자명하다. 특히 내년 4월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가 30%대 초반에 그쳐있는 상황에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한 달여 미뤄진 2분기 전기요금 조정이 소폭 인상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사진 5일 서울시내 한 주택가에 전기 계량기. <사진=연합뉴스제공>

 

업계에서는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매우 맞은 상황에서 총선을 앞두고 국민 반발이 예상되는 전기·가스요금을 대폭 인상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기요금이 갈수록 '정치요금'화 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 한전 '역마진' 상황 장기화 우려...회사채로 연명?

정부가 이처럼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과 국민여론을 동시에 고려한 절충안으로 전기요금의 소폭 인상으로 중지를 모으면서 한전 재무구조의 눈에띄는 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요금 인상 폭을 줄이면서 국민부담은 줄었지만 한전의 자금난 해소는 그만큼 더 멀어진 셈이다.


이는 현재 수익구조와 재무상황을 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원가 보다 훨씬 싼 가격에 전력을 판매하는 역마진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한전의 재무구조는 심각한 상태다. 지난해 적자만도 30조원이 넘게 쌓였다.


전기구입 단가가 판매단가보다 높은 역마진 구조는 문재인 정부 이후 심화돼왔다. 원가 상승에 연동, 전기요금을 올려야함에도 동결을 유지한데다가 ,국제에너지 가격 폭등 등의 영향으로 한전의 전기 수급구조는 계속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실제 한전은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5조8천억원과 32조6천억원의 무더기 적자를 냈다.


올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호전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결국 지난 1분기(1∼3월)에 전기요금을 ㎾h당 13.1원의 대폭 인상을 단행했지만, 한전의 영업 손실을 보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번주중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한전의 1분기 영업손실은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를 팔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한전은 회사채 발행으로 연명하고 있다. 실제 한전의 회사채 누적 발행량은 지난달 기준 77조1530억원까지 불어났다. 올들어서만 9조5500억원의 사채를 새로 발행했다. 이에 따라 사채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져가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전기·가스요금의 원가 회수율이 상당히 낮다"고 전제하며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채권 시장과 전력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국 국민경제에 부담 요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정부와 여당이 전기요금을 올려야한다는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내년 총선을 고려한 표심 이탈을 우려한 나머지 소폭 인상안을 밀어붙이자 한전의 자구노력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압박 강도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한전이 이미 자체적으로 자구책을 내놓을만큼 다 내놓았는데, 정부와 여당이 계속 더 많은 것을 요구해 한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한전의 실적과 재무구조보다는 자구책의 내용만 중시하는 것같아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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