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앞서간 이유…퇴직연금도 ‘예금’에서 ‘투자’로
DC·IRP 원리금비보장 5년 수익률 증권업 1위
ETF·자동투자·장기 자산배분이 성과 갈랐다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07-23 15:20:09
NH투자증권(대표이사 신재욱·배광수)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수익률 경쟁력’을 다시 입증했다. 단기 증시 호조에 따른 일시적 성과가 아니라,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원리금비보장 상품의 5년 수익률에서 증권업계 최상위권에 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축이 예금 금리에서 투자 성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다.
금융감독원의 2026년 2분기 퇴직연금 비교공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DC 원리금비보장 상품 5년 수익률은 연 12.57%, IRP 원리금비보장 상품 5년 수익률은 연 11.83%를 기록했다. 적립금 1조원 이상 증권사 기준으로 두 유형 모두 증권업계 1위 수준이다. 특히 IRP 원리금비보장 상품의 10년 수익률은 연 10.35%로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 중 최고 성과로 집계됐다.
눈에 띄는 것은 1년 수익률보다 5년·10년 수익률이다. DC 원리금비보장 상품의 최근 1년 수익률은 56.65%, IRP는 47.80%에 달했다. 올해 증시 반등의 영향이 반영된 수치다. 그러나 퇴직연금은 단기 매매 상품이 아니라 노후 자산이다. 따라서 진짜 경쟁력은 장기 구간에서 드러난다. NH투자증권이 5년과 10년 성과에서 두각을 보인 것은 단순한 시장 상승 효과를 넘어 장기 자산배분과 상품 라인업, 운용지원 체계가 함께 작동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퇴직연금 시장 자체도 바뀌고 있다. 과거 퇴직연금은 은행 예금이나 원리금보장 상품 중심으로 운용됐다. 안정성은 있었지만 수익률은 낮았다. 그러나 DC와 IRP 비중이 커지면서 가입자가 직접 운용 성과를 체감하는 구조가 됐다. 자본시장연구원도 퇴직연금 수익률 문제의 핵심이 단순한 위험자산 확대가 아니라 장기 자산배분과 투자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2025년 말 퇴직연금 적립액은 500조원을 넘어섰고, DC와 IRP 비중 확대에 따라 수익률 제고가 더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이 변화는 증권사에 기회가 되고 있다. 2026년 2분기 말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553조원 규모로 집계됐고, 증권사 적립금은 164조2000억원으로 사업자 업권 중 2위를 기록했다. 증권업 점유율은 29.7%로 전 분기보다 1.9%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과 보험 중심이던 퇴직연금 자금 일부가 ETF와 실적배당형 상품 운용이 쉬운 증권사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의 강점은 상품 선택의 폭에 있다. 회사는 약 900개 ETF와 다양한 채권 상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퇴직연금 전용 ELS도 제공하며, 적립식 ETF 자동투자 서비스와 AI 알고리즘 기반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 등을 통해 가입자의 장기 분산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퇴직연금이 단순 판매 상품에서 장기 자산관리 서비스로 바뀌는 흐름에 맞춘 전략이다.
핵심은 ‘고객이 계속 투자하게 만드는 구조’다. 퇴직연금 가입자 상당수는 매일 시장을 점검하며 포트폴리오를 바꾸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자동투자, 로보어드바이저, ETF 적립식 매수, 생애주기형 상품은 수익률 관리의 중요한 도구가 된다. 자본시장연구원 역시 개인이 장기 자산배분 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타깃데이트펀드(TDF)와 같은 자동 자산배분 구조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높은 수익률에는 변동성도 따른다. 원리금비보장 상품은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 가능성이 있다. 올해 1년 수익률이 급등한 것도 증시 호조의 영향이 큰 만큼, 향후 시장 조정기에는 성과가 흔들릴 수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경쟁력은 상승장에서 높은 수익을 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하락장에서도 가입자가 포트폴리오를 버티고, 위험을 관리하며, 장기 투자 원칙을 유지하도록 돕는 체계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NH투자증권의 이번 성과는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퇴직연금 시장은 더 이상 ‘금리 높은 상품을 고르는 시장’에 머물지 않는다. 가입자의 노후 자산을 얼마나 장기적으로 불릴 수 있는지, 위험자산과 안정자산을 어떻게 배분하는지, 고객이 쉽게 투자 결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어떤 디지털 도구를 제공하는지가 경쟁의 기준이 되고 있다.
앞으로 퇴직연금 시장의 승부는 적립금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큰 회사가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고, 상품 수가 많다고 고객 수익률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장기 성과, 자산배분 역량, 투자 솔루션, 상담 품질, 디지털 편의성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NH투자증권의 5년·10년 수익률 1위 성과는 증권업 퇴직연금 경쟁이 본격적인 ‘운용 능력 경쟁’으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퇴직연금은 이제 잠자는 돈이 아니다. 고객의 노후를 결정하는 장기 투자 계좌다. 은행 예금 중심의 관성에서 벗어나 ETF와 자산배분, 자동투자 솔루션을 결합한 증권사의 연금 전략이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