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호 칼럼] 포스코 티타늄 존속에 정부가 힘 실어야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07-14 15:36:01
포스코가 티타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재명 정부는 힘을 실어야 한다. 특정 기업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자는 얘기가 아니다. 한국 방산과 항공우주, 조선·해양산업에 필요한 전략소재의 생산기반을 국가가 함께 지키자는 것이다.
포스코는 최근 티타늄 사업의 철수를 포함한 다양한 운영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의 티타늄 생산량은 중국산 저가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과거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적자도 누적됐다. 회사는 해당 사안에 대해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상황에 대해 포스코를 문제 삼을 사안은 아니다.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한다. 기업은 시장이 작고 가격 경쟁력이 무너진 사업을 언제까지나 끌고 갈 수는 없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민간기업에 계속 적자를 감수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무책임하다.
오히려 포스코는 평가받아야 한다. 포스코는 2008년 티타늄 강판 사업에 진출해 2010년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이전까지 전량 수입하던 티타늄 강판을 국산화했고 2015년에는 누적 판매량 1만톤을 넘어섰다. 좁은 시장과 높은 생산비용 속에서도 18년 가까이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해 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국내에서 열연과 냉연 공정을 거쳐 티타늄 코일과 판재를 일관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포스코가 유일하다. 이 설비가 멈추면 단순히 제품 하나를 수입으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생산기술과 전문인력, 품질관리와 가공 경험까지 함께 사라질 수 있다.
티타늄은 가볍고 강하다. 고온과 해수 부식에도 잘 견딘다. 항공기와 우주선, 미사일, 군용 차량, 함정과 잠수함 등에서 활용되는 이유다. 포스코도 티타늄의 주요 용도로 우주항공과 군수산업, 미사일, 군용차량 장갑, 잠수함 등을 제시해 왔다.
물론 포스코가 현재 생산하는 산업용 티타늄 판재가 전투기 엔진이나 미사일에 사용되는 고강도 티타늄 합금과 모두 같은 제품은 아니다. 포스코 제품이 국내 무기체계에 얼마나 직접 납품되는지도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소재산업은 한 공정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원료와 합금 개발, 압연과 가공, 시험평가와 인증이 연결돼야 한다. 국내 압연설비와 인력이 사라지면 향후 방산용 티타늄 합금을 개발하고 양산할 토대도 약해진다.
한국 방산산업은 지금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방산 수출액은 154억달러로 전년 96억달러보다 60.4% 증가했다. 정부는 전차와 자주포, 전투기뿐 아니라 잠수함 등 대형 사업 수주에도 국가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밝혔다.
완성품의 위상과 소재의 현실은 다르다. 산업연구원과 한국재료연구원의 조사 결과 2022년 기준 국방용 티타늄 합금의 해외 의존도는 99.8%였다.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과 잠수함이 세계 시장을 누비더라도 핵심소재를 해외에서 거의 전량 조달한다면 공급망은 여전히 취약하다.
정부도 문제를 알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방산 4대 강국을 추진하며 “우리 손으로” 방산의 미래를 만들고 자주국방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핵심 무기체계의 공급망을 분석하고 방산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도 전략소재 국산화와 비축 확대, 재정지원을 통해 공급망을 안정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렇다면 포스코 티타늄 문제는 정부 정책의 시험대다. 수출 계약을 따내는 데만 국가 역량을 모을 것이 아니라 그 무기를 만드는 국내 소재 생태계에도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정부가 방산·항공우주·조선 분야의 중장기 티타늄 수요를 조사하고 일정 물량을 장기 구매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다. 중국산과의 가격 차이는 생산차액 지원으로 일부 보전할 수 있다. 방산용 합금 개발과 시험평가, 인증 비용에는 국가 연구개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지원에는 조건을 붙이면 된다. 포스코는 일정 수준의 설비와 기술인력을 유지하고, 비상시 국내 수요에 우선 공급해야 한다. 정부와 방산기업은 국산 제품이 요구 성능을 충족하면 일정 물량을 구매해야 한다. 설비 고도화에는 공급망안정화기금과 정책금융, 세제 지원을 연계할 수 있다.
이는 포스코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 국가가 필요한 생산능력을 구매하는 것이다. 군이 평시에 탄약과 전략물자를 비축하듯 핵심소재를 생산할 능력도 유지해야 한다. 안보에 필요한 유휴 생산능력은 낭비가 아니라 보험이다.
정부는 방산 4대 강국을 말한다. 잠수함 수주에도 국가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방산과 항공우주산업의 토대가 될 티타늄 생산기반부터 지켜야 한다.
포스코에 애국심과 희생을 더 요구해서는 안 된다. 포스코는 지난 18년간 국내 티타늄 산업의 명맥을 지켜왔다. 이제는 정부가 그 비용을 나눠야 한다.
기업의 손익계산서에는 국가안보의 가치가 잡히지 않는다. 그 가치를 계산하고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포스코 티타늄은 기업 하나의 사업이 아니다. 웅비하는 한국 방산산업이 반드시 지켜야 할 전략적 기반이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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