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수수료 추가 인하에 카드론까지 제동… 카드사 ‘첩첩산중’
은행권 대출 문턱 높이면서 카드론 잔액 역대 최고치 기록
수수료율 추가 인하와 카드론 규제 우려로 카드사 수익성 악화 부담 가중
손규미
skm@sateconomy.co.kr | 2024-09-25 15:37:58
[토요경제 손규미 기자] 카드사들이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대출을 확대하고 있으나 금융당국이 카드론 제재에 나설 조짐이 보이면서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카드론 잔액이 큰 폭으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카드론 대출 잔액은 41조8309원으로 사상 최고치였던 7월(41조2266억원)보다 약 6000억원 증가하며 또 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카드론 잔액은 올해 들어 매달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1월(39조2120억원) 전월 대비 4507억원 증가한 데 이어 2월 2000억원, 3월 78억원, 4월 4823억원, 5월 5542억원, 6월 1000억원, 7월에는 6202억원 증가했다.
특히 카드론 잔액은 현대·롯데·우리카드 3개사를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 롯데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조3425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4.4%(1조471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카드와 우리카드 카드론 잔액도 각각 17%,16%나 급증했다. 3개 카드사가 차지하는 카드론 증가분은 전체 77.9%에 달한다.
카드론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이유는 금융권이 전방위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서다. 기존 서민들의 급전 창구였던 저축은행은 부동산 PF 대출로 연체율이 치솟자 신용대출 공급을 축소하고 있고 은행권도 최근 가계대출이 폭증하자 이를 관리하기 위해 대출을 잇따라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급전이 필요한 차주들이 카드사로 대거 몰리고 있다. 카드론은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취약 차주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마지막으로 찾는 최후 보루로 알려져 있다.
카드론 잔액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자 금융당국도 제동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이달부터 매일 카드론 잔액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카드론 잔액이 급격히 증가한 현대·롯데·우리카드 3개사에 대해서는 이달 말까지 리스크 관리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해당 카드사들이 리스크 관리 계획을 제출하지 않거나 지키지 않을 경우 리스크 관리 소홀로 제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앞서 당국은 필요 시 카드론 한도 축소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의 카드론 영업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들의 수익은 대표적으로 신용판매와 장·단기 대출(카드론·현금서비스) 두 부문에서 발생하는데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신용판매 부문은 지속된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인해 거의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는 게 카드업계 측 설명이다.
3년 주기로 책정되는 신용카드사 가맹점수수료율은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된 2012년 이후 네 차례 연속 인하됐다. 그 결과 2012년 1.5~2.12% 수준이었던 신용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은 현재 0.5%~1.5%까지 내려왔다.
신용판매에서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카드사들은 카드론, 현금서비스와 같은 대출성 사업 확대에 힘을 기울여 왔다. 카드론이 중저신용자 비율이 높아 연체율 상승 등 리스크 우려가 큰 상품이지만 기존 수익을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다.
하지만 카드론 규제마저 강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안 그래도 어려운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이어진 카드사들의 실적 개선은 늘어난 대출수익에서 기인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본업이 신용판매가 아니게 된 지는 오래”라며 “신용판매에서 적자가 나다 보니 대출 확대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이에 대한 이익분이 가맹점수수료 인하 여력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왔는데 주요 수입원인 카드론마저 위축되면 카드사들의 수익 악화는 점점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 연말 금융당국이 또 다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면서 카드사들의 고심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20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고비용 거래구조 개선을 통해 카드사의 적격비용을 낮춰 이해 관계자의 비용 부담을 절감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수수료율 추가 인하가 예상됨에 따라 카드사들은 긴축 경영에 나서는 등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가맹점수수료율의 지속적인 인하는 카드사의 경쟁력을 본업 경쟁력을 약화시켜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들어 카드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알짜카드들을 대거 단종시키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의 반증이라는 설명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단종된 신용·체크카드는 373종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159종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기 기준 최대 규모로 업계에서는 이같은 속도라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연간(458종) 규모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 강화로 카드사들이 카드론을 보수적으로 취급하게 되면 불황형 대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중·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토요경제 / 손규미 기자 sk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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