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기밀 수집·유출’ HD현중 직원 항소심서 ‘일부 무죄→유죄’

김남규

ngkim@sateconomy.co.kr | 2023-11-30 15:31:31

▲ 부산고등법원 전경. <사진=토요경제DB>

 

방위사업청의 군사 기밀을 빼돌려 자사 내부망에 공유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HD현대중공업 직원 A씨의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원심과 동일한 형량을 선고했다. 단, 1심에서 무죄로 본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손철우)는 30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원심 판결인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 등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직원 9명은 2013년 해군의 기밀 자료를 몰래 촬영해 PDF 파일로 변환한 후, 회사 내부망에 공유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A씨 등이 불법 취득한 군사 기밀은 총 12건으로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 개념설계 1차 검토 자료 △장보고-III 개념설계 중간 추진현황 △장보고-III 사업 추진 기본전략 수정안 △장보고-I 성능개량 선행연구 최종보고서 등이다.

KDDX 개념 설계 문서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해군에 납품한 것으로, 향후 KDDX 수주를 위한 기본설계에 활용될 3급 군사기밀에 해당한다. 해당 문서는 KDDX 내외부 구조 도면과 전투·동력체계 등의 주요 핵심 정보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1심 재판에서 법원은 연루자 모두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2년,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당시 A씨에게 적용된 ‘문건 유출’ 혐의는 입증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했다. 이에 검사는 A씨에 대해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불법취득한 군사기밀과 현대중공업 내부 서버에 업로드 돼 있던 PDF 파일이 동일한 자료이고, 피고인의 지시 없이 해당 자료가 업로드 될 가능성을은 상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또한, 피고인이 업로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관행적으로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기억에 남지 않았을 개연성 크다고 판단해 1심 판결을 뒤엎고 유죄 판결 선고했다. 다만 형량은 1심 판결과 동일하게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두 번에 걸쳐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군사 정보를 편집·수집했고 문서화했다”며 “다만 군사 기밀은 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부 내부에만 공유됐고 개인적인 이익은 추구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이번 판결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각축전을 전을 벌이고 있는 KDDX 수주전에서 HD현대중공업의 입지가 더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KDDX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대한민국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으로 ‘미니 이지스함’이라고도 불린다. 방위사업청은 2030년까지 6000t급 KDDX 6척을 발주하는데, 총사업비는 무려 7조 8000억원에 달한다.

함정 건조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이중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수행했고,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담당했다. 남은 과정은 상세설계와 선도함, 후속함 건조다.

앞서 조선업계에서는 통상 기본설계를 진행한 업체가 선도함 건조를 수행하는 사례가 많아 HD현대중공업의 사업 수주 가능성을 더 높게 봤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 유출 등으로 페널티를 받게 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방위사업청은 군사기보호법을 위반한 HD현대중공업에 2025년 11월까지 3년간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을 감점하는 패널티를 부여하기로 했다. 0.1점 차이로 사업 수주 결과가 결정되는 만큼 HD현대중공업이 궁지에 몰리게 됐다.

한 예로, 2016년 진행한 울산급 배치-III 기본설계 사업은 0.9567점 차이로 낙찰자가 선정됐고, 2020년 KDDX 기본설계 사업은 0.0565점 차이로 사업 수주가 판가름 났다. 지난 7월 진행된 해군 차기 호위함(FFX Batch-III) 5~6번함 수주 사업에서는 0.1422점 차이로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을 누르고 사업을 수주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에 불복, 방사청 평가 기준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 들어지지 않았고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신청도 기각됐다.

한편, 엄동환 방위사업청장 지난 10월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HD현대중공업 측의 기밀문서 유출과 관련해 ‘부정당 제재’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엄 청장은 “법원 판결문 획득하기 어려워서 이 건에 대해서 구체적 제재 심의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방위사업청도) 최근 판결문을 확보했다. 그래서 계약심의회의를 통해서 부정당 제재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토요경제 / 김남규 기자 ngki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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