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ELS 제재 사정권은 비껴갔지만…부실여신 늘고 충당금 커버리지는 하락

고정이하여신 7815억원→1조986억원…기업여신 중심 부실위험 확대
대손충당금적립률 247.44%→161.11%…우리은행 “방어력 약화 단정은 앞서간 해석”
우리금융 그룹도 부실여신비율 상승…“담보채권 많아 충당금 증가는 제한적”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 2026-06-08 15:25:55

▲ [김연수 기자]

 

우리은행이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제재의 직접 사정권에서는 비껴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무제표상 자산건전성 부담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우리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늘었고, 대손충당금적립률은 낮아졌다. 우리은행은 금리 상승과 상업용 부동산 시장 악화, 중소기업 상환능력 약화 등을 원인으로 들면서도 “충당금 방어력이 약화됐다는 해석은 다소 앞서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리금융지주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이 빌려준 돈 가운데 정상적으로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고정이하여신’은 우리은행 기준 2024년 말 7815억원에서 2025년 말 1조454억원, 올해 1분기 말 1조986억원으로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쉽게 말해 은행 입장에서 “못 받을 가능성이 커진 대출”이다.

전체 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인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상승했다. 우리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4년 말 0.23%에서 2025년 말 0.31%, 올해 1분기 말 0.33%로 올랐다. 이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전체 대출 중 위험해진 대출의 비중이 커졌다는 뜻이다.

특히 기업여신에서 부실 위험이 커졌다. 우리은행의 기업여신 고정이하여신은 2024년 말 5760억원에서 2025년 말 7848억원, 올해 1분기 말 8129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2023년부터 적극적인 기업여신 자산 성장 전략을 채택했으나, 이후 금리 상승,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 증가와 낙찰가율 하락,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등 거시환경이 악화되면서 중소기업 위주로 상환 능력이 약화된 것이 건전성 악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모든 금융권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부실채권 시장 상황도 영향을 줬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담보부 부실여신은 통상 NPL 시장에 매각해 건전성 비율을 관리하지만, 금융권 전반의 건전성 악화로 NPL 시장 물량이 늘면서 시장의 소화능력이 떨어졌고 그 결과 은행에 남아 있는 부실채권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부실여신이 늘어나는 동안 대손충당금적립률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대출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회계상 미리 손실로 반영하는 금액이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고정이하여신에 비해 충당금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쉽게 말하면 위험한 대출에 대비한 방어막이다.

우리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은 2024년 말 247.44%에서 2025년 말 172.55%, 올해 1분기 말 161.11%로 낮아졌다. 아직 100%를 웃돌고 있어 고정이하여신 규모보다 충당금이 많다는 의미는 유지된다. 그러나 2024년 말에는 고정이하여신 100원당 약 247원의 충당금이 있었던 반면 올해 1분기 말에는 약 161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우리은행은 이 같은 수치를 두고 “충당금 방어력이 약화됐다고 보는 것은 다소 앞서간 해석”이라고 밝혔다. 은행 측은 “최근 몇 년간 연체와 부도 증가,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고정이하여신이 증가하면서 시중은행 전반으로 적립률이 낮아진 것은 맞다”면서도 “무수익여신산정대상 기준 총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적립률은 최근 5년간 0.5%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고정이하여신은 전액 커버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또 “대손충당금뿐만 아니라 대손준비금 형태로도 부실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손준비금은 회계상 대손충당금과 별도로 감독 기준에 따라 손실흡수 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쌓는 항목이다.

고정이하여신이 늘었는데도 충당금 산정에 쓰이는 제충당금 총계가 줄어든 배경에 대해서는 담보와 회수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다. 우리은행의 무수익여신산정대상 기준 제충당금 총계는 2024년 말 1조9336억원에서 2025년 말 1조8039억원, 올해 1분기 말 1조7699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대손충당금은 여신에서 회수가능한 금액을 제외한 금액으로 볼 수 있다”며 “담보물 등으로 회수 가능한 금액 수준에 따라 충당금 적립률은 변동할 수 있고, 최근 고정이하로 분류되는 여신도 신용·담보 비율에 따라 대손충당금적립률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지주 그룹 기준으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그룹 고정이하여신은 2024년 말 2조2110억원에서 2025년 말 2조5170억원, 올해 1분기 말 2조7570억원으로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57%에서 0.63%, 0.68%로 상승했다. 반면 그룹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53.0%에서 129.9%, 124.8%로 낮아졌다.

우리금융은 그룹 차원의 건전성 관리와 관련해 “최근 경기 회복세에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임대업과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연체·부도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보호무역 심화, 관광업 위축 등으로 일부 국가의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소매와 현지 한계기업 부실도 증가하고 있어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PF에 대해서는 “취급 기준을 강화하고 부실 PF 사업장 정리와 재구조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양호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실여신 대부분이 담보채권이어서 충당금 증가는 제한적인 수준”이라며 “부실에 대비해 충분한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하고 있고 향후에도 적정 손실흡수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재무제표의 방향성만 놓고 보면 부담 요인은 남아 있다. 부실여신이 계속 늘면 향후 추가 충당금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이는 순이익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우리금융그룹의 핵심 수익원이다. 보험과 증권 등 비은행 부문이 확대되고 있지만, 그룹 실적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다.

우리금융은 이에 대해 “2024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 중인 자산 리밸런싱과 생산적 금융 확대를 통해 상환능력 위주의 우량여신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상환력 위주 심사, 여신 전 주기 관리, 부실우려자산 중점 모니터링, 해외채널 프로세스 점검 등 건전성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재무제표에서 주목할 지점은 ELS 제재 여부만이 아니다. 우리은행은 홍콩 ELS 제재의 직접 사정권에서는 비껴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실여신 증가와 대손충당금적립률 하락은 올해 1분기에도 이어졌다. 회사 측은 담보채권과 대손준비금 등을 근거로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고정이하여신이 늘고 충당금 커버리지 지표가 낮아지는 흐름은 향후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의 건전성 관리 능력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한편 홍콩 ELS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을 대상으로 제재 절차를 진행해 왔다. 우리은행도 ELS 판매사였지만 판매 규모가 작아 사전통지 대상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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