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금리 언제까지”...장기간 전망 속 실물경제 파장 대비해야
이승섭 기자
sslee7@sateconomy.co.kr | 2023-10-22 15:35:58
통화 긴축 조치로 인한 미국의 고금리가 예상보다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미국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2007년 7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만에 5%를 넘어서면서 주식과 채권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는 미국 국채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데 있다. 미국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에 비해 여전히 높은 데다 9월 소매 판매가 예상외로 호조였고, 전쟁으로 인해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인사마저 “내년 중반까지 기준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통화 긴축 기조 유지와 함께 지금과 같은 고금리의 장기화 가능성을 더욱 높여 준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글로벌 장기 시중금리의 기준점이 된다. 이런 점에서, 미국 연준이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한 차례만이라도 0.25% 올리면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2,75%포인트까지 더 벌어진다.
가뜩이나 지금 2.0% 금리차에도 외국인들의 국내 증권시장에서 매각한 대금이 1조원을 넘어섰다. 앞으로 미국 정책금리가 다시 인상될 경우 해외 자본의 추가 유출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이 엊그제 경기 부진과 사상 최대 가계부채를 감안해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하지만 시중금리는 오히려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고, 이달 들어 가계부채도 다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가계외 기업부채 급등은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가 감소하는 상황과 맞물려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됐다.
■ 악재에 장기화 우려 커진 미국 고금리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은 무엇보다 국제유가 상승 속에 여전히 목표치를 상회한 물가 상승, 연방정부 재정 악화, 잇따른 전쟁 등을 요인으로 꼽는다..
미국 정부의 2023회계연도 적자가 벌써 2조 달러인 가운데 유럽과 중동 전쟁자금 지원을 위해 앞으로 국채를 더 많이 발행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내에서는 물론,미국 장기 국채 매입의 큰 손인 중국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국채를 추가 매입할 여력이 떨어진 점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채 발행량이 늘어날 경우 국채 가격 하락은 불가피해져 국채 금리 상승을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앞으로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임을 시사한다. 견조한 고용과 소비 등 여전히 활황세인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미 연준이 올 연말까지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 적어도 기준금리를 한 차례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아 긴축 기조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한데서 읽혀진다.
더욱이 래피얼 보스틱 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중반까지는 기준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 연준 구성원 중 통화정책에서 완화를 선호하는 대표적인 비둘기파에 속하는 보스틱 총재의 이날 발언은 미국 고금리의 장기화에 힘을 보탠 것이나 다름없다.
■ 경기 부진 속 국내 실물경제 부담 키워
걱정되는 것은 미국 장기 국채 금리의 고공행진 여파가 우리나도 예외가 아니라는 데 있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압박과 주가 하락, 환율 상승 등으로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3.5% 고금리 속에서도 1,900조 원대 가까운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는 양상이어서 불안감을 키운다. 특히나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데도 가계 빚은 아랑곳없이 더 증가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사실 시중은행 대출 금리 하단이 불과 한 달 전까만 해도 3%대였던 것에서 지금은 한달새 4%대로 0.3%p 이상 일제히 올랐다. 상단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이어 고정금리와 신용대출 금리까지 7%대에 근접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최고금리가 올 연말에는 8%대가지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5대 시중은행의 이달 19일까지 가계대출이 3조4,000억 원이나 늘어났다. 2021년 10월 이후 2년만 최대 증가폭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저조한 상황에서 가계와 기업 부채 증가로 인해 민간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경제성장 발목을 잡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영끌'과 가계 부채 선제적 대응 나서야
한국은행이 엊그제 6회 연속 기준금리를 3.5%에서 동결했지만 시중금리가 안정되기는커녕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등 전 금융권의 가계 및 소상공인 등의 대출이자 연체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통화 긴축 유지에 따른 고금리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은행도 결국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가계와 기업의 부담은 더 커져 줄 파산과 도산이 나타날 수 있는 등 등 실물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소지가 농후하다.
시급한 것은 1,900조 원대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를 줄여 충격파를 최소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체 가계 부채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매우 높다. 빚을 내 주택을 매입하는 '영끌' 매수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동결 이후 조만간 1%대 금리를 예상하고 주택을 매입하는 것에 사실상 경고를 했다. 지난 3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고, 신규 분양률도 높아지는 등 부동산 시장이 침체 우려에서 벗어나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대출 규제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 어느 때 보다 금융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가계든 기업이든 고금리 시대에 부채 감소에 나서야 한다. 정부도 경제 주체들의 유동성 위기와 금융시스템 리스크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부채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서둘러 마할 필요가 있다.
토요경제/ 이승섭 대기자 sslee7@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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