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에 진심인 용진이형…7전8기 킹소주 이번에 통할까?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 2023-09-18 15:37:14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신세계가 고도주 마니아 고객층을 겨냥한 신제품 ‘킹소주24’(이하 킹소주)를 선보이고 국내 소주 시장 안착에 재도전 한다. 제주소주를 인수해 ‘푸른밤’ 소주를 선보였다가 흥행실패의 고배를 마시고 사업을 접은 지 약 2년 만이다.


1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신세계L&B는 오는 21일부터 40만병 한정판으로 생산되는 기획 상품인 킹소주를 이마트24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용량은 360㎖로 알코올 도수는 24도로 레트로(Retro·복고) 콘셉트로 출시될 예정이다. 판매가격은 병당 2400원이다.

킹소주는 만화가 겸 방송인인 기안84가 라벨 디자인에 참여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기안84의 유명 웹툰 ‘패션왕’에 등장하는 주인공 ‘우기명’이 왕관을 쓴 모습의 익살스러운 디자인을 내세워 젊은 고객층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해 보인다.

현재 제주사업소에서 수출용 ODM(제조업자개발생산)을 생산하고 중인 신세계 L&B는 최근 저도주 인기가 지속되는 대세 속에서도 도수가 다소 높은 제품을 출시해 고도주를 선호하는 소주 마니아층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신세계L&B 관계자는 “주류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다양해지면서 이에 부합하는 제품을 고민한 끝에 신제품을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소비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다양하게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킹소즈 24 <사진=신세계L&B>

 

◆저도주 대세 속 역발상 마케팅 글쎄?

킹소주는 정용진 부회장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소주 시장에 신세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해보는 상징적 제품이라는 의미가 크다. 문제는 주류 시장에 접근하는 신세계의 행보가 전체 시장의 트렌드를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저도주를 선호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알코올 도수 16도의 소주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나아가 더 부드러운 술맛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충청권 주류업체인 맥키스컴퍼니는 14도짜리 제품인 최저 칼로리 소주 ‘선양(鮮洋)’을 선보이기도 했다.

실제 국내 소주의 알콜올 도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1924년 1위인 하이트진로가 처음 선보인 진로소주의 도수는 35도였지만, 1965년에는 30도로 낮아졌다. 1973년에는 25도로 5도가 더 낮아졌고, 이후 20년 이상 25도를 유지해오다 1998년 23도짜리 ‘참이슬’이 히트를 치면서 저도주 경쟁에 불을 지폈다.

2006년에는 19.8도짜리 소주가 출시돼 20도의 벽이 깨졌고, 2012년 19도, 2007년 19.5도, 2014년 18.5도짜리 제품이 차례로 출시됐다. 이후에도 2019년 17도, 2020년 16.9도, 2021년 16.5도짜리 제품이 출시되면서 더 낮은 도수의 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신세계L&B>

 

◆어정쩡한 ‘풍미’…더 어정쩡한 ‘마케팅’

주류업계에서는 신세계의 시장 개척이 시도가 수차례 고배를 마시는 원인으로 ‘어정쩡한 포지셔닝’과 ‘소극적인 마케팅’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의 트렌드에 부합하거나 출시 시점 적절치 못했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6년 제주소주를 인수하면서 총 670억원을 투자해 ‘푸른밤’을 출시했다. 하지만 2018년 제주소주의 매출은 43억원에 불과했고, 2019년에도 50억원을 넘기지 못해했다. 결국 제주소주는 2021년 신세계L&B에 흡수합병되는 형태로 사업을 접었다.

신세계L&B 지난해 3월에도 종합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높은 가성비로 무장한 발포주 ‘레츠’를 선보였다. 하지만, ‘레츠’는 편의점 맥주 판매 순위 하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사실상 시장 공략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세계의 야심작 레츠가 마니아 고객흥 형성에 실패한 것이 주효했다. 500㎖ 용량의 레츠 가격은 1800원으로 2500~4500원대에 판매 중인 경쟁사 제품보다 크게 저렴했지만, 기존 맥주맛에 길들여진 고객층의 주머니를 열게 하지는 못했다.

레츠는 첫 출시 후 지난해 연말까지 240만3000캔이 출고됐다. 매출액은 43억2540만원으로 처음 제품 출시 당시 신세계L&B가 밝힌 목표치인 100억원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 수치다. 신세계엘앤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5.3% 감소한 상태다.

신세계L&B는 신규 발포주 브랜드 ‘킹덤 오브 더 딜라이트’ 3종을 출시하며 발포주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던졌지만, 이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시 신세계 측의 외부의 비판적인 시각을 의식한 듯 구체적인 매출 목표는 밝히지 않았다.

신세계의 발포주가 시장에서 부진한 원인 중 하나로 출시 시점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맥주나 발포주 등의 주류 신제품은 여름 특수를 노리고 이른 봄에 출시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 골든타임을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보수적인 주류업계에서 소비자의 재소비가 일어나고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서는 마케팅적인 요소가 필수적이다”라며 “이미 기존 제품의 소비자층이 견고해 킹소주 반응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 말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킹소주의 킹은 왕이란 뜻으로 ‘소주왕’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킹받네’란 유행어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 MZ세대가 대상이 아닌 고도주 틈새시장을 노린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토요경제 /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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