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8월 자본배분 갈랐다…AI 투자·주주환원·부진사업 합병

하이닉스 54.3조 중장기 투자·40조 자사주 취득 예정…인디애나 공장 기공 앞둬
실트론 2.3조 매각·에코플랜트 3985억 확대…신재생은 KKR와 투자부담 분담
SK㈜ ‘리밸런싱→핵심 경쟁력 강화’…현금창출력·위험 따라 다른 처방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08-27 15:34:20

▲ SK그룹 본사 이미지. (사진제공=연합뉴스)

 

SK그룹이 8월 들어 인공지능(AI) 핵심사업에는 장기투자와 주주환원을 동시에 결정하고, 수익성 회복이 더딘 배터리 소재사는 모회사에 합쳤다. 지주사는 반도체 웨이퍼 자산을 팔면서 AI 인프라 계열사 지분을 늘렸고 신재생에너지는 외부자본과 투자위험을 나눴다. 2년간 자산 정리에 초점을 맞춘 리밸런싱이 사업별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에 따라 돈의 출처와 쓰임을 가르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27일 토요경제가 SK㈜(대표이사 최태원·장용호)의 2분기 기업설명회 자료와 최근 계열사 공시를 분석한 결과 SK㈜는 2025년까지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2026년부터를 ‘핵심 경쟁력 강화’, 2027년 이후를 ‘자본구조 최적화’ 단계로 구분했다. 올해 들어 나온 투자·매각·합병 결정도 이 순서와 맞물린다.

현금창출력이 가장 강한 SK하이닉스는 투자와 환원을 동시에 택했다. 회사는 지난 7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Y2에 35조2000억원, 청주 M17에 19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총 54조3000억원이다. Y2 투자는 2031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M17 첫 클린룸 가동 목표도 2028년 12월이다. 올해 한꺼번에 54조원이 지출되는 구조는 아니다.

12일 뒤에는 40조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장내에서 취득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매입 예정 기간은 이달 20일부터 11월 19일까지다. 이사회 전날 종가를 적용한 취득 예정 주식은 약 2407만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3.3% 수준이다. 회사는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주주환원 비율도 기존 ‘50% 이내’에서 ‘50% 이상’으로 높였다.

54조3000억원의 투자와 40조원의 자사주 취득 예정액을 더해 SK하이닉스가 당장 94조3000억원을 쓴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전자는 여러 해에 걸친 설비투자이고 후자는 약 3개월간 진행할 주식 매입이다. 두 결정이 함께 가능해진 배경은 6월 말 약 69조원에 달한 순현금이다. AI 메모리 호황으로 쌓인 현금을 생산능력 확충과 주주환원에 각각 배정한 것이다.

해외 투자도 계획에서 실행 단계로 넘어간다. SK하이닉스는 현지시간 27일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 첨단 패키징 공장 기공식을 열 예정이다. 투자액은 38억7000만달러다. 차세대 HBM 생산라인과 연구개발 시설을 구축해 2028년 하반기 양산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국내에서는 전공정 생산능력을 늘리고 미국에서는 AI 메모리 후공정과 고객 대응 기반을 확보하는 구조다.

지주사는 보유 자산을 일률적으로 축소하지 않았다. SK㈜는 지난달 SK실트론 지분 70.6%를 두산에 2조3000억원에 매각하기로 계약했다. 거래 종결 예정일은 내년 1월 31일이어서 현재 매각대금이 들어온 것은 아니다. 매각 이후에도 2027~2034년 SK실트론의 실적이 정해진 기준을 웃돌면 초과이익 일부를 추가로 받는 언아웃 조건을 넣었다. 현금을 확보하되 매각 이후의 상승 여력 일부는 남겨둔 거래다.

반면 SK에코플랜트에는 3985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SK㈜는 지난 4월 재무적 투자자가 보유한 보통주와 전환우선주를 사들여 발행주식 수 기준 지분율을 66.7%에서 71.2%로 높였다. SK에코플랜트를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건설, 산업용 가스·소재, 반도체 모듈과 전자폐기물 재활용을 연결하는 AI 인프라 사업자로 재편하려는 결정이다.

실적도 뒤따랐다. SK에코플랜트의 2분기 매출은 5조151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8.4%, 영업이익은 5340억원으로 265.7% 늘었다. 수주잔액은 26조8000억원이다. 다만 반도체 소재 자회사 편입과 사업 이전 효과가 포함돼 있어 증가분 전체를 기존 사업의 자체 성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향후 AI 인프라 수주가 지속적인 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지가 지분 확대의 성과를 판단할 기준이다.

SK㈜의 별도 순차입금은 2024년 말 10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8조6000억원으로 18% 줄었다. SK스페셜티와 판교 데이터센터 등 자산 매각이 영향을 줬다. SK실트론 거래가 예정대로 끝나면 추가 재원이 들어오지만 우량 반도체 소재 자산을 매각하는 데 따른 미래 이익의 상실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장기간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신재생에너지는 외부 투자자와 부담을 나눈다. SK㈜는 KKR과 신재생에너지 통합법인을 출범시켜 SK이노베이션과 SK에코플랜트, SK디스커버리에 분산된 발전자산을 모으기로 했다. 통합법인 지분은 KKR이 51%, SK㈜가 49%를 보유한다. 현재 약 1.7GW인 발전용량을 2031년 10GW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외부자본을 활용하면 개별 계열사가 차입과 증자로 투자비를 모두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초기 경영권은 KKR이 갖고 미래 수익도 지분에 따라 나눠야 한다. 공동투자는 공짜 자금이 아니라 지배력과 수익 일부를 내주는 대신 재무 부담과 사업위험을 분산하는 방식이다.

수익성이 약해진 사업에는 다른 처방을 내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5일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으로 독립법인 상태에서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합병기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SKIET는 이미 SK이노베이션의 연결 종속회사다. 합병만으로 그룹 연결 부채가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합병 후에는 분리막 사업의 자산과 부채, 손실과 추가 자금 소요가 SK이노베이션 별도법인에 직접 들어온다. 중복 조직과 금융비용을 줄이고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분리막으로 판매처를 넓힌다는 계획이 실제 가동률과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합병 효과가 확인된다.

그룹 실적을 하나의 현금주머니로 보는 것도 피해야 한다. SK㈜의 2분기 연결 순이익은 19조1100억원이지만 별도 순이익은 4500억원이다. 연결 실적에는 SK스퀘어가 기록한 18조6800억원의 순이익 등이 반영돼 있다. SK하이닉스의 투자와 자사주 매입은 SK하이닉스의 자금으로 집행되고, SK㈜의 자산 매각대금과도 별개다.

최근 SK그룹의 변화에서 읽을 수 있는 긍정적인 흐름은 투자액이 커졌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현금이 풍부한 반도체는 성장투자와 주주환원을 함께 하고, 자본집약 사업은 외부 투자자와 위험을 나누며, 독립 생존력이 떨어진 사업은 법인을 합쳐 비용과 의사결정 구조를 줄이고 있다. 지주사는 자산을 팔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AI 인프라에는 지분을 늘렸다.

성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는 AI 메모리 수요가 꺾이면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SKIET 합병도 분리막 가동률이 회복되지 않으면 부담을 모회사 안으로 옮기는 데 그칠 수 있다. KKR과 추진하는 신재생 통합법인도 10GW 계획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만 자본배분의 기준은 이전보다 선명해졌다. SK그룹 리밸런싱을 평가할 잣대도 ‘얼마를 투자했느냐’에서 ‘어떤 사업에 자기 돈을 쓰고, 어디에서 외부자본을 끌어오며, 부진사업의 손실을 어떤 방식으로 줄였느냐’로 바뀌고 있다. 8월에 잇따른 결정은 SK가 자산 정리 이후의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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