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칼럼] KB금융, 상생기금의 수명을 늘렸다
김승원
ksw9030@naver.com | 2026-10-07 15:27:45
KB금융그룹이 최근 그런 길을 열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달 30일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한국벤처투자와 함께 '상생협력 모펀드'를 결성했다. 2024년 상생협력법 시행령 개정으로 상생협력기금을 벤처투자조합에 출자할 수 있게 된 이후 실제 모펀드가 만들어진 첫 사례다.
구조도 단순한 기부와 다르다. KB금융이 조성한 상생협력기금 100억원 가운데 30억원을 모펀드에 넣는다. 여기에 민간자금을 더해 각각 25억원짜리 자펀드 두 개, 총 50억원 규모로 키운다. 돈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장 가능성도 갖춘 중소·벤처기업에 투자된다. 한국벤처투자가 운용을 맡는다.
칭찬할 대목은 30억원이라는 숫자보다 돈의 흐름이다.
기업이 사회공헌 명목으로 30억원을 기부하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 한 번 쓰고 끝난다. 이번 구조는 다르다. 투자한 기업이 성장하면 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회수된 돈은 다시 다른 기업에 투자한다. 출자와 회수, 재출자가 이어지면 같은 돈이 여러 번 일할 수 있다. 협력재단도 회수 재원을 재출자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원 대상도 넓혔다. 과거 상생협력기금은 주로 대기업과 직접 거래하는 협력사를 돕는 데 쓰였다. 이번에는 기존 거래관계가 없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자기 공급망을 지키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기업을 키우는 데 상생자금을 쓰기 시작한 셈이다.
나머지 70억원의 쓰임도 눈여겨볼 만하다. KB금융은 인공지능전환(AX)에 20억원, 녹색전환(GX)에 30억원, 안전전환(SX)에 20억원을 투입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돈을 그냥 보태주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이 앞으로 살아남는 데 필요한 기술과 환경, 안전 역량에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박수만 칠 단계는 아니다. 50억원은 KB금융의 규모를 생각하면 큰 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어떤 기업에 실제로 투자할지, 민간자금이 계획대로 붙을지, 투자받은 기업이 얼마나 성장할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첫 사례라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두 번째, 세 번째 투자가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도 첫 단추에는 의미가 있다.
금융회사가 잘할 수 있는 사회공헌은 결국 금융이다. 봉사활동도 필요하고 기부도 필요하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가장 큰 능력은 좋은 기업을 찾아 돈을 공급하고 성장시킨 뒤 다시 자금을 돌리는 데 있다. KB금융이 상생기금을 투자로 연결한 이유를 높게 평가할 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상생의 수준은 얼마를 내놓았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돈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여러 번 일하느냐도 중요하다.
KB금융이 이번에 만든 것은 50억원짜리 펀드만이 아니다. 상생자금에 다시 돌아오는 길을 하나 만들었다.
좋은 돈은 많이 쓰는 돈이 아니다. 오래 일하는 돈이다.
토요경제 / 김승원 ksw903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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