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는 지켰지만 법정 영향분석은 없었다…레버리지 ETF가 드러낸 규제완화 사각지대
금융위, 국조실 사전검토 받았지만 ‘규제 신설·강화 아니다’ 판단…법정 규제영향분석 제외
임기근 “리스크 관리 더 철저했어야”…재산 영향 큰 규제 완화까지 사전검증 확대론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10-13 15:49:08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논란이 금융위원회의 상품 도입 판단을 넘어 정부의 정책 사전검증 체계 문제로 번졌다. 금융위는 법령상 필요한 절차를 밟았지만 규제를 풀어주는 정책이라는 이유로 법정 규제영향분석 대상에서는 빠졌다. 투자자 재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금융 규제 완화를 현행 제도가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느냐는 문제가 새 쟁점으로 떠오른 셈이다.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은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의 리스크 관리가 미흡했다는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정부 정책을 하는 데 있어서 리스크 관리가 조금 더 철저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에 100% 동의한다”고 밝혔다. 사전점검 체계 보완에 대해서도 현행 시스템에 취지를 반영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만 임 실장의 답변을 정부가 법정 절차 위반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금융위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관련 규정을 고치면서 국무조정실에 규제심사 대상 여부를 사전 문의했다. 국조실은 해당 개정이 새로운 규제를 만들거나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투자한도를 완화하는 내용이어서 규제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지난 1월30일 입법예고 때 ‘규제영향분석 미첨부 확인서’를 함께 공고했다.
현행 행정규제기본법 제7조는 중앙행정기관이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할 때 규제영향분석을 실시하도록 규정한다. 규제 완화는 원칙적으로 이 조항의 분석 대상이 아니다. 생명·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일부 규제를 폐지·완화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영향분석 규정이 있지만 금융투자자의 재산 손실 위험은 같은 방식으로 포괄하지 않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이 틈에 놓였다. 정책상으로는 국내외 ETF의 비대칭 규제를 해소하는 ‘규제 완화’였지만 상품 자체의 위험은 일반 ETF보다 컸다.
금융위도 이를 모르고 상품을 허용한 것은 아니다. 금융위는 도입 과정에서 변동성 잠식과 급락 시 기초자산 가격 변동 확대 가능성, 레버리지 배율별 리밸런싱 규모 등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상장을 앞둔 5월에는 단일종목 상품이 손익을 증폭시키고 횡보장에서도 음의 복리효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투자자에게 별도로 경고했다.
차이는 금융당국의 자체 위험분석과 정부 차원의 법정 규제영향분석은 별개의 절차라는 점이다. 금융위가 상품 위험을 검토했더라도 규제 완화 정책 자체가 투자자와 시장에 가져올 비용과 편익을 국조실의 정식 규제심사 틀에서 검증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었다.
상품 도입 이후 당국이 보호장치를 잇달아 강화한 점도 사전검증 문제가 다시 제기되는 배경이다. 정부는 4월21일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5월27일 상장됐다. 이후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자 금융위 등 관계기관은 7월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광고를 금지했으며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강화하는 등 보완책을 내놨다.
따라서 이번 국감에서 드러난 문제는 단순히 ‘국조실이 심사를 하지 않았다’는 데 있지 않다. 국조실은 현행법에 따라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금융위도 그 판단을 거쳐 절차를 진행했다. 문제는 위험이 큰 금융 규제를 풀 때에도 현행 규제심사 체계가 이를 사전에 별도로 검증하도록 설계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최 의원이 재산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할 때도 규제영향분석을 실시하도록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을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 실장은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에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정책 리스크 관리 강화 필요성에는 동의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논란은 이제 상품을 허용한 판단의 옳고 그름을 넘어섰다. 규제를 만드는 정책뿐 아니라 규제를 푸는 정책에도 시장 충격과 국민 재산 영향을 사전에 따져볼 장치가 필요한지가 국감 이후 제도 개선의 새로운 쟁점으로 남았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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