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삼성 이재용, 소뱅 손정의 '독대'...ARM 인수 급물살타나
ARM M&A 협의차 내달 집중 논의 예고
양축 이해관계 맞아 큰 진전 가능성 높아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2-09-22 15:36:17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기 위해 다음달 방한할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삼성이 오랜 기간 눈독을 들여온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의 최대주주여서 이번 손 회장의 방한은 삼성의 ARM 인수작업에 급물살을 띄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한국계 3세로서 한국기업에 대해 우호적이다. 1990년대말 1차벤처 붐 이후 다양한 한국 벤처기업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전례가 있다.
손 회장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결성한 세계 최대의 벤처펀드인 '비젼펀드'가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어 ARM 매각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삼성은 그 유력한 딜 파트너 중 하나다.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등 반도체 설계 핵심기술을 보유한 영국계 기업이다. 현재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이 ARM의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25%는 이 그룹이 운영하는 비전펀드가 갖고 있다.
일본통 이재용과 한국계3세 손정의
손 회장은 작년에 ARM인수전에 승리한 미국 엔비디아가 미국·영국·중국·유럽연합(EU) 등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하고 지난 2월 인수포기를 선언, 새로운 인수자를 서둘러 찾아야 할 상황이다.
이 부회장 역시 삼성전자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동시에 반도체 분야의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 즉 초격차를 달성하기 위해선 ARM만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
삼성이 ARM인수를 위해 물밑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의 오랜 인연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업을 사고파는 M&A라 해도 결국 매도자와 매수자의 관계가 돈독할 수록 딜이 의외로 쉽게 결정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기업 삼성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과 세계 최대규모의 신기술 펀드를 운용하며 ARM의 실질 경영권자인 손정의 회장은 친분이 매우 두텁다. 20년지기로 불릴 정도로 매우 호의적인 관계다.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은 전세계적으로 벤처붐이 일던 1990년대말 ARM 인수를 공동 추진할 당시에도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다.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그룹과 비젼펀드 자본을 활용해 ARM을 인수했지만, 둘 사이엔 ARM을 둘러싸고 20년 넘는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특히 재계에서 알아주는 '일본통'이다. 일본 게이오기주쿠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 부회장은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손 회장을 비롯해 일본 내 정재계를 넘나들며 쌓은 탄탄한 인적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과 손 회장과 반도체는 물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미래 신기술에 대한 관심사의 깊은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협력 방안을 공유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재계에선 두 사람이 20년 넘게 매년 한 두 차례 만나거나 통화를 하며 허심탄회하게 경영 현안을 논의할 정도로 돈독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 손 회장이 3년 만에 한국을 찾아 이 부회장과 ARM의 M&A와 관련 심도 깊은 논의를 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세계 반도체 및 IT업계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소뱅, ARM 매각에 '동분서주'
삼성과 소프트뱅크 '빅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는 대략 몇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인텔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종합반도체업체(IDM)로 도약한 삼성으로선 ARM인수가 반도체 사업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것으로 평가될 만큼 사업적 시너지효과가 크다.
ARM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세계적인 시스템반도체업체들을 클라이언트를 두고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난 세계 최고의 반도체 설계 전문 팹리스다. 다양한 반도체IP로 막대한 로열티수익을 올린다. 삼성의 모바일기기용 AP칩 역시 ARM의 원천기술을 토대로 개발한 것이다.
메모리, 파운더리에 이어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잡고 있는 삼성으로선 코어기술인 시스템반도체 설계분야의 최고 기술력과 강력한 노하우를 보유한 ARM의 인수는 그야말로 날개를 다는 격이다.
둘째는 삼성의 막강한 자본력과 소프트뱅크의 경영난이 맞물려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진다는 뜻이다.
삼성은 반도체, 통신 등에서 매년 수십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현재 120조원이 넘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ARM의 인수가격이 50조원을 넘는다는 점에서 삼성 정도의 현금동원력이 없이는 인수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대형 M&A매물이다. 주요 각국의 독과점 규제상 삼성 홀로 ARM인수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메인 전략적투자자(SI)로서 삼성의 자금 상황은 애플 정도를 제외하고는 비교 대상이 거의 없다.
반면 소프트뱅크의 재무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비젼펀드의 실질 최대지분을 보유한 소프트뱅크는 이 펀드의 막대한 손실에서 비롯된 매머드급 연결 영업손실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궁지에 몰려있다.
다시말 해 삼성은 막대한 잉여자본을 보유하고 있고 소프트뱅크는 보유자산을 대거 매각,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할 정반대의 상황인 셈이다. 매도자의 니즈와 매수자의 니즈가 잘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뉴삼성 구현의 1차 목표 '초대형 M&A'
이 부회장이 지난 8.15특사를 계기로 새로운 시작을 알린 '뉴삼성'의 1차 목표로 초대형 M&A를 물밑 추진하고 있는 점도 ARM 인수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삼성은 특히 막대한 자본력을 보유했음에도 세계적인 자동차용 전장 전문업체 하먼 인수 이후 10년 가까이 대형 M&A에 성공하지 못한 터라 ARM 인수에 강한 의지를 숨기기 않는다.
삼성 측이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이 부회장이 추구하는 뉴삼성은 기존 주력 사업의 초격차 유지와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이다. 이런 점에서 ARM은 기존 반도체사업에 강력한 시너지효과가 내는 동시에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한 신사업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ARM 인수와 관련, 이 부회장은 매우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며, 딜 자체를 숨기기 않는다. 이 부회장은 영국 출장 후 귀국길에서 기자들로부터 ARM 경영진과 접촉했느냐는 질문에 "만나지 않았다"면서도 "다음달 손 회장이 서울에 올 것이며, 그때 무슨 제안을 할 것같다"고 답했다.
블룸버그통신도 22일 "손 회장의 이번 방한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삼성과 ARM 간 전략적 협력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달로 예정된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의 전격적인 만남에서 과연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 지 전세계 IT업계와 M&A업계의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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