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변신 앞둔 전경련, 4대 그룹 전면 복귀 급물살

전경련, 4대 그룹에 '적극 동참'요청...환골탈태 강조
삼성·SK·현대차·LG 재 가입 전제로 본격 논의 착수
그룹 간 협력 무드 등 경영환경 변화로 긍정적 분위기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 2023-07-20 15:27:49

▲4대그룹의 전경련 재가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4대그룹 총수들이 한일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참석한 4대그룹 총수들이 지난 5월 한일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 나란히 앉아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복귀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전경련은 19일 4대 그룹에 적극 동참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4대 그룹은 이에 따라 전경련 재가입에 대한 본격 논의에 착수했다. 


전경련은 내달 22일 산하 경제연구소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그런 만큼 재계의 리더인 4대 그룹의 원대 복귀가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4대 그룹 역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룹 간 상 호협력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재계의 구심체인 전경련 재가입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전경련을 일제히 탈퇴한 4대 그룹이 환골탈태를 선언한 한경협의 핵심 맴버로의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 내달 22일 총회 전까지 최종 가입 여부 결정

전경련은 19일 오후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의 재가를 거쳐 전경련 경영위원회 명의로 4대 그룹에 한경협 가입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의 제목은 '한경협 동참 요청 서한'이다.


전경련이 공문에 '동참'이란 표현을 쓴 것은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했지만,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여전히 소속 회원이기 때문이다. 한경연이 전경련에 흡수통합되는 만큼 그 지위가 승계된다는 얘기다.


전경련은 공문에서 환골탈태와 혁신을 강조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실추된 전경련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와 4대 그룹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전경련이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합, 한경협으로 거듭난다. 사진은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진=연합뉴스>

 

전경련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새로운 경영 환경 요구가 커지는 시기에 한경협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한 적극적인 기관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특히 기존 재계의 소통과 인적 네트워크 형성의 친목단체 성격에서 벗어나 글로벌 차원의 싱크탱크(정책연구소)로 발돋움하기 위한 쇄신에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경련이 4대 그룹에 제시한 적극 동참에 대한 의사 표명 시한은 오는 8월 22일이다. 전경련은 이날 총회를 열고 신임 회장 선임 안건을 상정하는 동시에 한경연을 흡수 통합해 한경협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전경련의 공식 복귀 요청에 따라 4대 그룹은 계열사별 이사회를 거져 수락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재계에선 4대 그룹이 다음 주 핵심 계열사의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4대 그룹 핵심 계열사 중에선 SK하니닉스가 26일, 삼성전자가 27일로 각각 이사회가 예정돼 있다.

■ 재계 리더 삼성 정밀 검토...SK 등도 재 가입 긍정적

관건은 역시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이다. 과거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삼성이 키를 쥐고 있다. 삼성의 전경련 복귀는 나머지 그룹의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재 출범하는 한경협의 존재감과 위상을 정립하는데도 삼성의 컴백은 필수 조건이다.


전망은 부정보다는 긍정 쪽에 가깝다. 삼성은 현재 관련 절차 상 전경련 재 가입에 대해선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재계의 발전적 협력시스템 구축과 경제위기 극복이란 시대적 상황을 고려, 가입을 전제로 정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은 이미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증권,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핵심 5개 계열사가 각 사별로 전경련 가입과 관련한 논의를 위해 첫 모임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이찬희 위원장이 "과거 정경유착 고리라는 폐해를 예를 들며 전경련 가입에 좀 더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며 이는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SK는 긍정을 넘어 전경련 가입에 적극적인 분위기다. 최태원 회장은 이와 관련, 지난 12일 대한상의 기저간담회에서 "한경협으로 거듭나는 전경련이 새롭게 잘 이끌어지길 기대한다"면서 "할 수 있는, 도와 드줄 수 있는 일은 적극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LG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복귀에 보다 가까운 상황이다. 다만 가입을 전제로 할 때 생기는 문제는 없는 지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들어 4대 그룹 총수들의 만남이 잦아진 데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대행과 수차례 해외 순방을 같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재가입 논의가 진척됐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4 대그룹의 전경련 복귀에 부정적 기류가 포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이 지난 2월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수락 인사를 하고 있다. 김 대행은 4대그룹의 전경련 재가입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한경협 변신 맞아 전경련, 스스로 더 혁신 해야

다만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의 최대 변수는 전경련 자체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전경련이 지난 5월 내놓은 혁신 안이 국민적 눈높이에서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전경련 측이 “한경협이 향후 글로벌 싱크탱크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며 쇄신을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기관명 변경, 한경연 흡수통합 등 그리 특별할 게 없다는 얘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4대 그룹이 따로 전경련에 복귀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은 만큼 만약 재 가입을 한다면 다같이 들어가는 걸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복귀 시점은 전경련의 혁신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삼성 이찬휘 준법위원장이 과거 전경련의 폐해를 들먹이며, “헌법 119조1항에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도록 돼 있는데, 전경련이 그런 존중 의사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전경련 스스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4대 그룹이 사회적 책임과 경제성장이란 대의명분에 따라 한경협 가입에 무게를 실려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며, "이를 계기로 한경협이 국민적 사랑과 신뢰를 받는 명실상부 재계의 구심체로서 거듭날 수 있도록 보다 획기적인 쇄신 안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