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속의 변화' 추구한 삼성…새 씽크탱크 '미기단' 발족, 왜?

10년 후 미래 '캐시카우' 발굴…초대 수장에 전영현 부회장
전 부회장 7년만의 경영일선 컴백…옛 '미전실' 역할 주목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 2023-11-27 15:38:56

삼성전자의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미래사업기획단'(이하 미기단)을 신설하고, 초대 수장에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이사회 의장)을 전격 기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삼성은 한종희 부회장·경계현 사장의 기존 ‘투톱체제'는 유지했다.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묻는 극단적인 변화나 세대교체보다는 내부 조직의 안정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의미다.


미기단의 핵심 역할은 삼성전자를 넘어 삼성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이자 10년 뒤 새로운 캐시카우를 발굴하는 것이다. 삼성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과거 미래전략실(미전실)의 부활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해체된 미전실이 삼성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것처럼, 결국 미기단도 과거 미전실의 기능과 역할을 상당 부분 승계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 메모리 반도체 등 핵심사업 위기의식의 발로

미전실의 부활이든, 그렇지 않든 삼성이 2024년 새해를 앞두고 '미기단'이란 새로운 미래사업발굴 전담 조직을 띄운 배경은 여러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기단의 출범은 세계 초일류를 자부하며 '글로벌 초격차'를 자신해왔던 메모리 반도체신 등 기존 핵심사업의 위기 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읽힌다.

 

▲삼성이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새로운 씽크탱크 '미래사업기획단'을 발족한다. 사진은 삼성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제공>

 

반도체, 스마트폰, 생활가전, 통신 등 삼성을 글로벌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핵심사업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고성능 메모리 부문에서 SK하이닉스의 기선을 제압당하면서 시장점유율과 매출 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재용 회장이 전략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막대한 자본을 쏟아부었음에서 절대강자인 대만 TSMC 추격에 애를 먹고 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애플과의 경쟁도 버거운데, 화웨이를 필두로 중국업체들의 추격이 매섭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복합위기와 첨단산업의 공급망 재편 등 글로벌 경제환경의 급변은 삼성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제 몇몇 핵심 캐시카우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로는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그룹 전체의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애기다.


미기단은 이런 상황 속에서 기존 핵심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미래 핵심기술 확보와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창출이란 중차대한 두 가지 미션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사실 경제환경의 격변기마다 씽크탱크 역할을 맡는 조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왔다. 이름만 비서실-구조본-전략기획실-미전실-미기단 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와 글로볼 복합위기로 최악의 실적부진이 이어지자 삼성 안팎에서 콘트롤타워의 필요성이 대두됐던 이유다.


여러가지 기술과 사업의 컨버젼스(융합)가 가속화하고 있는 최근 첨단산업의 글로벌 기류 변화도 삼성이 미기단을 띄운 주요 이유로 풀이된다. AI(인공지능) 등 4차산업 요소기술이 사업전반에 녹아들면서 특정 계열사만의 자율적이고 독립된 전략보다 그룹차원의 기술과 사업융합의 중요성이 커져 이를 조율할 조직이 필요해졌다는 얘기다.

◇ 미래 수종사업 발굴과 글로벌M&A 적극 추진할 듯

여기에 이재용 회장이 여전히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조만간 1심 선고를 앞둔 이 회장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항소가 불가피해 앞으로도 상당기간 경영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과 함께 미래 수종사업을 발굴하고 그룹차원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미기단이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 같은 전후배경을 감안할 때 전영현 부회장을 초대 미기단 수장으로 낙점한 것은 최적의 선택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전 부회장은 권오현 전 회장과 함께 2010년 이후 삼성의 반도체, 배터리 등의 신화를 일궈낸 소위 검증된 인물이다.


이재용 회장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경영진에 과감한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점에서 확실한 트랙레코드(성공실적)와 탄탄한 내공을 갖춘 전 부회장을 구심점으로한 씽크탱크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게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이 2024년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 왼쪽부터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 부회장, 김원경 삼성전자 Global Public Affairs실장 사장, 용석우 삼성전자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전 부회장은 LG반도체 출신임에도 그간 삼성 메모리사업부에서 D램 설계팀장, 개발실장, 전략마케팅팀장, 메모리사업부장 등 핵심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 2017년 삼성SDI로 자리를 옮긴 후 7년 만에 경영일선에 컴백하는 것이다.


특히 권오현 전 회장을 비롯해 삼성 내부적으로도 두루 신뢰를 맏는 기술 전문가로 분류된다. 권 전 회장과 옛 삼성 미전실의 핵심 인사들로부터 두루 신뢰 받았던 흔치 않은 인물로 꼽힌다.


삼성 측도 이와관련 “전 부회장이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 노하우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바탕으로 삼성의 10년 후 패러다임을 전환할 미래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전 부회장의 화려한 컴백으로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를 넘어 국내외 전 계열사를 망라, 삼성그룹 차원의 다양한 신사업 발굴 및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소문만 무성한 삼성의 글로벌 인수합병(M&A)도 주도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과거 '미전실'을 연상케하는 '미기단'을 만든 것은 이재용시대에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라며 '전영현의 미기단'이 향후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지 궁금하다"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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