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지분율 80% 넘은 KB금융…글로벌 신뢰인가, 주주환원 압박인가
국내 금융지주 첫 80%대 진입…실적·밸류업 성과에도 배당 확대 요구는 부담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 2026-06-17 17:11:29
KB금융지주가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외국인 지분율 80%를 넘어섰다. 안정적인 실적과 자사주 소각, 주주환원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다만 외국인 비중이 높아질수록 배당 확대와 추가 자본환원 요구도 커질 수 있어 향후 경영 전략과 차기 리더십의 부담도 함께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 15일 80.01%를 기록했다. 2008년 지주 출범 이후 처음이다. 지난 16일에는 80.04%로 소폭 더 높아졌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16일 기준 하나금융지주는 68.29%, 신한지주는 61.62%, 우리금융지주는 45.19% 수준이다.
외국인 지분율 상승의 배경에는 기업 밸류업 기대와 자본관리 전략이 있다. KB금융은 지난해부터 자사주 매입·소각을 확대했고 배당 정책도 강화했다. 특히 지난 9일 자사주 1816만2721주 소각분이 반영되면서 발행주식 총수가 줄었고, 외국인 지분율도 빠르게 80%에 근접했다.
실적도 뒷받침됐다. KB금융의 2025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5조843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6년 1분기에도 당기순이익 1조8924억원을 거두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1분기 말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63%를 유지했다. 수익성, 자본비율, 주주환원 정책이 맞물리면서 KB금융은 국내 금융주 가운데 대표적인 밸류업 수혜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외국인 지분율 80% 돌파를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커질수록 배당 확대와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 요구도 커질 수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가 주주총회와 지배구조 논의에 미치는 영향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지주는 일반 상장사와 다르다. 주주가치 제고뿐 아니라 상생금융, 취약계층 지원, 정책금융 수행 등 공공적 역할도 요구받는다. 외국인 주주 비중이 높아질수록 주주환원 압박과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변화는 차기 회장 선임 절차와도 맞물린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달 3일 1차 숏리스트 6명을 확정하고, 8월 27일 2차 숏리스트 3명으로 후보군을 압축한다. 9월 11일에는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8월 말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검사 일정이 회추위의 후보 압축 시기와 겹치면서 금융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를 연임 여부를 좌우할 변수라기보다 통상적인 감독 절차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금융권에서는 양종희 회장 취임 이후 추진된 기업가치 제고 전략과 자본 효율화 성과가 외국인 투자자 유입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외국인 지분율 80% 돌파를 특정 인물의 연임 전망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시장이 KB금융의 경영 방향과 주주환원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 80% 돌파는 글로벌 투자자 신뢰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동시에 높아진 주주환원 요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라는 새 과제도 남겼다. 차기 리더십은 실적과 자본관리뿐 아니라 주주가치와 금융회사의 공공성을 함께 조율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