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은 재고, 쿠팡이츠는 품질…장보기 뛰어든 배달앱의 다른 부담

음식배달 넘어 생필품·신선식품 배송 확대…주문 늘어도 피킹·패킹·폐기·배송비가 수익성 변수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 2026-06-23 18:38:05

▲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형 AI가 제작한 이미지 [토요경제]

 

배달앱의 다음 전쟁터는 음식이 아니라 장보기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생필품·신선식품 배송을 확대하고 있지만, 주문이 늘어도 이익이 남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음식배달보다 더 복잡한 비용 구조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달앱은 음식배달을 넘어 장보기와 생필품 배송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점심과 저녁 식사시간에 몰린 주문 구조를 벗어나 하루 중 더 자주 열리는 생활앱으로 바뀌려는 시도다. 음식배달은 특정 시간대에 주문이 집중되는 반면, 장보기와 생필품 배송은 오전과 퇴근 이후, 심야 시간대에도 수요를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주문 증가와 수익성이 별개라는 점이다. 장보기 배송은 단순 배달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상품을 고르고 담는 피킹·패킹 작업, 재고 관리, 신선식품 폐기, 거점 운영 비용이 함께 붙는다. 여기에 무료배달, 할인쿠폰, 멤버십 혜택이 더해지면 거래액은 늘어도 실제 이익은 줄어들 수 있다.

배민은 B마트를 앞세워 장보기 수요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B마트의 올해 1분기 주문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7%, 거래액은 36% 증가했다. 신선식품과 자체브랜드(PB) 상품 판매도 늘며 장보기 채널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다만 거래액 증가만으로 수익성 개선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배민은 B마트를 급하게 필요한 생필품을 주문하는 서비스에서 일상 장보기 채널로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배민 관계자는 “초기에는 빠르게 필요한 물건을 받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신선식품과 정육, 과일 등을 강화하며 이커머스나 대형마트처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B마트는 상품을 직접 매입해 보관·판매하는 직매입형 모델이다. 주문이 들어오면 자체 거점에서 상품을 고르고 포장한 뒤 배달한다. 상품 구성과 품질을 통제하기 쉽고 PB 상품 확대도 가능하지만, 재고와 작업 비용 부담을 함께 안는다.

우아한형제들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말 연결 기준 재고자산은 22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비용으로 인식한 재고자산평가손실은 82억원이었다. 재고자산평가손실은 보유 상품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판매 가능성이 낮아졌을 때 비용으로 처리하는 금액이다. 직매입형 장보기 사업에서는 수요 예측 실패가 곧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배민은 장기간 축적한 배달 처리 효율과 주문 밀도, PB·신선식품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려는 구조다. 배민 관계자는 “다년간의 음식배달 노하우를 통해 퀵커머스 배달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할인 혜택도 변수다. B마트는 최저가도전, 일일특가, 잽싼딜 등 프로모션을 운영하고 배민클럽 가입자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감사보고서는 할인쿠폰과 포인트 등 고객에게 지급할 대가를 거래가격에서 차감해 인식한다고 설명한다. 할인은 주문을 늘리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매출 인식액과 수익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쿠팡이츠는 장보기쇼핑을 중심으로 입점형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쿠팡이츠 장보기쇼핑에는 편의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 마트뿐 아니라 꽃집, 문구점, 정육점 등 동네 상점도 입점해 있다. 플랫폼이 직접 재고를 보유하기보다 근거리 매장 상품을 연결해 상품군을 넓히는 구조다.

직매입형과 입점형의 차이는 비용 부담에서 갈린다. 직매입형은 플랫폼이 상품을 미리 확보해 두고 자체 거점에서 피킹·패킹한 뒤 배달한다. 상품과 재고를 직접 관리하는 대신 비용 부담이 크다. 반면 입점형은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매장이 상품을 준비하고 플랫폼이 라이더를 연결한다. 직접 재고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매장별 준비 속도와 품질 관리가 변수로 남는다.

쿠팡이츠는 과거 직매입형 퀵커머스 서비스인 이츠마트를 운영했지만 2025년 8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회사 측은 시범 운영 차원의 서비스가 종료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츠마트가 재고 부담과 물류 효율 문제, 거점 운영비와 배송비 부담 등 직매입형 퀵커머스의 한계를 넘지 못해 종료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쿠팡이츠가 지역 상점 입점 중심의 장보기쇼핑을 확대하는 것도 직접 재고를 보유하는 방식에서 플랫폼이 매장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별도로 쿠팡이츠는 이츠마트와 유사한 직매입형 서비스인 쿠팡나우도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다만 아직 제한적인 테스트 단계여서 현재 퀵커머스 확대의 중심은 장보기쇼핑으로 봐야 한다.

결국 배달앱 장보기 경쟁의 승부처는 주문 수가 아니다. 비용 통제다. 배민은 직매입형 모델에서 재고와 폐기 부담을 줄여야 하고, 쿠팡이츠는 입점형 모델에서 매장별 품질과 배송 경험을 일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장보기는 배달앱의 이용 시간을 넓힐 수 있지만, 수익성이 검증된 사업 모델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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