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문직 비자 수수료 100배 인상…한미 기업 비용·협상 모두 압박
H-1B 1인당 10만 달러로 껑충…직접 충격은 제한적이나 장기적 불확실성 확대
이덕형 기자
ceo119@naver.com | 2025-09-20 15:19:46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H-1B 전문직 비자 수수료를 기존보다 100배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하면서, 미국 내 한국 기업들의 인력 운용과 한미 비자 협상에 새로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업계는 당장 대규모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인력 채용 비용 증가와 협상 난항이라는 ‘이중 압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20일 외신과 산업계에 따르면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외국 인재에게 발급되는 H-1B 비자 수수료가 연간 1인당 10만 달러(약 1억4천만 원)로 인상됐다. 이는 미국 기업이 외국 인력보다 자국민을 우선 채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국내 기업의 미국 법인은 대체로 주재원용 L-1이나 투자자용 E-2 비자를 활용하고 있어 H-1B 직접 사용 비중은 낮다. 따라서 단기적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단기 프로젝트에서는 B-1 상용 비자나 ESTA(전자여행허가)가 더 자주 활용돼 왔다.
그러나 현지 채용 인력의 전문직 활용이 필요한 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지 법인에서 외국 전문직을 채용할 경우 1인당 1억 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인건비 부담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H-1B 비자의 주요 수혜자는 구글, 애플,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대규모 외국인 인재 고용에 의존하고 있어, 수수료 인상은 글로벌 기술 산업의 비용 구조를 흔들 수 있다.
이 여파가 중장기적으로 인력 시장 전반에 파급돼 한국 기업에도 간접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H-1B 한국인 쿼터 확보와 숙련공 포함 방안을 협의하려 했으나, 이번 조치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금된 한국인 인력 재입국을 허용하는 대신 ‘자국민 훈련 조건’을 내세운 점은 향후 협상 과정에서 새로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B-1 비자 적용 범위 명확화, 단기 출장용 비자 신설 등 의제에서 한미 간 이견이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비자 제도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은 예상했지만, 수수료를 거래 카드로 활용하는 수준까지 간 것은 협상 장기화를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국내 고급 인력의 해외 유출을 억제하는 효과를 낳아 한국 기업의 인재 확보에 유리할 수 있다는 긍정적 해석도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론 한국 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수행, 현지 채용, 한미 협상 전략 모두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경제계는 “비자 수수료 폭등은 단순 행정 비용 문제가 아니라, 인력·투자·협상 전반에 연쇄 효과를 미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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